대전지방검찰청 앞. 3개월이 넘게 매일 피켓을 들고 제발 제대로 수사하라고, 노동자들의 고통을 무시하지 말라고 외치는 노동자들이 있다. 대전충북지부 콘티넨탈지회와 보쉬전장지회 해고자들이다.

이 조합원들은 4월1일부터 검찰청 앞에서 1인시위를 시작했다. 두 사업장 모두 지난해 치밀하게 계획한 회사의 노조파괴 공작으로 피해를 입은 곳이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동안 대전고용노동청 앞에서 노조파괴 사업주 구속과 사측의 지배개입으로 설립한 노조 설립 취하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도 벌였다. 노동부가 이 사건에 대해 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몇 차례 보강수사를 지시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 7월2일 정근원 보쉬전장지회 전지회장과 김종원 콘티넨탈지회 부지회장이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노조파괴 사업주 구속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대전= 강정주

“회사가 헌법이 보장한 자주 조직인 노조를 깼습니다. 이들을 그냥 두는 검찰의 행태를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정근원 보쉬전장 전 지회장은 1인시위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 전 지회장은 “검찰도 노조파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청와대, 국정원, 검찰이 민주노조 죽이기 판 깔고 자본이 그 위에서 자유롭게 탄압 자행하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기도 했다.

검찰 시간 끌기, 현장 탄압은 진행형

검찰이 시간을 끄는 사이 현장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법원에서 새롭게 생긴 복수노조와 교섭 중단하라고 가처분 결정을 냈다. 회사는 판결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복수노조와 교섭을 타결했다.” 정 전지회장은 “그러면서 금속노조 지회는 사무실 빼라, 해고자는 현장 출입 못 한다 등등 갖가지로 괴롭히고 있다”고 전했다. 지회에 남은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과 금전 압박도 여전하다.

▲ 정근원 보쉬전장지회 전지회장은 “노조파괴를 한 사업장 문제로만 치부하고 다른 곳들은 혹여나 같은 일 생길까 눈치만 본다면 결국 금속노조에 대한 신뢰가 더 무너지고 우리 조직이 약화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대전= 강정주

김종원 콘티넨탈지회 부지회장은 “회사가 해고자들은 지회 사무실과 휴게실만 출입하도록 해서 현장 조합원들을 만날 수 없다”고 폭로했다. “검찰청 앞 게시판에 검찰이 ‘친절한 민원서비스’라고 적어뒀다. 우리도 민원인이다. 3개월이 지나도록 신경 쓰지도, 처리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김 부지회장은 검찰의 행태에 분노했다. 김 부지회장은 “이러니 검찰에 검찰이 직무유기 한다고 노동자들이 고소하는 상황까지 오는 것 아니겠냐”며 “최소한 자신들이 얘기하는 법과 원칙이라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고자들과 함께 자리를 지키는 동지들이 있다. 대전충북지부와 지역 노동자들은 4월 중순부터 검찰청 앞에서 매일 108배를 하고 있다. 요구는 ‘노조파괴 사업주 구속’과 ‘불법 노조 해체’다. 임성우 대전충북지부 총무부장은 “노조파괴 문제는 한 사업장, 금속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노조가 있는 곳이라면 다 느끼는 문제”라며 “그러니 같이 해결해보자는 마음으로 지부 소속 지회, 지역의 타 연맹 조합원들도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총무부장은 “이 앞에 있으면 매일 검찰 높은 사람이든 직원들이든 다 본다. 더 이상 정권, 자본의 눈치 보지 말고 제대로 수사하라는 이 호소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 김종원 콘티넨탈지회 부지회장은 “검찰은 3개월이 지나도록 민원인이 서있지만 신경 쓰지도, 처리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최소한 자신들이 얘기하는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검찰을 규탄했다. 대전= 강정주

지역 노동자들 108배로 같이 싸운다

두 조합원은 노조파괴 문제에 노조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원 부지회장은 “언젠가부터 복수노조가 늘어나지 않는다. 이미 자본은 상신브레이크, 발레오만도, 콘티넨탈, 보쉬전장 등 사례를 만들면서 노조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저렇게 하면 깨진다, 너희도 당할 수 있다는 말에 노동자들이 더 위축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렇기 때문에 현재 노조파괴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의 승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럴 때 일수록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서 힘과 조직력,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노조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근원 전 지회장도 “내부에서 다시 조직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과반을 차지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는 민주노조 무력화 하면 그만이다”라고 현실을 꼬집었다. 정 전 지회장은 “자본은 노조가 없는 세상을 원한다”며 “노조파괴를 한 사업장 문제로만 치부하고 다른 곳들은 혹여나 같은 일 생길까 눈치만 본다면 결국 금속노조에 대한 신뢰가 더 무너지고 우리 조직이 약화되는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어렵지만 현장에서 버티며 금속노조를 지키는 조합원들에게 노조가 희망이 돼야 한다고 얘기한다. “복수노조 간 사람들은 임금 인상이다, 타결금이다 해서 몇 천 만원씩 돈 받아갈 때, 우리 조합원들은 해고자 생계비 지원하느라 돈 더 내고 차별받으면서도 견디고 있다. 회사가 크루즈 여행 보내준대도 거부하고 조퇴투쟁 하면서 자기 돈 모아 단합대회 하고 힘내는 게 지회 조합원들이다.” 정 전 지회장은 현장 조합원들의 상황을 설명했다.

정 전 지회장은 “조합원들은 대단한 사람 아니다. 하지만 민주노조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처절하게 버티고 있다”며 “이런 소중한 동지들을 위해서라도 노조가 살아나고 희망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노조 대전충북지부 지회와 지역 노동자들이 검찰청 앞에서 108배를 하며 노조파괴 사업주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7월2일 이성우 대전충북지부 총무부장이 108배를 하고 있다. 대전= 강정주

“기죽지 말자. 힘냅시다”

김종원 부지회장은 “조합원들은 아직도 복수노조 생길 당시 금속노조가 거대한 우리 조직의 힘을 더 보여줬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며 “지금이라도 그런 모습과 투쟁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수노조 생기고 현장통제가 더 심해졌다. 예전에 착용하지 않던 모자를 쓰고 일해야 한다. 조합원들 투쟁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이 모자 벗어버리는 일이라고 한다.”

김 부지회장은 “조합원들은 꼭 다시 금속노조 복원하자고 얘기하면서 남아있다”며 “쟁의권을 갖고 작게나마 우리 투쟁 하는 게 조합원들 바람이다. 조합원들은 등벽보도 다 각자 만들어서 달고 있다. 적은 수지만 우리 스스로 주체가 되고 있다”고 현장의 결의를 전했다.

“전국의 동지들, 기죽지 맙시다. 힘냅시다.” 정 전 지회장은 금속노동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정 전지회장은 “복수노조, 노조파괴 사업장도 이렇게 버티면서 자본에 대항하고 있다는 것 알아 달라”며 “우리도 다시 조직력 회복해서 동지들과 예전처럼 함께 하는 시간 빨리 만들겠다”고 말한다. “의기소침하지 맙시다. 우리가 뭉쳐 싸우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하나의 조직, 단결된 힘으로 같이 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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