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경기불황 속에서 꾸준히 성정하는 업종이 있다. 소위 온라인 구인구직사이트 업종이 바로 그것. 최근 취업관련 구인구직사이트는 크게 정규직 채용과 경력직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잡코리아, 파인드잡, 사람인이라는 사이트와 소위 ‘알바’라고 불리는 임시직과 비정규직 중심의 알바몬, 알바천국으로 양분돼 있다.

이 중 알바몬과 알바천국 두 회사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한국노동시장에서 정규직 채용시장은 줄어들고 임시직, 비정규직 채용 시장은 점점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알바’의 의미도 변하고 있다. 독일에서 노동을 뜻하는 아르바이트(Arbeit)에서 유래한 ‘알바’는 본래 ‘학생이 본업인 학업 이외에 돈을 벌기위한 목적으로 짧게 행하는 모든 일’을 의미했다. 그래서 보통 대학생들이 방학 배낭여행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혹은 노트북이나 핸드폰 등을 구입하기 위해 ‘임시로 하는 노동’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 지난해 12월, 어느 알바 사이트에서 전국 대학생 1,9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대학생이 알바하는 이유는 용돈마련(40.4%)과 생활비 마련(34.5%), 등록금 마련(16.3%)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91.2%가 “어쩔 수 없이 알바를 한다”고 응답하고 있으니 알바는 이제 필수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 것. <자료사진>

고용관계에 얽매이지 않은 임시직으로 자유롭고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알바, 더구나 물 좋은 어느 수영장에서 알바를 하다가 이성친구를 사귀게 됐다거나 스키장에서 알바를 하면서 공짜 스키를 원 없이 타봤다는 등의 이야기까지 가미되면서 1980, 1990년대 청춘을 보냈던 분들에게는 ‘알바’라는 말은 약간의 낭만과 로맨스까지 들어있었다.

2013년, 현재 알바생의 현실은 냉혹하다. 먼저 알바는 더 이상 부업이 아니라 본업, 생존을 위한 필수다. 지난해 12월, 어느 알바 사이트에서 전국 대학생 1,9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대학생이 알바하는 이유는 용돈마련(40.4%)과 생활비 마련(34.5%), 등록금 마련(16.3%)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91.2%가 “어쩔 수 없이 알바를 한다”고 응답하고 있으니 알바는 이제 필수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 것. 이제 대학생들에게 알바는 방학 중 잠깐 하는 ‘임시노동’이 아니라 등록금과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365일 학업과 함께 병행해야 하는 ‘생존노동’이다. 따라서 알바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항상 접속해서 24시간 확인해야 하기에 알바알선업체 앱은 젊은 층의 필수 스마트폰앱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알바생의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5월15일 대구청년유니온은 대구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지역 입점수 상위 6개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을 대상으로 주휴수당과 최저임금 지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당수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대구 토종 커피전문점인 다빈치, 슬립리스 인 시애틀, 핸즈커피, 코페아커피 등 네 곳과 전국 브랜드인 카페베네, 엔젤리너스 등이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임금이 무려 29억2천여만원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단순한 저임금의 문제라면 오히려 다행이다. 비슷한 시기 강원랜드에서 정규직 채용을 조건으로 알바생에게 키스를 요구하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등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를 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건은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있는 알바생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알려주는 극단적인 사건이다.

이제 ‘알바생’은 더 이상 청년층만의 용어가 아니다. 40대 중반 조기퇴직 당하고 퇴직금으로 겨우 차린 치킨집도 3개월 만에 날려먹고 사회 극빈층으로 전락한 중장년층도 알바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런 알바는 애들만 하는 줄 알았소”라고 말하면서.

청년, 중년층까지 대한민국 전체가 알바생들의 천국이 돼가고 있다.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으면서 사내 복지제도까지 누리는 우수한 노동조건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아무런 법과 조직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열악한 임시직, 비정규직이 다수가 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풀어야 할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김범우/ 광고회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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