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이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변화를 시작하고 있다. 2001년 창간한 <프레시안>은 5월3일 전환총회를 열어 법인형태를 주식회사에서 ‘직원+소비자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로 의결했다고 5월6일 밝혔다.

같은 언론계에 있다 보니 최근 몇 년 동안 <프레시안>의 경영이 어렵다는 얘기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들려오긴 했지만,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결정했다는 소식은 상상할 수 없었던 부분이다. 세계적으로 협동조합 형태의 언론매체는 매우 드물 뿐 아니라,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 사례는 <프레시안>이 최초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놀라웠던 협동조합 전환 결정과 관련해 <프레시안>이 첫 화면에 내건 결의문에선 그간 구성원들이 맞부딪쳐야 했을 수많은 고충들이 읽혔다. 현재 첫 화면에 올라있는 결의문에도 나타나 있지만 그간 <프레시안>은 언론사의 ‘밥줄’인 광고를 받는데 있어 엄격한 원칙을 지켜왔다. 기사 논조와 맞지 않는 광고와 긴장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가장 큰 광고주인 정부와 재벌기업과 광고를 ‘거래’하지 않았던 것이다.

보통 온라인을 기반으로 신문들은 온라인 광고 배너를 클릭해 광고수익을 올리는 CPC(Cost-Per-Click) 방식이나, 1000회 노출 기준으로 광고를 책정하는 CPM(Cost-Per-Mile) 방식으로 수익을 올린다. 광고 매출과 직결되는 페이지뷰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단어로 무장한 ‘낚시성’ 제목에 대한 유혹에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프레시안>이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이런 유혹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다른 인터넷신문들과 비교할 때 상당한 노력을 해왔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생존의 위태로움이다. 권력이 이미 시장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기업 광고와 기사를 거래하지 않고 광고를 낚는 제목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건, 구성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날마다 불안하게 버텨왔음을 뜻한다. <프레시안>과 유사한 진보 성향의 인터넷 신문이 보도와 별개의 문제라며 정부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홍보 광고를 받고 삼성 역시 경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던 사례를 떠올려 볼 때, 최소한 자본에 종속될 우려 자체를 차단하려 노력해온 <프레시안>의 자세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는 필자의 생각이다. 아마도 이런 자세가 바탕에 있었기에 협동조합으로 전환 결정 역시 가능했으리라.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결정한 <프레시안>에 대해 더욱 기대하는 부분은 바로 지배구조가 바뀐다는 데 있다. 일반적인 기업의 형태에선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지만, 협동조합에선 노동이 자본을 고용한다. 특정인이 운영과 권한의 전권을 쥐는 게 아닌, 독자와 필자, 노동자 등 조합원들이 <프레시안>이라는 언론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는 신문, 방송의 주인은 독자, 시청자라는 판에 박힌 수사로 갑(甲)인양 포장됐던 을(乙)인 언론 소비자에게 실제로 기획·취재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함을 의미한다. 독자와 기자가 연대하고 협력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언론이란 이름의 거대한 장을 함께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선언한 지 보름 가까운 시간이 지난 현재 2,500명이 넘는 이들이 조합에 가입했다. <프레시안>은 1만명의 조합원을 확보하면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독자와 기자가 주인으로 우뚝 서는 새로운 형태의 대안 언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출자금 3만원, 월 조합비 1만원이면 누구나 <프레시안> 협동조합 가입이 가능하다. 사실을 전하지 않는 언론, 사실 아래 진실을 묻어버리는 언론의 잘못된 고리를 끊는 실험에 동참하기 위해 매달 영화 한 편(주말기준) 정도만 포기하면, 더 이상 언론 소비자를 ‘을’의 위치에 붙들어두는 언론이 아닌 ‘갑’으로 세우는 새로운 언론모델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다.

김세옥/ <피디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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