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삼보일배를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유시영을 구속하라. 노조탄압 박살내자”는 구호를 외친다. 5월8일 네 시간 파업을 하고 유성기업 아산, 영동지회 조합원들은 천안버스터미널에서 검찰청 천안지청 앞까지 삼보일배 투쟁을 전개했다. 4월24일에 이어 두 번째다.

“법원과 검찰은 노동자들에게 12억원 손해배상을 결정했다. 실정법을 어기며 노조를 파괴하고 노동자를 탄압한 사업주에게 법원과 검찰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 사법기관이 제대로 판단하지 않아 일터에서 일해야 할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김순석 유성기업 아산지회 부지회장은 검찰의 사장 봐주기 수사를 규탄했다.

▲ 5월8일 천안에서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노조파괴 사업주 처벌과 이 사업주를 처벌 않는 검찰을 규탄하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신동준

삼보일배에 참여한 한 조합원은 “절 한 번 할 때마다 더 악이 받친다. 더 강한 마음을 먹고, 내일 더 열심히 투쟁하겠다는 다짐을 했다”며 “걷고 절을 하는 내내 우리 투쟁으로 사측을 반드시 바꾸겠다는 결의도 다시 했다”고 말한다.

“내일 더 열심히 투쟁하자”

3월20일 홍종인 지회장이 굴다리 농성을 중단할 때 회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달 가까이 지나도록 해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홍종인 지회장은 “굴다리에서 내려온 뒤 특별교섭을 한 차례 진행했다. 회사는 해고자는 일단 복직 조치하고 법원이 절차가 잘못됐다하니 절차를 다시 밟아 재징계하겠다는 안을 냈다”며 “농성 이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특별교섭 결렬을 선언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2011년 임금교섭은 2013년 5월9일로 55차까지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회 요구안에 대한 안이 있다면서도 교섭에서 내놓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회사는 외부에서 보기에 노조와 대화하고 문제 해결 의지가 있는 것처럼 꾸미면서 공장에서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홍 지회장의 설명이다. 영동공장 관리자들은 해고자의 현장 출입을 차단하고 있다. 파업을 이유로 상여금을 삭감했고, 어용노조와 회사는 ‘명예훼손, 업무방해 가처분’을 냈다. 홍 지회장은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며 “회사가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5월8일 천안에서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노조파괴 사업주 처벌과 이 사업주를 처벌 않는 검찰을 규탄하며 삼보일배 대오를 따라 행진하고 있다. 신동준

조합원들은 4월1일과 2일 전면파업, 3일부터 매일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2주 동안 매일 두 시간 파업했고, 이후 한 시간 이상 파상파업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진행 중이다. 현장을 순회하고 회사 관리동에서 집회를 진행한다.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부서 관리자에 대한 투쟁도 벌인다. “조합원이 소수인 부서에서 탄압 상황이 터지면 지회가 다같이 대응한다. 조합원들도 ‘내 동료가 많구나’라고 느끼면서 더 힘을 낸다”고 한 조합원이 설명한다.

해결 의지 없는 사측, 40일째 이어가는 파업 투쟁

매일 진행하는 파업으로 인해 월급을 70~80만원 밖에 받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있다. 한 조합원은 “잘못한 것도 없이 27명이 해고당하고 현장에서 당하는 게 너무 억울하다”며 “조합원들은 이제 돈도 필요 없으니 꼭 이기자는 다짐을 하면서 파업을 하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다가오는 5월18일을 유성기업 노동자는 결코 잊을 수 없다. 2년 전 회사는 직장폐쇄를 하고 용역깡패를 현장에 투입했다. 홍완규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5월은 가정의 달이지만 유성 노동자들에게 잔인한 달”이라며 “지금도 아산 비닐하우스를 지날 때면 억울하게 당한 그때가 생각나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치를 떨었다.

▲ 5월8일은 어버이날.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이 카네이션이 놓인 꽃집 앞을 삼보일배로 지나가고 있다. 유성 조합원들은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대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신동준

홍종인 지회장은 “용역깡패의 흉기에 머리가 터져 피흘리는 조합원들, 공권력에 의해 끌려나오는 조합원들을 막으면서 절규하던 가족들 모습이 떠올라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며 “2년 동안 노동자들은 구속, 해고당하고 고통 받았다. 정부, 검찰은 그 분노와 한을 풀어주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홍 지회장은 “국정감사, 청문회에서 다 드러난 불법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회사에 노조탄압, 노조파괴를 계속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잊지 못할 5.18… 2년 지났지만 탄압은 현재진행형

두 지회장은 노조탄압에 맞선 노조 차원의 투쟁을 주문했다. 홍완규 지회장은 “현장 투쟁은 더 강하게 이어갈 것이다. 노조는 노조파괴에 대한 큰 틀에서 투쟁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종인 지회장은 “금속노조 안에 더 이상 노조파괴 사업장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며 “한 사업장의 요구가 아니라 노조 전체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5월8일 삼보일배 투쟁을 마친 조합원들이 검찰 천안지청 앞에서 문화제를 하고 있다. 지회장 등 간부조합원들이 노래공연을 하고 있다. 신동준

회사 개입으로 만들어진 복수노조는 여전하다. 하지만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다시 하나의 금속노조로’ 라는 목표를 가지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유성투쟁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다. 조직으로 뭉친 싸움이 왜 중요한지, 한 번 무너진 조직을 다시 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느꼈다. 유성기업에 다시 하나의 조직을 세우고 당당히 민주노조 깃발을 사수하는 역사를 만들고 싶다.” 홍종인 지회장은 이후 투쟁의 목표를 이렇게 설명했다. 홍 지회장은 “금속노조를 무력화 하려던 사측의 의도를 깨고 우리 힘으로 어용노조를 무력화하는 것. 유성 투쟁의 두 번째 목표다”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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