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울 노숙 시작이다. 한진중공업지회 최강서 조합원이 열사가 된지 57일이 지나도록 본격적인 교섭 한 번 열리지 않았다. 20일째(2월18일 현재) 공장 아스팔트 위에 동지의 시신을 둔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은 서울 투쟁길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조남호 회장에게 이제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는 절절한 외침을 전달하기 위해서.

2월14일 부산 한진중공업 앞에서 부산지역 민주노총 소속 연맹과 사회단체, 제정당 대표자들이 시국농성에 돌입하던 날,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들은 서울로 올라왔다. 조합원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집 앞과 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사무실, 한진중공업 본사, 조남호 회장 집 앞으로 흩어져 1인시위를 시작했다. 15일부터 매일 밤 박근혜 당선인 집 앞에서 노숙하며 밤을 새운다.

▲ 장현철 한진중공업지회 조직부장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집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정주

2월15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집 앞에서 만난 지회 장현철 조직부장은 14일 상경한 조합원들보다 조금 앞서 서울 투쟁을 시작해 이날로 8일째 1인시위 중이다. “몇 년 동안 회사 안, 천막, 서울 투쟁하면서 명절 보냈습니다. 가족들,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올 설 명절은 박근혜 당선인 집 앞에서 보냈다.

“박근혜 당선자, 왜 노동자가 죽었는지 압니까”

“60일 가까이 강서 장례도 못 치르고 있는 마음은 말로 다 못합니다. 강서는 바닥에 누워있고 우리 상황이 이런데 새해라는 기분도 안납니다. 새해 복 받으라는 문자가 여기저기 왔지만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심정으로 여러 날 집 앞을 지켰지만 박근혜 당선인은 노동자들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매번 당선인 차가 집에서 나가고 들어올 때면 경찰들이 피켓 앞을 막아 선단다. 한참 얘기를 나누는 동안 박 당선인이 차를 타고 집 밖으로 나갔다. 차 뒷자리 창문에 가림막이 쳐있고, 1인시위를 하는 쪽을 비껴 황급히 지나갔다.

장 조직부장은 “박근혜 당선인 만나면 강서가 왜 죽었는지 알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냥 한 명이 죽었다더라가 아니라 유서 내용은 아는지, 어떤 탄압 때문에 죽었는지 제대로 알려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주익 열사, 배달호 열사 모두 손배가압류 때문에 죽었습니다. 같은 이유 때문에 노동자들이 반복해서 죽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세상 좋아졌다고 하는 말은 가진자들만의 세상이 됐다는 것 증명하는 겁니다.”

▲ 황영진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정주

또 다른 조합원들은 인수위 국민통합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날 1인시위를 시작하며 한광옥 국민통합위원장에게 면담 요청도 했다. 1인시위를 하고 있던 황영진 조합원은 “만나줄지 모르지만 붙잡고 회사가 어떤 탄압을 해서 사람이 죽었는지, 불공평한 현실을 제대로 알고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회사는 힘 센 사람이 애 괴롭히듯이 돈, 휴업 가지고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기업노조로 넘어오면 현장 복귀 시켜준다면서 생계 가지고 장난치고 있다.” 황 조합원은 “돈 더 달라고 싸우는게 아니라 정말 가족과 생존을 위해 싸운다는 거, 회사가 얼마나 악독한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사람 목숨 가지고 장난치는 회사, 똑똑히 알아달라

황 조합원은 “회사는 강서 형이 생계 때문에 죽었다고 하지만 정리해고 안 되고, 복직했는데 몇 시간만에 쫓아내 기약없는 강제휴업 시키는 일 없었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두 회사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그 억울한 마음 누구보다 잘 아는 당사자인 우리들이 더 열심히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쟁취했던 단체협약이고 뭐고 복수노조 생기고 다 뺏겼다. 강서 형도 복수노조, 이탈한 조합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원망이 컸다. 나 혼자만 빠져나가지 말고 다같이 노조를 지켜야 한다.” 황 조합원은 ‘어떻게 지킨 민주노조 입니까. 지회로 돌아오세요’라는 최강서 열사의 유언이 모든 지회 조합원들의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손배가압류, 강제휴업, 노조탄압 반드시 해결하는 싸움 할겁니다. 하지만 이 투쟁이 마무리 돼도 강서 형 보내면서 웃으며 술 한 잔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회사 정상화돼서 예전으로 돌아가면, 그때는 정말 웃으면서 형님들이랑 술 한 잔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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