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트위터에서 어느 국회의원의 맨션을 보고 또 보게 됐습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노조 총회에서 민주당 용역폭력진상조사단(신계륜, 은수미, 김경협, 김민기, 김현, 장하나, 진선미, 한정애)대표하여 감사패 받았어요. 컨택터스의 폭력 앞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노조.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의 밑거름되시길.”

트위터 맨션을 읽으며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노동조합에서 국회의원 혹은 민주당에 진짜로 감사패를 주었는지 믿을 수 없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사실이더군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주당의원들에게 감사패를 준 노동조합의 마음을 이해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으나 참 야속하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 컨택터스의 폭력에 의해 노동조합이 와해되었음에도 여전히 남아서 기를 쓰고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용역깡패들의 폭력에 노조는 와해되었을지언정 굴복하지 않고 여전히 처절하게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는데……. 12월7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노조 3대 현안투쟁 승리를 위한 1박2일 집중투쟁 첫 번째 집회에서 몸짓패 '들꽃'이 폭설 속에서 율동공연을 펼치고 있다. 신동준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보장하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미안해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상을 준다고 넙죽 받아간 국회의원들이 참 후안무치하다는 생각에 어이없었고, 게다가 감사의 인사치레는 더 기가 막혔습니다. 컨택터스의 폭력 앞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노조라니……. 그 의원도 마음에 걸렸는지 물음표를 붙였더군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컨택터스의 폭력에 의해 노동조합이 와해되었음에도 여전히 남아서 기를 쓰고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용역깡패들의 폭력에 노조는 와해되었을지언정 굴복하지 않고 여전히 처절하게 싸우는 노동자들이 있는데……. 이 노동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걸까요? 아니라면 어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민주당에서 ‘용역폭력진상조사’단을 조직하고 국회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한 것은 칭찬받을 일입니다. 한편으론 국민에게서 권리를 위임받은 자들로서 당연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국회에서 읽은 자료는 저를 포함한 우리가 흔히 ‘노조 관료’라고 부르는 노조활동가들이 몇 날 며칠을 새워가며 작성한 자료였을 겁니다. 그럼에도 노조활동가들은 “니들이 해준 게 뭐가 있냐”라는 욕을 먹고, 그 자료를 국회에서 읽은 국회의원들은 감사패를 받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요?

“누가 이들을 철탑에 오르게 했나요? 친 기업 반노동 새누리당정권 아닌가요. 12월19일 정권교체 하여 웃는 얼굴로 내려오게 합시다!”

대선 전엔 위와 같은 맨션도 보이더군요. 제가 쓴 게 아닙니다. 감사패를 받은 정당 소속의 전직 총리가 노동자들의 싸움을 지지한다며 올린 트위터 맨션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본인이 총리였을 때 몰매 맞고 쫓겨난 노동자들이 있다는 건 까마득히 모르나봅니다. 혹은 잊었나봅니다. 제게는 바로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데 잊을 만큼 세월이 많이 흐른 걸까요? 그들의 환골탈태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제야 노동자들의 삶이 눈에 들어와 밟히는 것인가요? 힘을 가졌을 때는 두 눈 감고 있었는데 힘을 잃고 나니, 두 눈 뜨고 보니 목불인견인건가요? 새삼스럽게도?

▲ “누가 이들을 철탑에 오르게 했나요? 친 기업 반노동 새누리당정권 아닌가요. 12월19일 정권교체 하여 웃는 얼굴로 내려오게 합시다!” 대선 전엔 위와 같은 맨션도 보이더군요. 제가 쓴 게 아닙니다. 감사패를 받은 정당 소속의 전직 총리가 노동자들의 싸움을 지지한다며 올린 트위터 맨션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본인이 총리였을 때 몰매 맞고 쫓겨난 노동자들이 있다는 건 까마득히 모르나봅니다. 지난 해 6월28일 <꽃다지>가 노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공연하고 있다. 신동준

노동자들은 지난한 싸움에 힘들 것입니다. 인간임을 부정당한 폭력 앞에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었을 테고 고마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지푸라기 하나에 감격하다 동아줄은 언제 꼴 수 있을까요? 권력을 잃었을 때는 표를 얻기 위해서 우리를 편들어주었다가, 권력을 잡으면 노동자의 등에 칼을 꽂는 권력이 아니라 시종일관 내 편 들어줄 권력을 갖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요?

현장의 노동자들이 감사패를 주어야 할 사람은 국회의원이나 명망가가 아닙니다. 투쟁의 현장에서 얻어터지며 꿋꿋하게 싸워온, 앞으로 싸울 노동자 자신입니다. 현장에서 싸우는 노동자가 없다면 어느 명망가가 목소리 드높인다한들, 수천 수백만 시민들이 연대한다한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지 않을까요?

세상을 바꾼 보통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했던 에릭 홉스봄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주역이라고 했습니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인 우리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기를 바라며, 우리 스스로를 믿고 위로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의 말을 되새겨봅니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포기해선 안 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 에릭 홉스봄

여느 해보다 한기가 몸에 스며드는 2012년 겨울이었습니다. ‘잘 가버려라 2012년’이 아니라 ‘기억하겠다 2012년’이기를 바래봅니다. 세상에서 쫓겨나 한뎃잠 자며 싸웠던 우리 스스로를 기억하고 한걸음 더 내딛는 순간이길 바래봅니다.

*이 불빛보다 한참 위에 문기주, 복기성, 한상균. 세 노동자가 있다. “잘 들리나요?” 물으니 땅위의 사람들보다 우렁찬 함성으로 대답한다. “괜찮아요.” 노래를 마칠 때마다 “앵콜~” 도 외친다. 당신들이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고맙습니다.

민정연 <희망의 노래 꽃다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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