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은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에 형성된 광활한 갯벌이 간척사업으로 막히며 붙여진 이름이다.

1987년 전북지역 표심을 얻기 위한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대선공약으로 시작된 이 간척사업은 1991년 ‘새만금 종합 개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착공된다. 착공 당시 1조 3천억 원이던 사업비는 3조 489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리고 2006년 4월 21일,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끝났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시작해 가력도, 신시도, 야미도를 거쳐 군산시 비응도까지 이어진 무려 33㎞에 달하는 방파제가 완공된 것이다. 그 결과,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육지가 생겨났다. 아니, 생명의 보고였던 갯벌이 사라졌다.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은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펼쳐지며 몇차례 공사를 중단시키기까지 했으나 결국 공사를 막진 못했다. 전북도민들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북도민들은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전북의 미래가 바뀔거라고 믿고 있었다.

▲ 새만금 방조제 안 쪽의 생물들이 죽어가는 것이 한 눈에 보인다. 바닷물이 흐르지 않으니 생물이 죽는 것은 당연하다. 윤희용 블로그

그렇다면 2012년 지금 전북도민들은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현실은 암담하다. 사실 장밋빛 환상만 난무하지, 새만금 간척지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1조원 넘는 돈을 수질개선에 쏟아 부었지만 나아진 게 없었고, 외자유치도 이루지 못했으며 어민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공단을 만들기 위해선 흙을 덮어야 하지만 매립할 흙을 구할 수 없고, 공업용수를 끓어오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또 다시 새만금이 등장한다. 1987년 전북도민의 표심을 얻기 위해 시작한 간척사업의 저주가, 2012년 새만금특별법 국회통과로 새만금개발청 신설로 이어지고 있다. 또다시 해마다 1조원이 넘는 돈을 새만금에 쏟아붓겠다고 한다.

경제적 타당성, 사업의 효과, 환경 문제 등을 간과한 대선공약이 어떻게 짐으로 남는지를 새만금간척사업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새만금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최대 사업이었던 4대강 살리기사업도 22조원을 쏟아 부었으나, 경제적 효과는 커녕 환경재앙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에서도 각종 개발공약이 난무한다. 동남권신공항에서 목포~제주간 해저터널,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대선시기마다 나왔던 공약들이 재탕 삼탕되고 있다. 그 중심에 새만금이 있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전북도민들은 새만금이라는 말에 현혹되어온 것이다. 이제 그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우선 필요하다. 언제까지 새만금의 망령에 휘둘려서 지역의 진정한 발전을 외면할 것인가. 새만금이 아닌 전북도의 지역 활성화는 불가능한가. 우리가 꿈꾸는 지역의 발전은 무엇인가. 이것은 전북도의 문제만이 아니다. 낙후되어 있다고 느끼는 지역주민 모두의 문제이다. 장밋빛 환상으로 일부 토건업자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닌, 도민 전체가 상생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공약을 남발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경고를 던지며, 진정한 지역 발전의 길,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도민 전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공약을 요구해야 한다. 무엇을 만들기보다 어떤 토대를 갖출 수 있도록 할 것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고기 한 마리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것이다. 그것을 강제할 힘은 오로지 유권자들에게 달려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명희 / 녹색연합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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