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와 노조탄압, 회사 지배 아래 복수노조 설립. 이 수순을 거친 전국의 많은 금속 사업장들이 회사의 현장탄압과 노조말살정책에 신음하고 있다. 유성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조합원 선별복귀와 어용노조로 가입 위한 회유, 협박. 금속노조 조합원만 선택해 가해지는 차별대우까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변하고 있고 현장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유성기업지회는 11월 3주 동안 매주 1회 전조합원 파업을 진행했다. 지회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파업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얘기했고 조합원들은 더 해보자고, 끝까지 해보자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매일 홍종인 지회장이 농성을 하고 있는 굴다리 아래서 촛불문화제를 하고 텐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성기업 아산지회 제공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파업 결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10월 벌어진 생산1과 야유회 문제가 터지면서 더 본격화됐다. 생산1과 소속장이 독단적으로 확정된 야유회를 취소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생산1과 조합원 조퇴 투쟁, 이후 전조합원 파업  투쟁 등을 벌이면서 소속장 사과를 받아냈다. “성질나잖아요. 예전에는 조합원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던 관리자들이 복수노조 생겼다고 조합원들을 마음대로 탄압하니까요.” 한 조합원은 한 노조 울타리 안에 있는 조합원들이 탄압받는 것을 두고볼 수 없어 다른 과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같이 싸우자는 결의를 했다고 말한다.

“누가 시켜서 한게 아니었어요. 우리 스스로 지금 상황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움직였죠. 요즘 현장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또 다른 조합원도 “파업, 한 번이 어렵지, 이제 같이 뭉쳐서 싸우는데 겁날게 뭐 있겠냐”면서 “어용노조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일을 하니 예전만큼 회사에 타격을 주지 못하는 것 같아 그게 아쉽다”고 하소연 했다.

지난해 현장 복귀 이후 회사의 현장 통제가 강화됐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이 많이 위축됐다. “점심시간에 1분도 먼저 자리 뜨지 말라면서 관리자들이 문을 지키고 서있었어요. 별다른 이유가 없어도 자기 지시 안 따른다고 계속 경고장 주고, 징계하겠다고 협박하고.” 하지만 요즘은 회사의 이런 태도도 약화됐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 위축시키고 압박하겠다고 한건데 이제는 우리가 그런 통제에 안 흔들리고 무시하니까 회사도 약해지더라고요”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12월4일 현재 45일차 굴다리 농성을 하고 있는 홍종인 지회장. 유성기업 아산지회 제공

기계 붙잡고 매일매일 투쟁

11월30일 조합원들이 현장투쟁 일환으로 투쟁 요구를 적은 색지를 자신의 설비, 현장 곳곳에 부착했다. 관리자들이 색지를 떼고 방해하니 조합원들이 지회 간부들과 같이 뭉쳐서 항의했다. 한 조합원은 “기계를 멈추고 나가서 파업하는 것만이 싸움이 아니예요. 홍종인 지회장이 얘기했듯이 현장에서부터 싸우는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냐”면서 “우리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매일매일 현장에서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하나같이 ‘복수노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조합원은 “우리 현장이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노동자가 갈라섰다는 점이다”라며 “우리가 하나일 때는  회사가 어쩔 수 없이 우리 요구를 들어줬지만, 지금은 회사는 빠진 척하며 노동자들끼리 싸움 붙여놓은 것 아니냐”고 말한다. 결국 회사만 좋은 일 시키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조합원은 “단위사업장에서 복수노조는 다 없어져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쳐 싸워도 부족할판에 한 회사 안에서 이렇게 갈라져 있는게 말이 되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이 조합원은 “용역깡패도 꼭 없어져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계속 복수노조로 있으면 회사는 돈 가지고 계속 장난하면서 조합원들을 힘들게 할겁니다. 돈이 싫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20년 넘게 노동조합 활동했고, 어떻게 노동조합 지켜왔는지 뻔히 아는데 노동자 자존심을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없습니다.” 곧 정년퇴직을 앞둔 한 조합원은 투쟁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회사가 파업안하면 1백만원 주겠다고 하고, 성과금도 어용노조에만 주면서 돈가지고 장난치고 있다”면서 “몇 개월 임금 한푼 못 받으면서 직장폐쇄 견디고 들어왔는데 이제와서 그런 장난에 넘어갈 순 없다”고 강조했다.

▲ 유성기업 아산공장 벽에 조합원들이 매단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유성기업 아산지회 제공

“노동자 갈라지면 회사만 좋은일 시키는 것”

“이 투쟁 승리하는 길은 우리가 흔들리고 깨지지 않고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것 뿐입니다.” 조합원들은 요즘 지회 조합원끼리 더 자주 모이면서 예전보다도 더 뭉치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홍종인 지회장이 농성을 하고 있는 굴다리를 지키면서 같이 밤도 새우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동지애가 쌓인다는 것. “직장폐쇄 투쟁 겪으면서 조합원들이 더 열성이 돼서 이제 집회 나가는거 싫다는 사람도 없고 파업도 웬만하면 전원 참석”이라며 “우리 결의도 높이고 간부들도 더 많이 생기고, 어찌보면 회사가 좋은 일 했다”고 말한다. 사무관리직까지 가입시킨 탓에 아직 어용노조가 다수노조지만 기세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인다.

회사가 철저히 준비한만큼 쉽게 모든 문제가 풀리지는 않을거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노조를 반드시 파괴하겠다는 회사에 맞서는 힘은 노동자가 뭉치고 투쟁하는 것 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만큼 자신감도 있다고 말한다. “유성기업지회가 싸우지 않고 원하는걸 얻은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런 각오로 유성기업 현장이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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