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4일) GM 프리츠 핸더슨 회장이 한국에 왔다. 산업은행과 GM대우의 향후 처리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협상이 시작되었지만, 가장 최우선 과제인 GM대우 정규직,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자들에 대한 의제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GM은 GM대우를 인수한 후 지금까지 엄청난 영업이익을 챙겨왔다. 하지만 지난해 선물환 투기로 무려 3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다. 그 후 GM대우는 무능부실경영의 책임을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자들에게 전가시켰다. 지난 3월 10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고, 추석명절 직전 9월에는 6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또다시 해고했다.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임금동결과 복지축소를 받아냈다. GM은 GM대우가 ‘글로벌 소형차 기지’라며 ‘구조조정은 없다’고 언론플레이를 해왔지만 이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정부와 GM은 협상에서 경영권을 중심으로 한 기싸움 만을 벌일 뿐 정작 부당하게 쫓겨난 노동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한국정부와 GM에 촉구한다. 협상의제에 비정규직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를 무엇보다 우선해서 짚어 넣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 폐업철회, 복직을 비롯한 비정규직의 원상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한 산업은행은 결코 GM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 기업이었던 GM의 부실무능경영의 책임을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계층인 비정규직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를 정부가 앞장서서 도와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소형기지’라는 주장도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이미 중국을 소형차 수출기지로 삼겠다는 방침아래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근시일내에 한국은 단순 조립, 생산을 담당하는 하도급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GM대우의 자구계획안을 들여다보면 2년간 연구개발비와 투자비1조 7000억원을 삭감해 선물환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2년간 신규투자를 전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GM은 GM대우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의 고용보장과 GM대우의 발전적 전망을 위해서라도 하청기지화만은 막아야 한다. 40만에 달하는 노동자들의 미래가 담긴 유망한 산업의 전망을 단절시키려는 기업에 국민의 혈세를 지원하는 것을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GM대우가 그 무엇보다 사람과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위한 협상과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 윗 글은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박유기)이 10월 15일 발표한 입장입니다. 그대로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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