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이 지난 8월 13일 첫 파업을 벌였다. 이는 르노삼성자동차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13일에 이어 17일과 22일, 9월 3~5일 내내 르노삼성자동차지회는 1~3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희망퇴직 철회와 단체협약 체결.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에게서 터져나온 구호다. 내 일터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 8월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설립 이후 노사는 지금까지 3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회사는 형식적으로 교섭에 나설 뿐 아직까지 진척이 없었다는 것이 박종규 지회장의 설명이다. 그리고 8월 10일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회사가 연구, 개발, 디자인 부문을 제외한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

▲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조합원들이 파업을 벌이고 공장 안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제공.
이에 지회는 대규모 구조조정의 일환인 희망퇴직 철회를 위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르노삼성자동차 전체 노동자가 뭉쳐서 싸워야 할 사안이라는 공감 속에 임시 총회를 열고 ‘부장 이하 직책없는 자, 르노삼성자동차 모든 노동자’로 조합 가입 범위도 수정했다. 회사가 희망퇴직 기간으로 발표한 9월 7일까지 사흘을 남겨둔 4일 박종규 지회장을 만나 희망퇴직 발표 이후 현장 상황을 들어봤다.

8월13일, 르노삼성자동차 사상 첫 파업

현장은 희망퇴직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희망퇴직을 하겠다는 이가 없으니 관리자들의 압박이 시작됐고, 비조합원 위주로 면담을 하면서 그만두라는 회유가 시작됐다는 것이 박 지회장의 설명이다. 이때부터 하나 둘씩 공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문제는 연달아 발생했다. 생산 현장과 사무직 모두 인원이 줄었지만 업무량은 똑같았다. 몇 명의 희망퇴직 이후 노동강도는 강화됐고 일이 힘들어 견디지 못하겠다며 그만두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처음 지회를 설립할 당시 조합원들이 한결같이 얘기했던 것도 극심한 노동강도 문제였다. 하지만 이것이 해결되기는 커녕 인원을 줄이면서 한층 강화됐으니 노동자들이 견뎌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박 지회장은 “회사가 내년 생산물량 계획을 더 낮추겠다고 하는 상황이라 현장에서는 희망퇴직이 끝나도 정리해고가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또한 박 지회장은 “회사가 희망퇴직을 발표하면서 연구, 개발, 디자인 부문을 뺀 전직원이 대상이라고 했고 목표 인원을 밝히지 않았다”며 “바꿔말하면 전직원 누구든 희망퇴직서를 받겠다는 것이고 모두 그만두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회사의 행태를 꼬집었다.

▲ 박종규 르노삼성자동차지회장은"노동자들은 회사가 해달라는 대로, 회사 말만 믿으면서 다 해줬다"며 "이제와서 노동자들만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장현=부산양산
회사가 시키는대로 죽어라 일만 해온 노동자들에게 이같은 방침은 날벼락과도 같았다. “노동자들은 회사가 해달라는 대로, 회사 말만 믿으면서 다 해줬다. 이익이 나지 않는 것도 회사 경영진 책임이고 물량을 늘리는 것 또한 경영진의 몫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노동자들만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박 지회장은 노동자들은 억울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추가 노동을 강요해왔다. 1시간씩 잔업을 연장하고 야간 특근까지 요구했었단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없던 당시 사원대표자위원회(아래 사대위)는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든 내용을 합의해줬다.

“죽어라 일 시켜놓고 적자라니...”

노동자들이 고통을 감수하면서 일하는 사이 회사의 생산 물량은 최대 30만대까지 늘었고,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총 6천 5백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지회에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잔업에 특근까지 하면서 최대생산을 한 2010년과 2011년 회사는 오히려 영업이익 적자를 봤다.

박 지회장은 “2009년부터 차는 엄청나게 팔았지만 이익이 나지 않는 이상한 구조”라며 “이것은 르노와 닛산에서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부품값이라는 명목으로 이익을 빼가는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지회장은 “노동자들은 실컷 고생시키고 우롱하면서 적자라는 말도 안되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희망퇴직의 명분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모두 떠넘기고 있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조합원들이 파업을 한 뒤 '희망퇴직 철회, 노동강도 완화, 단체협약 체결' 등 구호를 외치며 현장순회를 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지회 제공.
지회는 지난 8월 24일 사대위가 사원총회를 통해 노동조합으로의 체제 전환을 가결해 복수노조가 생기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들은 조합원을 늘리기 위한 대대적인 가입운동을 펼치고 있고, 9월 3일 노동조합 신고필증까지 받았다. 기업노조 설립을 주도한 이들은 사대위 간부를 했던 이들이라는 것이 박 지회장의 설명이다. “관리자들이 나서서 기업노조 가입을 회유하고, ‘금속노조로 가면 잘린다’는 악선전까지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특히 박 지회장은 “기업노조는 자신들 선전물로도 금속노조 지회 교섭권을 뺏어 쟁의권을 없애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며 “쟁의를 할 수 없게 되는 순간 회사가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시간만 벌어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회사 입장만 대변하던 이들이 기업노조 설립”

박 지회장은 기존 사대위가 노동자들의 반대가 있어도 회사 입장만 대변해왔고, 기업노조 설립 이후 회사가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에서도 그런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지회가 선전전하는 것 까지 가로막았던 것과 달리 기업노조에는 선전전 시간도 배려해주고 회사 전자게시판까지 사용하도록 하고 있단다. “희망퇴직 공고가 났을 때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것이 사대위였다. 비조합원들이 진정으로 우리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하도록 하겠다.” 박 지회장은 기업노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런 내용을 현장 노동자들에게 자세히 알리기 위해 지회는 파업을 하면 모든 조합원이 라인 순회를 진행한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현장 노동자들에게 선전하고 같이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는게 박 지회장의 설명이다. 지회 설립 후 1년, 아직은 소수노조지만 1년 만에 파업을 벌이면서 조합원들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 지회장은 “우리 조합원들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며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을 한데 모으고 조합원들이 뭉쳐서 정리해고 반대 투쟁까지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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