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일 가스누출로 협력업체 노동자 2명, 8일 서비스타워 추락으로 조합원 1명, 20일 폭발사고로 협력사 노동자 1명, 2010년 새해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1월 말 현재, 대우조선에서 벌써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20일 사망사고 후 대우조선은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교육과 토론을 진행했다. 2일, 8일에도 마찬가지로 작업을 중단, 안전교육을 진행했다. 11일에는 전체 작업장 3만명이 재해 다발의 문제점과 대책방안에 대한 ‘대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철저한(?) 안전교육이 진행된 지 열흘이 지나지 않아 노동자는 또다시 죽었다.

“조선소에서 죽으면 시체 찾기도 어려워”, “누가 어디서 작업하다 죽었는지 알지 못해”, “죽지만 않으면 그나마 다행인거야” 등 조선소에서 떠도는 산재사고 소문은 끔찍하기만 하다. 공공연하게 떠도는 조선소 산재사고 소문이 진실일까. 대우조선 뿐아니라 조선업 산재율(0.73%)은 우리나라 전사업장 산재율(0.32)에 비해 두배 이상.(2009.6자료) 조선소에서 이 같은 중대재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주가 줄어? 노동 강도는 똑같아!”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지난 11일 토론회에서 최근 중대재해의 원인으로 ‘높은 노동강도’를 꼽았다. 조선소 수주가 줄었다고 하지만 현장은 과거에 받은 수주를 현재 생산하고 있어 생산량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사측은 조선업 불황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잔업, 특근을 줄인 상태. 결국 노동자들만 같은 노동을 적은 시간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대우조선 최용칠 노동안전실장은 “생산 스케줄에 따른 생산성이 최우선이다 보니 안전은 뒤쳐져있다”며 “현재 매각 등으로 인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노동 강도는 산재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해양(주)(대표이사 남상태)는 안전보건총괄책임을 사장직속이 아닌 생산소장이 담당하고 있다. 대우조선 최실장은 “노동자의 안전을 생산을 책임지는 사람이 관리하니 뒷전일 수 밖에 없다”며 안일한 안전관리 제도를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회사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회사 경영과 생산 전반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대표이사가 하도록 규정돼 있다.

“산재신청하려면 차라리 사표 써!”

 

▲ 1월20일 대우조선에서 블럭에 도장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신너 폭발로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1월에만 이 공장에서 세 번의 사고로 네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고현장(사진 위)과 사망한 노동자가 쏘던 도장스프레이.
더욱이 협력업체일 경우에는 강한 노동강도에 시달리면서도 산재신고조차 강압적으로 가로막혀있는 상황이다. 대우조선 최실장은 “노동조합에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산재신청을 홍보하며 보고되지 않을 경우 해당 업체에 제재조치를 가하고 있지만, ‘차라리 사표를 써라, 복직이 안될 수 있다’ 등 협력업체로부터 협박을 받아 산재신청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산재보험료 인상, 원청의 압박 등 산재신고로 인한 불이익 때문에 협력업체에서는 산재신청을 고의적으로 은폐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올해 일어난 중대재해 중 3명이 협력업체 노동자인 것에 비춰보면, 대우조선 전체 노동자 중 60%를 차지하고 있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분명 안전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조선업 자율안전관리가 되려 참사 부른다

정부는 조선업 산재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조선업 중대재해가 지속되자 노동부는 2006년 ‘조선업 자율안전관리정책’을 실시키로 했다.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노사가 함께 평가하고, 우수업체로 선정되면 안전보건 감독을 면제하겠다는 것. 하지만 이 제도가 중대재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지난해 10월 부산노동청 국감에서 밝혔듯이, ‘노사자율 안전수준평가’에서 노동자 대표를 배제하는 경우가 무려 86.7%에 달해 사실상 노사자율관리가 무색한 상황이다. 노동부의 자료에도 노측 참여자로 기재된 이들의 대다수는 부장, 차장 등의 관리자 또는 사용자 대리인이다. 즉 현장의 안전관리와 상관없이 노동부 묵인아래 사측 마음대로 거짓자료를 제출할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또 이 정책으로 인해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노조(위원장 박유기) 문길주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사측이 평가를 높이 받기 위해 일어난 사고마저 산재신청을 하지 못하게 막거나 은폐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9년 은폐된 조선업 산재건수만 대우조선 111건, STX조선 13건, SLS조선 22건. 결국 평가점수를 높이기 위해, 일어난 산재를 은폐해, 안전관리 기회조차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안전관리는 완화, 산재는 엄격

완화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역시 산재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1998년 IMF 이후 산재법은 꾸준히 완화돼 왔다. 특히 산업 안전과 관련 안전관리자 및 보건관리자를 겸직을 허용하거나 의무고용을 풀었고, 안전보건 교육 역시 면제 조치됐다. 이에 반해 산재 인정기준은 더욱 엄격해진 상태. 노조 문부장은 “결국 이러한 산재법 완화는 사업장에 안전보건조치를 소흘하거나 등한시하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우조선에서 계속해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노조는 긴급히 성명을 발표하고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완화, 조선소 자율안전관리정책 즉각 폐기’, ‘조선업종에 대한 즉각적인 특별안전보건지도감독 실시와 지도 감독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대우조선의 중대재해의 실질적 책임자인 남상태 대표이사의 구속과 노동부 통영지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역시 20일 폭발사고 전날 노동부 통영지청을 찾아 즉각 모든 작업장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