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함이나 두려운 기색 따윈 없었다. 용역깡패 폭력침탈과 직장폐쇄로 일터를 빼앗긴 노동자들처럼 보이지 않았다. 경주 발레오만도에서 시작해 KEC, 상신브레이크, 유성기업 등에서 최근 몇 년간 연이어 벌어진 기획된 노조 탄압. 이런 탄압 앞에 금속노조 지회들은 대부분 ‘쪼개지거나’ 와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안산에서 만난 에스제이엠 노동자들은 달랐다.

▲ “여름휴가 기간 회사 회유와 협박에 넘어간 조합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김신태 조합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사전에 기획된 노조 탄압은 파업유도, 공격적인 직장폐쇄, 조합원 회유를 통한 선별 복귀, 어용 복수노조 설립, 민주노조 와해의 단계를 거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회사의 선별복귀 작전 단계부터 먹혀들고 있지 않고 있다. 지회 조합원들이 공장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신동준

이들은 달랐다

“여름휴가 기간 회사 회유와 협박에 넘어간 조합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김신태 조합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사전에 기획된 노조 탄압은 파업유도, 공격적인 직장폐쇄, 조합원 회유를 통한 선별 복귀, 어용 복수노조 설립, 민주노조 와해의 단계를 거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회사의 선별복귀 작전 단계부터 먹혀들고 있지 않고 있다.

“용역들이 그토록 폭력적으로 나올 줄 몰랐지만 회사가 올해 직장폐쇄로 도발할 것이라고 다들 짐작하고 있었죠. 지회에서 꾸준히 조합원 교육을 진행해 마음의 준비를 했어요. 나만 살려는 마음에 하나 둘 이탈하기 시작하면 전체가 망한다는 것을 모든 조합원이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최태수(가명) 조합원의 설명이다. 최 조합원은 정년퇴직을 코앞에 두고 있다. “조합원이잖아요.” 곧 떠날 회사인데 굳이 힘들게 싸움에 나서는 이유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조합원이잖아요.”

“동료 조합원과 보낸 시간이 집안 식구와 보낸 것 보다 더 많습니다. 가족만큼 친밀한 관계인데 어떻게 나만 편하자고 회사 품에 안깁니까?” 답을 더 기다리니 최 조합원이 덧붙였다. “저도 나이 많이 먹었지만 동생 자식 같은 동료들 많은 데 어떻게 배신할 수 있어요? 십 수 년 한솥밥 먹은 사이잖아요.” 한숙희(가명) 조합원도 옆에서 거들었다. 한 조합원 역시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여성노동자다.

▲ 30대 초중반으로 지회 조합원 중 막내격인 이순호(가명) 조합원은 에스제이엠에서 한솥밥 먹은 지 몇 년 안 됐다. 하지만 생각은 같다. “처음엔 이 회사 노조가 있다는 얘길 듣고 입사를 꺼려할 정도로 노조에 대해 편견이 많았어요. 그런데 겪어 보니 노조가 왜 필요한지 알겠더라고요. 우리 회사는 나이 많든 적든 서로 존중해주고 챙겨주는 끈끈한 분위기예요.” 오전 공장 앞에서 투쟁을 마친 지회 조합원들이 민주노총 안산지부 강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신동준

30대 초중반으로 지회 조합원 중 막내격인 이순호(가명) 조합원은 에스제이엠에서 한솥밥 먹은 지 몇 년 안 됐다. 하지만 생각은 같다. “처음엔 이 회사 노조가 있다는 얘길 듣고 입사를 꺼려할 정도로 노조에 대해 편견이 많았어요. 그런데 겪어 보니 노조가 왜 필요한지 알겠더라고요. 우리 회사는 나이 많든 적든 서로 존중해주고 챙겨주는 끈끈한 분위기예요.” 이 조합원은 “과거 다른 회사를 다녀봐서 알지만 노조가 없었다면 이런 분위기 쉽지 않다”며 회사의 노조 깨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조합원은 “지난달 27일 회사의 폭력 만행으로 조합원들끼리 더 단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덧붙인다.

7.27 이후 단결 더 끈끈

가족의 응원과 격려도 한 몫 하고 있다. 이미 가족대책위가 구성돼 온-오프라인에서 회사의 폭력 만행 부당함과 지회 투쟁의 정당성을 알려내고 있다. 노조 무력화를 위해 회사가 종종 쓰는 방법 중엔 가족을 통한 노조탈퇴 회유가 있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은 이유다.

최태수 조합원은 “이번 일로 평소 노조에 대해 잘 몰랐던 우리 딸이 많이 알게 됐다”고 말한다. 아빠가 옳은 일 하는 걸 아니 응원은 하지만 너무 앞에 나서다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란다. 한숙희 조합원은 큰사위가 장모 다칠까봐 신경 많이 쓰고 있다며 사위 자랑도 한다. 아직 미혼인 이순호 조합원은 친구들한테까지 격려 전화를 받는다. 친구들이 왜 용역깡패들 혼내주지 않고 맞고만 있냐고 성화다.

▲ 최태수 조합원은 “이번 일로 평소 노조에 대해 잘 몰랐던 우리 딸이 많이 알게 됐다”고 말한다. 아빠가 옳은 일 하는 걸 아니 응원은 하지만 너무 앞에 나서다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란다. 한숙희 조합원은 큰사위가 장모 다칠까봐 신경 많이 쓰고 있다며 사위 자랑도 한다. 아직 미혼인 이순호 조합원은 친구들한테까지 격려 전화를 받는다. 친구들이 왜 용역깡패들 혼내주지 않고 맞고만 있냐고 성화다. 신동준

무엇보다 든든한 것은 지역 사람들의 지지와 관심이다. 지난 6일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안산시협의회와 안산YMCA, 안산환경운동연합 등 지역의 20여개 단체들이 모여 공동대책위를 꾸렸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소속 사업장 노동자들도 8일부터 공장 앞에서 철야농성에 함께 하고 있다. “우리 지회가 그간 다양한 지역사업과 연대투쟁에 힘을 쏟아 왔는데, 이제 우리가 큰 도움을 받는 것 같다.” 김신태 조합원의 설명이다.

지역연대 확산

하지만 최근 용역깡패를 앞세운 공격적 직장폐쇄를 자행한 회사치고 금방 무릎 꿇은 사례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싸움이 길어지면 지치지 않을까?

“그런 생각 해보지도 않아요. 그냥 마음 비우고 있는걸요. 싸우다 정년퇴직 하더라도 조합원들과 함께 해야죠.” 한숙희 조합원이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워낙 우리 쪽 분위기가 좋아서 싸움이 오히려 일찍 끝날 수 있다는 기대도 하지만 싸움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각오도 단단히 하고 있으니 걱정 없다.” 최태수 조합원이 덧붙인다.

▲ 긴 싸움이 되더라도 오만한 저들의 콧대를 이 기회에 꺾어 놔야죠.” 이순호 조합원이 단호하지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쫄지 않습니다.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번엔 잘못 건드렸어요.” 에스제이엠지회 조합원들이 점심식사 마치고 낮잠을 자며 휴식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신동준

현재 분위기는 분명 노동자 편이다. “회사와 노동부, 경찰, 용역깡패의 잘못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어요. 우리 지회 단결도 잘되고 연대도 커지고 있지요. 이렇게 유리한 상황에서 싸움 진다면 금속노조 깃발 내려야죠. 안 그래요?” 최 조합원 목소리가 커졌다. 금속노조가 이번 기회(?)를 잘 살려 확실히 이겨야 한다고 덧붙인다.

“싸움 길어져도 걱정 없다”

“공격적 직장폐쇄와 용역 투입 사업장 노조들이 깨지는 꼴 계속 봐 왔습니다. 이게 반복되니까 다른 회사들도 오만해져서 계속 도발하는 거잖아요. 우리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본의 공격에 위축된 전국의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겁니다. 긴 싸움이 되더라도 오만한 저들의 콧대를 이 기회에 꺾어 놔야죠.” 이순호 조합원이 단호하지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쫄지 않습니다.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번엔 잘못 건드렸어요.”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