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소하공장에 K9 승용차 품질을 확보한다며 새로운 검사 설비가 도입되고, 검사 및 인수 검사를 하는 14개 공정이 신설됐다. 그리고 7월 20일 신설된 14개 공정에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고용해 운영한다는 노사합의가 이뤄졌다. 사측은 합의를 기다리고 준비했다는 듯 7월 24일 해당 신설 공정에 사내하청 비정규직 투입을 강행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몇 명의 조합원이 검사장에서 요구안 부정하는 합의서 폐기와 비정규직 투입 철회, 정규직화 쟁취, 임단투 승리 등을 내걸고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8일 현재 점거농성 보름째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노사합의를 한단 말인가? 이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배신행위다. 그리고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망을 짓밟는 행위다. 아울러 이는 정권과 자본의 공격에 맞선 전체 노동자 민중의 투쟁 전선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금속노조는 임단협 투쟁이 진행중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금속노조와 기아현대차지부 공동투쟁본부 및 기아차지부 특별교섭의 핵심요구안이다. 그런데, 소하지회에서 우리 요구안을 부정하는 노사합의를 한 것이다. 그것도 금속노조 2차 총파업이 진행된 날 말이다.

나는 점거농성에 돌입 한 날 합의당사자들에 대한 징계결의요구서를 금속노조와 기아차지부에 제출했다.노조와 지부의 공식 회의 기구에서 안건으로 다뤄 조치가 취해지도록 이와 관련한 공개질의서와 요청서도 지난 7일 제출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답이 없다.

▲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K9 이중 검사 및 인수 검사장 농성현장. 정주현

징계결의요구서에 있는 그대로 밝혔듯이, 나의 뜻은 당사자에 대한 징계 자체를 목적에 두고 있지 않다. 잘못된 합의를 한 당사자 스스로 반성하고 합의서를 폐기하여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 적극 복무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보자는 것이다. 아울러 이것이 되지 않을 경우 지부와 금속노조 조직이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중앙지도부가 지부와 지회의 잘못을 바로 잡을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기층 단위 현장의 잘못을 바로 잡지 못한다면, 우리가 15만 하나의 금속노조라고 말만 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금속노조에 바란다. 단호한 조치와 폐기만이 조직과 투쟁을 바로 세우는 길이다. 15만 금속노조가 된 뒤 하부에서 노조 결정 및 기풍을 심각하게 부정하는 몇 번의 사건이 있었다. 그 때마다 금속노조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그 우유부단함과 면죄부 주기가 기층 단위에서 금속노조가 깨지고, 현장을 정권과 자본 품으로 넘겨주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휴가 직전 만도와 에스제이엠에 용역깡패가 투입됐고, 직장 폐쇄가 단행됐다. 만도에서는 복수노조가 만들어지고, 금속노조 조합원에 대한 공장 출입 금지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제대로 단결을 만들고, 모든 것을 걸고 투쟁을 만들지 못하니, 정권과 자본의 분리 작전과 민주노조 말살 정책이 대놓고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하지회의 비정규직 확대 합의에 대해 금속노조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정권과 자본은 금속노조의 ‘비정규직 철폐’ 요구가 한낱 허풍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법 전면 재개정을 위해 금속노조가 명운을 걸고 총파업을 진행한다고 한들 저들 정권과 자본이 우리 투쟁을 두려워하겠는가?

소하지회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 스스로가 저들의 분리 작전에 말려든 것이다. 만도와 에스제이엠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저들이 폭력적으로 분리 작전을 쓴 것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른 문제가 아니다. 정권과 자본은 끊임없이 우리 노동자 민중을 분열시키고, 투쟁력과 단결력을 거세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상황은 말 그대로 금속노조의 사활을 건 투쟁을 조직해야 할 때다.

금속노조를 사수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기아차지부와 금속노조에 촉구한다. 소하지회에서 벌어진 조직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잘못을 바로 잡고, 정권과 자본의 민주노조 말살 도발에 맞서 단결을 만들어 내자. 말이 아닌 진정성을 있 투쟁으로, 민주노조의 본령대로 모든 것을 다 걸고, 모든 힘을 다 짜내서 정권과 자본에 맞짱뜨자.

정주현 / 기아자동차지부 소하지회 조합원

* 본 글은 필자가 지난 8일 금속노조 선전홍보실로 직접 보내 온 투고글입니다. 약간 줄여 싣습니다. 본지의 편집기조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금속노동자>는 조합원들의 의견과 투고글을 적극 게재하고 있습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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