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6기 1년차가 사업계획 마련을 위한 정기대의원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 한해 노조는 노동기본권 사수와 성과있는 산별교섭투쟁, 그리고 조직발전전망마련을 위한 전조직적 토론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설정해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소속 최다 조합원을 이끌고 있는 이경훈 현대차지부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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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3일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금속노조에 대한 신뢰도가 고작7% 수준밖에 안 된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몇 가지 문제가 저변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사업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4만여명의 조직일 때와 15만은 조직 규모부터 틀리다. 사업 방식이 예전과 같아서는 안된다. 우리 내부는 변화에 좀 둔감한 것 같다. 이 문제는 현장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추진되는 사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장의 요구와 의견을 충분히 정책과 집행에 반영한다면 극복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많이 듣고 많이 반영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질성을 극복해야 한다. 15만으로 조직이 커지면 다 될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금 대기업 노동자는 옛날보다 못하다고 조합원들이 말하고 있다. 반면에 중소사업장 노동자는 옛날이 더 나았다고 말한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로의 상태와 처해진 조건을 알아가는 과정이 부족했다. 지금이라도 내부의 단결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하고 찾아내야 한다. 셋째, 정파구도를 해소해야 한다. 어느 집행부가 들어서더라도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인정해야 하고, 못하는 것은 비판과 동시에 대안을 제시하고 힘을 하나로 모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내부는 상대를 인정하는 것에는 너무 인색하고, 비난에 만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현장 조합원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다 보고 있고 알고 있다. 상호 보완을 통해 잘하는 것은 독려하고 못하는 것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 간다면 충분히 극복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이경훈 지부장의 지난해 현대차지부장 당선을 놓고 기업별노조로 다시 돌아가느니, 산별노조를 탈퇴하니 등등의 억측보도가 많이 나왔었다.

처음 당선되자 마자 무척 당황스러웠다. “노동계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다” “투쟁보다는 조합원에게 실리를 챙기는 집행부” “조합원은 투쟁보다 실리를 선택했다” “민주노총을 위시한 노동계에 경종을 울리는 신호탄”이라고 많은 언론에서 경쟁적으로 보도를 했다. 궤변에 가까운 논리였다. 그리고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를 교묘하게 이간질 시켰다. 이게 언론의 속성이다. 특히 보수언론의 공세는 더 노골적이었다. 심지어는 민주노총 탈퇴까지 은근히 운운했다. 강조하지만, 나도 민주노총의 조합원이고 금속노조의 조합원이다. 나는 오히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을 더 강화 발전시켜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갈등이 있기를 바라고 하는 말 일수도 있겠다. 갈등이 생기면 누가 좋아 할까? 하하하(웃음). 혹시 갈등이 있었다면 골을 메워도 벌써 메웠을 것이다.

▲ 이경훈 현대차지부장
언론 등의 보도를 보면, 이 지부장은 평소에 정치파업 등의 무분별한 정치적 투쟁에 노조가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니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과 삶을 파괴하는 그 어떤 것들과도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서 진행한 일정박기식의 파업에 대한 비판은 존재한다. 조합원들이 투쟁의 주체가 아니라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한 무리한 파업이 있었던 것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그로 인해 현장조합원들의 파업 피로도가 무척 많이 누적되어 왔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상급단체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다. 현대차지부 역사를 되짚어 보면 무척 많은 정치파업을 했다. 조합원들이 공감한 파업(노동법 개정 투쟁등)이 있었던 반면 성과없이 끝난 파업도 많다. 파업은 내 문제라고 조합원이 인식을 해야 힘이 집중되고 승리할 수 있다. 꼭 해야 할 파업이라면 현장을 설득하고 조합원들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번 파업을 하더라도 준비된 파업, 싸우면 승리하는 투쟁을 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일 뿐, 보이는 것 만 믿어서는 안 된다. 오해와 편견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질문인 것 같아 오히려 섭섭하다.

올 1월 1일 강행 개정통과된 노조법의 강제 시행을 막기 위해 정치적 투쟁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정치파업 등도 사실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현대차지부는 작년 연말에 단체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내년(2011) 3월 31일까지는 효력을 유지한다. 이 때문에 한 숨 돌렸다고들 주변에서 말하고 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다. 충분히 대비하고 막아야 한다.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의 문제는 법으로 강제할 사항이 아니란 것이 나의 생각이다.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 개정된 노조법은 정부가 노사 문제에 직접 간섭하겠다는 공식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노동조합의 존립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사항이다. 어느 노동조합이 그냥 손 놓고 있겠냐, 오히려 반문해 보고 싶다.

금속노조는 현재 2월초에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관련한 특별교섭(또는 보충교섭)을 일제히 사측에 요청하겠다고 계획을 잡고 있다. 이어 노조는 3월초 대대 뒤 4월부터 올해 정상 임단협을 시작하겠다는 계획도 잡고 있다. 현재 전체 지부마다 순회하며 현장의견을 듣고 있는데, “현대차지부는 과연 금속노조 일정대로 같이 할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해온다.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명확한 목적과 일정을 놓고 논의하며 된다. 왜 자꾸 현대차지부는 금속노조의 일정과 같이 가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금속노조는 올해 현대차 등의 대기업 사용자로 하여금 중앙교섭에 참석하도록 촉구하는 이른바 ‘중앙교섭 성사투쟁’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

지난 5기가 집행 하면서 중앙교섭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예전 사용자협의회가 구성되어 운영되었다. 지금 역시 금속사용자협의회는 중앙교섭에 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들이다. 지금까지 한차례도 대기업은 중앙교섭에 참석하지 않았다. 편법으로 확약서만 남발했다. 확약서를 써 줬다는 것은 중앙교섭에 참석하겠다는 확약이었다. 그런데 확약서는 방치되어왔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반성해야 한다.

그래도 올해 금속노조는 사실상의 기업별교섭 영향력 하에 있는 다수 조합원들의 관심을 산별노조에 집중시키기 위해 다양한 영역별 노사협의 및 교섭 구조를 모색해보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올해 현대차 지부는 다른 지부와는 달리 임금 하나밖에 없다. 그리나, 여러 가지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것도 요구안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범 산업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주간연속 2교대제 문제, 고용문제, 고령화 문제, 기업의 해외이전 문제, 산업안전의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문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 강요하는 CR등 기업지부에서 풀어내기 힘든 사안들이 많이 있다. 이런 문제는 금속노조에서 큰 틀의 방향을 설정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이경훈 현대차지부장
기업지부 해소가 2년 더 유예됐다. 아울러 이와 관련한 전조직적인 현장토론을 올 임단협 종료 뒤 3개월간 집중적으로 해보겠다는 계획을 금속노조는 갖고 있다. 평소 이 지부장은 기업지부해소에 반대하는 지론을 가져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조발특위에서 현대차지부의 입장을 이후 밝힐 것이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서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접근하면 현실과 상반되는 부분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조합원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위원회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특수한 사정이 있는 위원회는 동의할 수 없다. 이 문제를 기득권 유지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해결점을 찾을 수 없다. 각 지부마다 고유의 고충과 애로사항이 있다. 이것을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준비 없이 노출되고 동일자본 범위를 벗어난 조직체계가 되면 결국 자본은 이를 계기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동의하는 지점을 만들어 가야 한다. 조발특위에서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해결점을 찾아 가기 위해 노력 할 것이다.

비정규노동자나 장기투쟁을 벌이는 조합원들의 문제에 특히 현대차 등의 대공장 조합원들이 관심을 가지며 지원폭을 높여주면 숨통이 조금 트일 것이라는 기대도 오래전부터 해왔다.

지난번 8차 노조 중집회의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다루었다. 그리고 부산에서 열린 84차 중앙위원회에서 장기투쟁사업장에 대한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도 했다. 유익한 논의였고 이후 열리는 각 사업장의 대의원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현대차도 98년 정리해고를 당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아픔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본에 대한 대항은 정규직, 비정규직이 따로 없다. 같이 투쟁하지 않으면 이겨낼 수 없다. 장기투쟁사업장 역시 자본의 잘못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라는 용어와 계층을 만든 것은 자본과 정권이다. 우리 노동자들이 그런 계급을 만든 적 없다. 그런데 우리 내부는 서로를 경원시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다. 정권과 자본에 대한 분노를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분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규직 노동자들은 더더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켜주고 보호해 주어야 한다. 장기투쟁사업장 동지들, 비정규직 동지들 힘내자.

마지막으로 전국의 금속노조 조합원 15만명에게 격려의 마무리 말씀 부탁한다.

사회보장제도가 전무한 대한민국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에 익숙한 조합원들이 금속노조에 대한 목표와 이해가 부족한 건 당연하다.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 금속노조 지도부 뿐 아니라 기업지부 지역지부가 그 역할을 더 많이 해야한다. 우리는 이미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구조 속에서 많이 체득했다. 그래서 금속노조를 만들었다. 하나의 힘보다는 여럿이 같이 모여야 큰 힘이 생긴다. 단결보다 더 큰 무기는 없다. 15만 금속조합원 동지여러분! 우리는 잘 할 수 있다. 잘해야 된다. 투쟁하면 반드시 승리하는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희망주는 금속노조, 같이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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