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그룹 소속 노동자들의 금속노조 가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현대제철노조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금속노조로 조직전환을 성공한데 이어, 지난 17일 경남 창원의 비앤지스틸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했다.

18일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박창순 현대비앤지스틸노조 위원장(49)은 “회사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극복하고, 금속노조를 선택해 줘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위원장의 기쁨을 대변이라도 하듯 노조 사무실에서 만난 간부들의 표정 역시 한껏 밝아보였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희생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 위원장과 노조 집행부 전원은 지난 9일부터 7박 8일간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현장을 지켰다.

“9일부터 집행위 간부들이 철야농성에 돌입했고, 각 조별 조합원 퇴근보고대회를 비롯해 매일 조합원 출퇴근 선전전도 진행했습니다. 특히 비상근 간부들의 경우 자신들의 휴식시간까지 쪼개며 현장순회에 결합하는 열정을 보였죠.” 박 위원장이 그간의 노력을 떠올렸다.

▲ 박창순 현대비앤지스틸노조 위원장은 "금속노조로 전환한만큼 서로가 어려울 때 힘을 보탤 수 있는 조직적 여건이 마련됐다"며 이번 금속노조 전환 총회 가결을 기뻐했다. 정영현 경남지부선전부장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3교대 사업장인 현대비앤지스틸에서 비상근 간부들의 활동은 고된 투쟁이었다. 무엇보다 회사 탄압이 만만치 않았다. 회사 관리자들도 노조와 함께 24시간 ‘대기’에 들어갔다고 한다. “노조가 현장순회를 마치면 ‘따라 쟁이’처럼 바로 뒤 이어 회사 관리자들이 현장순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회사가 금속노조 전환을 막으려 안간힘을 썼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산별전환을 위한 노조 간부들의 열정은 따라올 수 없었다. 박 위원장은 “현장순회를 마치고 노조 사무실로 올라오면 새벽 2시 넘어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며 “하지만 6시 출근자를 맞이하기 위해 노동가요를 기상나팔 삼아 일어나야 했다”고 철야농성 상황을 전했다.

이들의 헌신적 활동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회사의 거짓선전과 금속노조에 대한 부족한 정보로 혼란스러워 하던 조합원들도 하나둘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지난 16일과 17일 찬반투표를 하기 전에는 조합원들의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박 위원장은 오랜 현장순회를 통해 ‘이번에 되겠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헌신과 과정 속에 결과는 성사였다. 이는 기업노조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염원이 폭발된 결과이며, 15만 금속노조의 힘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비앤지스틸노조의 산별전환은 단 한 번의 부결 없이 성공한 사례다. 그만큼 박 위원장은 자신뿐 아니라 조합원들도 금속노조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고 말한다. 박 위원장은 “산업노조인 금속노조는 선진화된 노동조합 형태로, 기업노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금속노조로 전환한 만큼 서로가 어려울 때 힘을 보탤 수 있는 조직적 여건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또 박 위원장은 현장을 비롯한 투쟁의 현장에서도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 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현대비앤지스틸노조는 올 교섭에서 정년연장을 핵심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재 조합원들의 평균연령은 약 50세다. 하지만 회사는 아직까지 별다른 안을 내지 않고 있다. 오는 20일 현대비앤지스틸노조는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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