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설악산 권금성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내장산을 제외하곤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유일한 곳이고 바위가 많은 설악산답게 바위로만 이뤄진 곳 정도가 아닐까? 물론 현재의 권금성은 그렇다. 그러나 1970년 이전 권금성 모습은 현재와 많이 다르다. 수풀이 뒤덮인 울창한 숲이었다.

무엇이 권금성을 이렇게 바꿔놓았을까? 바로 케이블카다. 1970년 권금성에 케이블카가 놓인 뒤 단 10분이면 설악산의 장관을 구경할 수 있는 까닭에 한 해 70여 만 명이나 되는 이용객들이 권금성을 찾았고 권금성을 덮었던 수목은 그 발길에 모두 사라져버렸다.

▲ 1970년 이전 권금성 모습은 현재와 많이 다르다. 수풀이 뒤덮인 울창한 숲이었다. 케이블카가 놓인 뒤 권금성을 덮었던 수목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박그림 씨 제공

몇 년 전만 해도 케이블카는 설치 기준이 엄격해 지자체의 유치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에서만큼은 절대 설치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2010년 환경부가 케이블카 설치기준을 노선길이는 2킬로미터에서 5킬로미터로 늘리고 정류장 높이도 9미터에서 15미터로 높여 대형 케이블카가 운행할 수 있도록 완화해 주면서 국립공원이 있는 지자체들은 다시 케이블카 유치에 나서게 되었다.

지리산 한 곳에서만 남원, 구례, 산청, 함양 네 곳의 지자체가 서로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 하고 설악산도 오색에서 대청봉까지를 케이블카로 연결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6월 중에 유치신청을 한 곳 중 하나를 시범적으로 선택해 케이블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너무 많은 등산객으로 몸살을 앓는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수풀 없는 민둥산이 된 권금성을 떠올리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케이블카가 등산객을 분산시킨다며 시범사업을 꼭 추진하려한다. 기존 등산로를 폐쇄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사람이 정상부를 포함하여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케이블카가 등산객을 분산시키기보다 안 그래도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국립공원의 탐방객을 증가시켜 국립공원의 훼손을 가속화할 것이며, 기존 등산로 폐쇄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처럼 등산이 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케이블카로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산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며, 교통약자를 위한 사회 기반시설이 선급한 곳은 국립공원 같은 특수한 곳이 아닌 바로 생활환경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국립공원을 관광지처럼 여기고 사람들의 즐거움만을 위한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공원은 생태가치가 높아 그대로 보전해야 하는 곳, 자연에 깃든 다양한 생명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안식처다. 국립공원까지 자본의 논리와 안락과 편리함의 논리로 잠식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모든 생명들이 그대로 쉴 수 있는 곳으로 국립공원을 가꿔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