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28일 <외국기업들 “강성노조에 지쳐 한국 철수”… 일자리도 날아간다>(김영진, 김정훈 기자)는 기획기사를 6면 대부분을 할애해 내보냈다. 기사 중 절반이 “강성노조가 외국인투자를 가로 막는다”는 주장이다.

그 예로 든 것이 3M과 캐리어다. 국내공장 늘리려던 한국 3M이 노사분규가 생기자 해외에 증설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또 인건비 절감을 위해 ‘캐리어’가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공장을 철수했다는 것이다.

사실과 다른 근거 들이대며 ‘외투자본’ 두둔, 노동자에 ‘굴종’ 강요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3M은 3년간 4000억원의 이익금을 내고도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을 감행한 외자기업이다. 또 12시간 주야맞교대에 작업복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었다. 임금협상을 마무리하고도 95명의 조합원을 징계하고 20여명의 조합원들을 고소하는 상식적이지 못한 사업장이다. 게다가 무파업, 노사평화선언을 하지 않으면, 비정규직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기업이다.

이에 3M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노동자의 권리라도 지키겠다며 노조를 만들었다. 조선일보가 그리도 경멸하는 ‘강성노조’의 실체다. 조선일보가 원하는 노조는 결국, 흑자기업에서도 구조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임금삭감에 동의하며, 작업복 없이 12시간 주야맞교대를 하며, 사측에 교섭권을 넘기는 노조, 그렇게 해서라도 외투자본에 굴종하며 사는 노조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도 외투자본에 ‘굴종’하고 싶다면 조선일보나 하길 바란다.

또 캐리어도 그렇다. 캐리어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공장철수를 했다고 보도했지만 캐리어는 수년간에 걸쳐 희망퇴직과 구조조정을 반복해오다가 결국 공장을 이전한 사업장이다. 애초에 한국공장에 대한 투자전략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이들 외자기업의 문제는 노조가 아니라, 투자는 않고 고배당에 노동자만 쥐어짜는 ‘외자기업’의 문제였던 것이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 기본권조차 부정하고, 노조를 대화상대나 기업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 외자기업 사측의 문제인 것이다.

직접투자 줄인 외자기업 비난 않고, 무조건 ‘노조’ 때리기

두 사례를 근거로 들어 “올 상반기 직접투자가 14억달러 줄었다”며 이를 전투적 노조 때문이라고 비난한 것도 맞지 않다.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만 봐도 이런 문제는 노조가 아니라 ‘외투자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서공업, 발레오공조코리아, 보워터코리아, 쌍용차, 위니아만도, 파카한일유압, 포레시아, SPX 등에서만도 기술을 유출하거나, 흑자를 내고도 경제위기를 빌미로 대량해고를 감행해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또 기술투자나 생산설비 투자보다는 고배당을 통해 당장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정리해고를 감행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이를 견디지 못해 노조를 결성하고, 외투자본의 횡포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결국 외자기업이 직접투자를 줄인 것은 단기간에 자신의 ‘이윤’만을 ‘극대화’하려는 외투자본의 문제로 먼저 지적하는 것일 옳다. 그리고 투자요인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경제발전을 위한 것도 아니고, 정치공세에 불과할 뿐이다.

매각조건 이행여부 관리감독, 규제 않는 ‘정부’ 문제

또 외투자본 문제의 원인은 매각 당시의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해도 그 기업을 규제하지 않는 ‘정부’에 있다. 근데 정부가 규제를 풀지 않고,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대체 조선일보가 어느 나라 신문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결국 정부와 외투기업, 조선일보가 앞장서서 기업을 망치고,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한국경제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기사라고 쓴 것인가?

조선일보는 같은 기사에서 쌍용차파업 때문에 노동부문 점수가 크게 떨어져 국가경쟁력 평가(WEF)가 떨어졌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우선 하루만에 순위가 바꼈던 신뢰도조차 의심스러운 조사결과를 인용한 것도 문제지만, 국가경쟁력 평가가 낮아진 이유를 쌍용차 파업이라고 한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최소한 국가경쟁력 정도를 운운하려면 이 평가가 어떤 항목으로 이루어지고, 어떤 항목으로 하위가 됐는지부터 다시 찾아보길 바란다. 노조를 흔들기 위해 모든 사실을 꿰맞추는 식으로 쓰는 것은 ‘기사’가 아니라 질 떨어지는 ‘소설’일 뿐이다.

또한 절반이상을 정부의 책임을 물으면서 ‘강성노조’ 때문에 한국에서 기업들이 나가고 있는 것처럼 제목을 뽑은 것도 그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또 기사 안에 “강성노조에 지쳐 한국을 철수”한다는 어떤 인터뷰도 없음에도 이를 기업이 말한 것처럼 제목으로 인용한 것은 조선일보가 무슨 주장을 하고 싶었는지 다시 확인해주는 셈이다.

조선일보가 노동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사실까지 왜곡하고 꿰맞춰, 한국경제를 파괴하고 있는 외투자본을 두둔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노조흔들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 윗 글은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박유기)이 10월 29일 발표한 입장입니다. 그대로 싣습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