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조합원 친선 족구대회를 시작 하겠습니다.
각 팀 응원단장 힘찬 응원 시작!
1공장! 1공장! 승리하는 1공장! 2공장은 소양강 처녀! 야~야야~야야야야.

경남지부 간부 6백여명이 모인 창원 실내체육관이 열띤 응원 소리로 가득 찼다. 집단 족구대회라도 하는 걸까? 아니다. 지난 23일 금속노조 경남지부 2012년 전진대회에서 펼쳐진 연극의 한 장면이다.

노조가 기획하고, 전문 극단인 ‘걸판’이 진행한 연극 ‘최고의 승부’는 이렇게 경남지부 소속 간부 6백여명에게 선보여졌다. 공연을 바라보는 확대간부들은 출연진들과 함께 응원도 하고, 웃기도 했다. 또 그들이 보여주는 노동자의 생활상에 가슴 아파 했다.

▲ 연극 '최고의 승부'가 25일 경남지부 전진대회를 찾았다. 경남지부 교선부 공동취재팀

최고의 승부는 족구를 가장 잘하는 김영호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그려낸 극이다. 김영호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민주족구회의 에이스. 하지만 회사는 민주노조를 와해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고, 민주노조의 중심에 있는 민주족구회를 무너뜨리려고 한다. 회사는 민주족구회 소속 조합원의 잔업을 통제하고, 연습장소 제공을 거부한다. 또한 민주족구회의 에이스인 김영호를 꾀어 회사 족구회로 영입한다.

회사의 이러한 분열책동 때문에 민주족구회도 활기를 잃는다. 지난 시절 누구보다 지역투쟁에 앞장서고, 연대정신을 발휘한 민주족구회는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개인사정과 패배주의에 빠져버린 패잔병들만 존재했다. 거기다가 부인은 산업전선에 나서지만 자본가로부터 수모를 당하게 되고, 김영호는 이러한 상황에 괴로워하는데….

▲ 연극 '최고의 승부'가 25일 경남지부 전진대회를 찾았다. 사진은 주인공 김영호가 사측 족구회 명함을 받고 고민하는 모습. 경남지부 교선부 공동취재팀

최고의 승부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특히 회사의 앞잡이가 돼 민주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노동자와 이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회사는 대부분이 그렇듯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차별한다. 극에서는 그것을 잔업통제로 그려냈다. 또한 회사의 회유와 협박에 대항하지만 가정의 경제사정으로 잠시 동안 회사의 편에 서는 주인공의 심정과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공연을 본 경남지부 소속 노조 간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연이 상당히 가습에 와 닿았다”고 말하는 엄용섭 동지(현대로템지회, 54세)는 “자본가가 노동조합을 파괴하려 할 때 민주노조의 초심을 잃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엄 동지는 주인공이 회사의 회유협박을 뿌리치고 나가는 모습이 뇌리에 많이 남았다고 밝혔다.

황수연 동지(STX엔진지회, 43세)는 “지금 세대 우리가 현실에서 부딪히며 느끼고 있는 부분을 잘 보여줬다”며 “부인을 산업전선에 내몰아야만 하는 주인공의 상황과 심정이 심히 공감됐다”고 밝혔다. 황 동지 역시 맞벌이 가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황 동지는 “이 공연이 노동조합 활동가 역할이 무엇이며, 또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며 “조합원들도 공연을 함께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연극 '최고의 승부'가 25일 경남지부 전진대회를 찾았다. 민주족구회 회원들이 담배를 피며 고민을 나누는 모습. 경남지부 교선부 공동취재팀

이은진 센트랄지회 부지회장은 “회사가 탄압하는 내용이나 복수노조를 만들려고 하는 부분까지, 공연 내용이 어쩜 현재 우리 회사 상황과 똑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센트랄의 상황이 절박한만큼 아쉬움도 있었다. 이 부지회장은 “회사의 탄압에 맞서 확고하게 돌파구를 찾는 내용은 없어 아쉬웠다”면서도 “공연에서 그리지 않은 뒷이야기는 우리가 직접 만들어 내야 할 듯싶다”고 말했다.

지역의 또 다른 복수노조 사업장인 한국산연지회 역시 공연이 현재의 상황을 투영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산연은 사무직을 대거 채용하거나 생산직부서에서 사무직을 고용하는 등 제1노조인 한국산연지회의 조합원 수를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김명대 동지(한국산연지회, 33세)는 “우리 지회 상황 등을 봤을 때 현 상황에 대해 표현을 잘 해 주어 마음에 와 닿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김 동지는 “우리가 더욱 열심히 해야 겠다”고 다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최고의 승부는 이후 대구경북권, 호남 등 7월 첫째 주까지 노조 간부 및 조합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지부별로 진행되는 전국순회공연에는 특별히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이 직접 참가하여 공연시작 전에 2012년 총파업성사를 위한 교육 강연도 진행한다. 공연을 통해 보는 우리 노동자의 삶을 돌아보고, 이를 통해 공연이 남긴 숙제를 풀어내는 과정. 그것이 바로 진짜 ‘최고의 승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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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으로 노조 부흥회 한번 열어볼까요?”
[인터뷰] ‘최고의 승부’ 걸판의 최현미 대표를 만나다

금속노조와 전문극단인 ‘걸판’이 만났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공연을 통해 노조 핵심요구에 대한 일치성을 높여내고, 15만 공동투쟁 성사에 대한 결의를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노력의 결과물인 ‘최고의 승부(부제 마이마이)’가 지난 23일 경남지부 전진대회를 찾은 것.

걸판은 전진대회 공연을 앞두고 소품준비와 분장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염병 소품을 준비하고 있는 최현미 대표를 찾았다. 최 대표를 통해 전해들은 걸판의 역사는 길지 않았지만 노동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다.

걸판은 지난 2005년 결성됐다. 행운이 따랐을까. 걸판은 결성된 지 한 달반 만인 2005년 4월 30일 노동절 전야제에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신생 극단치고는 제법 큰 무대에 오른 것. 그날 걸판이 선보인 공연은 ‘신자유를 쏘다’라는 단막극이었다.

최 대표는 “저희들의 첫 공연을 보신 많은 분들이 재미있고, 새로웠다고 평가해 주셨다”며 “그 이후부터 각 노조 사업장에서 우리를 불러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업장뿐만 아니었다.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가 매년 실시하는 조합원 하루교육에도 단골 극단으로 공연을 진행했다.

금속사업장도 걸판의 무대였다. 최 대표는 “안산의 반월, 시화공단에 찾아가는 공연도 진행했다”며 걸판이 결코 노동과 멀지 않은 극단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경험은 공연에 그대로 녹아났다. 이번 공연인 ‘최고의 승부(부제 마이마이)’도 민주노조 탈퇴를 기획하는 사측에 대항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최 대표는 “공연의 부제인 ‘마이마이’는 우리가 족구를 할 때 자신이 공을 받을 것이라고 외치는 소리”라며 “공이 날라오는데 피하고, 움츠리지 말고, 승부하자는 뜻이 있다”고 밝혔다. 자본의 탄압에 쫄지 말고, 피하지 말고 마이마이를 외치면 승리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민주노조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극이다.

하지만 이러한 걸판에도 한 가지 어려움 점이 있었다. 바로 금속노동자들이 잘 웃지 않는 다는 것. 이는 걸판의 고민만이 아니다. 금속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외부강사 대부분이 갖고 있는 걱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걸판은 이번 공연을 ‘부흥회’로 만들어가길 원했다. 최 대표는 “금속이라고 하면 남성적이고, 차가운 이미지가 있다”며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웃음과 유연함을 발휘하면 전조합원이 함께하는 총파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웃음에는 힘이 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집회, 희망버스 모두 웃음이 있었다. 희망의 아이콘인 김진숙 동지도 웃으며 투쟁하자고 이야기했다. 심각한 주제를 한바탕 웃음으로 승화시켜 냈다고 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최고의 승부’. 비장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7월 총파업투쟁의 밑거름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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