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이 무엇일까? 가장 무서운 질병의 대표격은 암이다.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를 상담하거나 교육할 경우 암이나 발암물질 이야기를 꺼내면 사뭇 긴장하고 관심도 높아진다. 하지만 정작 암이 도대체 어떤 질병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은 도대체 무엇일까?

암은 악성종양, 악성 신생물이라고도 불리며 끝없이 분열하여 혈액이나 림프관을 통해 다른 장기에 전파될 수 있는 세포덩어리다. 암세포는 정상조직 세포가 어떤 원인으로 무제한 증식하여 그 생체의 생활현상이나 주위의 조직 상태에 관계없이 급속한 발육을 계속해 마침내는 생명을 끊게 만든다.

인체 정상 세포는 각자 정해진 수명과 소멸되는 장소가 내재적으로 프로그램 돼 있다. 이러한 기존 세포의 사멸과 새로운 세포의 증식의 균형이 정상적인 생명현상의 근간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포의 내재적인 주기에 교란이 일어나 비정상적인 세포가 죽지 않고 끊임없이 증식하게 되는 악성 종양. 이것이 암이다. 위, 간, 대장, 소장, 유방, 난소, 전립선, 피부, 뇌, 뼈, 눈, 코, 입, 피부 심지어 혈액까지 인체의 어떤 조직에서라도 발생 가능하며 조직학적 특성이나 1기, 2기, 말기 하는 병기에 따라 거의 완치가 가능한 것부터 어찌할 바 없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 암은 유전이나 흡연, 생활 습관과 같은 개인적 요인으로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노출되는 발암물질도 주요한 발병 원인이 된다.국내에서는 암이 직업병으로 최초 승인된 1993년부터 2000년까지 고작 35건만이 직업성 암으로 승인됐다. 최근 들어 승인건수가 많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나 여전히 많은 직업성 암이 개인질병으로만 다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자료사진>
전 세계에서 매년 1240만 명이 암으로 진단받고 760만 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국내의 암 발생자수는 2009년 기준으로 192,561명으로 10만 명당 387.8명에게 새로 발생하고 있다. 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2010년 기준으로 72,046명으로 10만 명당 144.4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사망원인별 통계에서 뇌혈관 질환이 10만 명 당 53.2명, 심장질환이 46.9명, 운수사고가 13.7명인 것을 감안하면 암은 무서운 질병임에 틀림없다.
암은 유전이나 흡연, 생활 습관과 같은 개인적 요인으로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하지만 직장에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노출되는 발암물질도 주요한 발병 원인이 된다. 캐나다의 직업성 질환 발생 규모를 예측한 결과 매년 77,900명에서 112,000명의 직업병 환자가 발생하고, 직업성 질환에 의해 매년 2,381명에서 6,01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전체 암의 6-12%가 직업적 노출과 관련된다는 보고도 있으며, 매년 미국에서 발생하는 폐암 사망자중 남성의 경우 9%,여성의 경우 2%가 직업적 노출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결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직업적 노출에 의한 기여도를 발표하였는데, 폐암은 남성의 6.1-17.3%, 여성은 2%이고, 방광암은 남성의 경우 7-19%, 여성은 11%이었다. 악성중피종은 남성의 경우 85-90%,여성은 23-90%로 직업적 노출이 가장 주요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암이 직업병으로 최초 승인된 1993년부터 2000년까지 고작 35건만이 직업성 암으로 승인됐다. 최근 들어 승인건수가 많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이나 여전히 많은 직업성 암이 개인질병으로만 다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들 인식 속에 암은 무서운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는 터인지라 '암적 존재'라는 말이 생겨난 듯하다. 각종 질병을 빗댄 시중의 이야기들 중 에는 '염병할' 이라든지 ‘재수에 옴 붙었다’라는 말이 있지만 ‘암적 존재’라는 말은 원래의 질병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아주 의미심장한 표현이다. 암이란 것의 특징이 살아있는 세포라는 점, 그런데 비정상적이라는 점, 비정상적이면서도 대단히 공격적이라는 점, 정상적으로 인체는 비정상세포나 조직을 알아서 죽여 버리는 기능이 있는데 이것을 피해서 무한성장을 하는 것이 암이라는 점.

암은 인접조직이나 혹은 혈류나 림프선을 타고 원격 조직에도 전이된다는 점. 암은 자신의 무한증식을 위한 영양공급을 위해 암 조직 주변으로 새로이 비정상적인 혈관을 증식시킨다는 점, 잠복기를 거치기 때문에 양성인지 악성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는 점. 잠복기가 대부분 길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급속히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점, 단 한 개 암세포라도 남아있는 경우에는 재발할 수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암은 무한증식을 하다가 사람을 죽이고. 결국 불사의 존재인양 포악스런 증식을 하던 암 조직도 죽게 된다는 점.

이런 의학적 사실을 인체가 아니라 고스란히 사회에 적용시켜 보면 (사회에) 암적 존재란 말은 대단한 통찰력을 지닌 표현 아니던가. 내 안에서 이런 것이 자라나는 것도 무서운 일이 되겠지만 우리 안에서 이런 존재들이 자라나는 것 역시 매우 무서운 일이다.

류현철 / 의사, <터 직업환경의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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