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은 곳이면 학교든 회사든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 경주 다스에서 일하던 우리들 중에도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특히 주야 2교대 근무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들과 광활한 그라운드에서 축구공을 차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단합을 도모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

▲ 다스축구클럽 소속 한 조합원이 집중력을 발휘해 공을 쫓고 있다. 다스축구클럽 제공

그렇게 우리는 지난 2000년 정식으로 다스축구클럽을 창단했다. 하지만 축구를 마음껏 즐기기에는 환경이 녹녹치 않았다. 회원 수도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교대 근무에 주말 특근으로 시합 때도 선수 11명을 맞추기 힘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회사에 일감이 별로 없을 때에도 축구장 구하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기껏해야 여름 야유회나 연말 총회 등 큰 행사가 있는 날이 돼야 회원들이 다 모이는 정도였다.

오로지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명맥을 이어오던 우리 클럽. 그런데 우리 클럽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다스노조가 2008년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금속노조에 가입한 것이다.

▲ 축구경기가 있을 때는 가족들도 함께 모여 경기를 즐기곤 한다. 다스축구클럽 제공

금속노조 다스지회가 설립된 후 지회는 여러 방면에서 클럽에 힘이 돼 줬다. 우선 회사와 지회의 협상으로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을 일주일에 두 번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평일에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자 회원들과 함께 땀 흘리며 축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회원들 간 관계도 더욱 돈독해 지게 됐다. 축구클럽 활동이 안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회원 수가 늘기도 했다.

이제 우리 클럽은 4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가족들도 함께 모여 경기를 즐기기도 하는 등 회사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 축구는 팀 필레이가 생명. 다스축구클럽 회원들이 경기 직전 손을 모으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다스축구클럽 제공

 우리 클럽 실력은 어떠냐고? 솔직히 과거 우리 클럽은 지는 경기에 익숙했다. 그러나 이제 경주에서 다스축구클럽이라고 하면 다른 축구클럽이 슬금슬금 경기를 피하고 싶어 한다. 각종 직장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석권하거나 상위권에 드는 것이 이젠 자연스러울 정도가 됐다.

▲ 필승! 다스축구클럽 회원들이 경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다스축구클럽 제공
축구는 팀 플레이가 생명이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을 모아 놓아도 동료들과 팀워크가 맞지 않으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우리 클럽의 기량이 좋아진 핵심 이유는 팀워크 향상이다. 이는 억눌렸던 현장 분위기가 다스지회 설립 이후 변한 것과도 관련이 크다. 민주노조가 축구클럽의 든든한 지원군인 셈이다.

우리 회사에 다스지회가 있는한 우리 축구 클럽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금속노조 내 실력에 자신 있는 축구팀이 있다면, 우리 기량이 더 늘기 전에 경기 신청을 하는 게 좋다.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금속노동자들 화이팅!

고재환 / 다스지회 조합원(다스축구클럽 총무)

* 공장 출퇴근 길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기계 부속품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모임. 바로 우리 지역과 현장에 있는 동아리들입니다. ‘우리 동아리를 소개합니다’는 <금속노동자>가 지역과 사업장에서 활동하는 각종 동아리를 소개하는 연재꼭지입니다. 전국에 자랑하고 싶은 동아리모임이 있으면 금속노조 선전홍보실(02-2670-9507)로 연락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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