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노동, 시민, 사회단체 대표와 사회원로들이 나서 쌍용차 정리해고 철폐를 위한 범국민추모위원회를 대규모로 구성했다. 이들은 쌍용차 참사를 “구조적 폭력의 극단적 형태인 구조적 타살이자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고 문제해결에 나서고 있다. 범국민추모위원회에는 영화감독, 만화가, 소설가, 시인, 미술가, 방송연예인 등도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은 지난 달 19일 ‘함께 살자 100인 희망지킴이' 발족식을 열기도 했다. 이들 중에 소설가 공지영씨도 포함됐다.

▲ “시작은 문화예술인 선언이었지만 그 전부터 고민은 있었어요. 솔직히 쌍용차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왜 사람이 자꾸 죽는 지 죽음의 이유를 알고 싶었어요. 일단 추적해서 원인을 알아내면 책으로 만들어 기금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라고 밝히는 공 작가는 대한문 분향소에 취재차 자주 방문한다. 김형석
서울 대한문 앞에 펼쳐져 있는 쌍용차 희생자 추모 분향소를 찾은 공 작가를 만났다. 공 작가는 “쌍용차 노동자의 22번째 죽음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 이 자리에 왔다”며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사람이 계속 죽어 가는지 알리기 위해 소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 작가는 이미 자신의 트위터에 “쌍용차에 대한 보고서 ‘대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나(가제)’를 만들기로 했다”고 알린 상태다.

공 작가는 최근 이곳 분향소를 자주 들러 취재를 하고 있다. 저명한 소설가가 노동자의 죽음과 투쟁에 관심을 갖고 현장 취재를 한다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니기에 사정을 물었다. 이에 공 작가는 “요즘 금속노조 명함 많이 받는다”며 생소한 듯 웃는다.

“시작은 문화예술인 선언이었지만 그 전부터 고민은 있었어요. 솔직히 쌍용차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왜 사람이 자꾸 죽는 지 죽음의 이유를 알고 싶었어요. 일단 추적해서 원인을 알아내면 책으로 만들어 기금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 공 작가는 쌍용차 희생자 문제에 대해 "서로 공격하다 자신을 공격하기도 하고. 모든 노동자가 겪을 수 있는 일이죠. 우리 모두가요. 대공장 노동자도 하루아침에 나가떨어져 버릴 수 있어요. 노예나 짐승이 되기를 거부한 노동자가 학대받는 양식이 삼청교육대의 그것과 비슷해요.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 거죠"라고 말했다. 김형석
취재 전까지 이런 투쟁일 줄은 몰랐다는 공 작가. 그에게 그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 “제게 잘 모르면서 뛰어들고 책을 낸다니 충격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잘 모르니까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정도로 모르는데 대부분이 모르는 일이죠. 르포라는 장르는 소설가가 가장 잘 쓰지 않겠어요?”

“책 내서 기금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저는 노사갈등보다는 한진중공업과 쌍용차의 차이를 봤어요. 짧은 시간 내에 취재를 마치고 집필하는 게 쉽지는 않죠. 솔직히 처음 얼마동안 저로서는 도저히 원인 파악도 안 되고 이해도 안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알게 됐어요.”

적당한 단어를 생각하느라 잠시 뜸을 들인 공 작가는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한진중공업의 경우 뚜렷한 적이 보였지만 여기는 뭐랄까, ‘외계인’과 싸우는 셈이에요. (해고를 앞두고) 서로 공격하다 자신을 공격하기도 하고. 모든 노동자가 겪을 수 있는 일이죠. 우리 모두가요. 대공장 노동자도 하루아침에 나가떨어져 버릴 수 있어요. 노예나 짐승이 되기를 거부한 노동자가 학대받는 양식이 삼청교육대의 그것과 비슷해요.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 거죠.”

▲ 공 작가는 대책보다는 사태의 중심 고리를 잡을 거라며 “인간의 관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노동을 해서 인간다워지는데 이 시스템은 노동할수록 짐승이 되는 거죠. 그 야만성을 고발할겁니다.”라고 밝혔다. 대한문 앞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에서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김형석
공 작가의 얼굴이 분노로 찌푸려졌다. “이건 정리해고 투쟁이 아니라 자본이 취하는 방식과의 투쟁 같아요. 전태일 열사는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고 했는데 쌍용차 노동자를 보며 기계만큼이라도 대했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기계 부품을 잃어버리면 애써 찾기라도 하잖아요. 양심의 가책은 아예 없고 이간질과 밥그릇 싸움을 시켜요. 환멸을 느꼈어요.”

준비라도 한 듯 빠르게 말하던 공 작가는 이 부분에서 말을 더듬을 정도로 분노했다. 공 작가는 대책보다는 사태의 중심 고리를 잡을 거라고 한다. “인간의 관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노동을 해서 인간다워지는데 이 시스템은 노동할수록 짐승이 되는 거죠. 그 야만성을 고발할겁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공 작가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처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전부 달려들어 사회적 여론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책자는 전액 기부로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쌍용자 희생자 가족을 돕는 일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날에도 어김없이 철거민, 장애인, 노숙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 쌍용차 희생자를 추모하고 연대를 다졌다. “사회적 살인은 사회적 연대로 막자”는 외침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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