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딱 경기지역금속지회를 이르는 속담들이다. 복수노조, 소수노조, 장기투쟁사업장, 해고자, 지역에 하나 뿐인 분회. 좋지 않은 상황만 모인 듯하다. 이 지회를 이끌고 있는 대한솔루션분회 해고자 권영직 지회장을 만나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물어봤다.

권영직 지회장은 쌍동이 아빠다. 딸과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닌다. 부인은 지역 노동단체에 다닐 때 한 사무실을 쓰던 청년회 풍물 강습생이었다. 지역 활동을 함께 하다 서로 믿음이 생겨 2002년 가정을 이뤘다. 부인은 현재 평택의 한 지역에서 아동센터를 맡아 저소득・실직가정 아이들의 방과 후를 돌보고 있다. 부부가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사는 일을 업으로 삼다보니 세상에 눈뜨기 시작한 아이들이 “아빠는 왜 맨날 가난해요?”라며 묻는다고 한다. 권 지회장은 “저는 나쁜 아빠예요. 아이들 유아 때부터 분회 결성해 활동하느라 옆에 있어주지 못했어요.” 권 지회장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을 덜고자 마사지를 해준다. “아이들이 한창 크는 때라 성장통이 있어요. 발목과 무릎 등 성장판이 있는 관절을 주물러 주며 대화를 하죠. 아침밥도 같이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얘기 많이 나누는 것보다 좋은 점수 따기는 없더라고요.” 해고자 아빠가 아이들 다리를 주물러 줄 때 심사가 어떨지, 가슴이 아리다.

▲ 경기지역금속지회는 크게 안산권, 화성권, 평택권으로 나뉜다. 지회는 올해 대의원대회에서 공단 혹은 행정단위 지회 건설을 핵심 사업으로 결의했다. 권영직 지회장. 신동준

권영직 지회장의 좌우명은 ‘사람 중심으로 살자’다. “인간관계가 깨지면 다 깨지는 것 같습니다. 삶의 희망도 찾기 어려워집니다.” 사람 좋고 사람 좋아하는 권 지회장의 인생 보물 1호도 ‘사람과 추억’이다. 개인의 부나 권력보다 사람과 동지를 챙기는 게 좋아서 운동에 뛰어들었다고 말하는 권 지회장. “가난한 지난 시절 한 동지의 생일날 모여 정성 담은 선물 주고 받고, 뒷풀이에서 결의를 모았던 추억이 소중하죠. 사람 향기 나는 소중한 추억들이 많습니다.” 2006년 분회 건설 전 까지 겨울 등산이 유일한 취미였던 권 지회장은 2010년 해고 되고나서 처음으로 아이들과 동네 뒷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혼자 지리산에 다닐 때 보다 더 재미있었다고.

보물 1호는 사람과 추억

지회 사업 얘기로 방향을 잡았다. 경기지역금속지회는 크게 안산권, 화성권, 평택권으로 나뉜다. 지회는 올해 대의원대회에서 공단 혹은 행정단위 지회 건설을 핵심 사업으로 결의했다. 지회 분화는 간부 역량, 재정, 조합원 규모 등 인적・물적 토대 구축이 핵심인데 현재 안산권은 어느 정도 준비됐지만 평택과 화성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한다. “안산-화성권 조직활동가 학교, 신한발브 중심의 화성 노동교실과 미조직 연석회의, 평택 미조직 비정규 교실 등 지역 조직화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 교육에 이미 조직된 분회와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미조직 노동자들이 결합해 교육, 건설, 투쟁, 조직화까지 연결되는 지역 조직화 모범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재정과 인력이 지극히 모자란 지회지만 지회 강화 노력과 노조에서 책정된 지역지회 전략조직화 사업비가 모여 사업에 힘이 실리고 한다.

지회는 안정된 규모 있는 사업장이 거의 없는 상황을 넘기 위해 교섭 가능한 분회를 중심으로 지회 공동요구안을 만들었다. 지역 조직화를 위한 사회공헌기금 출연과 간부 지역활동시간 주 4시간 보장 등이다. “현재 지회에 복수노조 상황의 소수노조가 많습니다. 안산, 평택 등 지역별 중심사업장을 정해 조합원 재조직화와 다수노조 회복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소수노조 돌파에 노조차원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지회-분회 교섭에 영향을 미치는 전술도 완성차와 함께 만들 수 있게 노조가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자동차부품 중심인 분회 조합원들은 우리에게 누가 신경 쓰겠냐며 노조 상황에 대한 냉소가 가득하다고 한다. 금속노조가 한 조직이라는 위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권 지회장은 힘주어 말한다.

권영직 지회장은 노조에 지역지회 사업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금속이 산업노조로 전환할 때 결의한 규약만 준수해도 됩니다. 기업지부의 지역지부 전환에 대한 관심만큼 지역지회 전략과 정책을 세워 집행하면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와 조직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노조가 일상 사업으로 정책을 입안해 일관되게 집행해야 합니다. 사업장지회 인원 편차 극복을 위한 계획도 꼭 세워야 합니다.” 권 지회장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노조가 이미 세운 7월 총파업 등 교섭과 투쟁을 힘차게 밀고 나가야 금속노조가 이루려는 국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정한 노조 투쟁 강행해야

권영직 지회장은 IMF이후 실업자가 넘쳐나는 상황에 평택에서 실업 극복을 위한 지역 사업을 했다. 평택지역 건설노조를 만들어 숲 가꾸기, 공공근로 등 사업을 2000년부터 4년 동안 맡아 진행했다. 대한솔루션에 2005년 입사했다. 2006년 회사가 주 5일제를 도입하면서 토요일 유급화를 전제로 임금동결을 선언하자 현장 불만이 폭발하면서 23명이 노조를 띄웠다. 참여를 주저하던 조합원들이 10월 단협을 체결하자 조직대상자 160명 중 140명이 조합에 가입했다. 회사의 끊임없는 탈퇴 노력과 조합원에 대한 치사한 차별, 일부 분회 간부들의 회사와 결탁이 의심되는 행동 등으로 조합원 수가 줄어 2010년 복수노조가 됐다. 그 와중에 권영직 지회장은 해고 됐다. “2010년 가을 문대식 전 분회장의 20일 간 단식투쟁 등으로 회사와 분회가 기업노조와 같은 내용으로 단협을 체결했습니다. 현재 분회 조합원이 기업노조에 비해 적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시 들썩입니다. 최근 7명의 동지가 다시 분회로 돌아왔습니다. 현재 정재황 분회장을 중심으로 진정성을 담은 조합 활동이 기업노조에 염증을 느낀 현장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요.”

부당해고 항소심까지 이긴 권영직 지회장은 회사가 복직 약속을 틀었지만 초조하지 않다. 대차게 회사 재산 가압류로 맞대응하며 대법원에서 이겨 현장에 돌아갈 때까지 경기지역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만나 금속노조로 데려올 생각만 한단다. 활짝 터진 벚꽃이 권 지회장의 미소보다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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