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마다 흩어져 있는 노동자가 자유롭고 손쉽게 노동조합에 가입해 권리를 지키게 하는 것. 금속노조에는 묵묵히 이 같은 과제 실현을 위해 애쓰는 지역지회가 있다. 80년대부터 옛 구로공단 노동자와 함께 해온 서울남부지역지회(지회장 구자현, 아래 지회)는 최근 변화하는 공단 현실에 맞춰 조직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회 사무실에서 만난 구 지회장은 마침 노조가입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구로공단이 ‘구로디지탈단지’로 이름을 바꾸고 정보통신기술 산업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형 공장과 사무실을 집중 유치했습니다. 이 안에만 13만 명의 노동자가 있습니다.” 이렇게 소개하는 구 지회장은 “작년만 해도 미조직 노동자 조직사업을 하면 바다에 돌 하나 던지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적어도 호수에 돌 던져 일어나는 파장을 볼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 “작년만 해도 미조직 노동자 조직사업을 하면 바다에 돌 하나 던지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적어도 호수에 돌 던져 일어나는 파장을 볼 수 있어요”라며 자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구자현 지회장. 인터뷰 와중에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김형석

그 동안 지회는 어떤 사업을 벌여왔을까. 우선 지난해 2월 지회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합원을 비롯한 그 지역 진보정당 및 시민사회단체와 ‘서울남부지역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노동자의 미래(노동자의 미래)’를 꾸렸다.

이들이 벌인 다양한 사업 중 ‘무료노동 이제 그만’이라는 캠페인 사업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중소기업의 고질적 문제점인 무임금 초과노동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제기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많은 상담 사례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시정을 요구해 성과를 낸 적도 있다.

▲ 구자현 지회장은 대화를 마치고 부지런히 ‘노동자의미래’ 월례강좌가 열리는 문화센터로 향했다. 마침 ‘희망’을 얘기하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의 강좌였다. 30명을 예상하고 준비한 강좌였지만 100명이 넘는 참가자로 좌석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김형석

이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출퇴근 노동자에게 ‘광장사업’을 펼치기도 한다. 광장이 펼쳐지는 날에 노동상담은 물론 지역 문화패들이 공연도 벌인다. 광장 한 귀퉁이에서는 파전과 막걸리도 판매한다. 각종 물품을 교환하고 판매하는데 벼룩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서적류다.

“광장사업을 소개합니다”

서점이 없는 공단에서 노동자들이 읽을거리에 목말라하기 때문이라는 게 구 지회장의 설명이다. “이런 캠페인 사업에 더해 일 년간 노동환경 실태조사와 상담사업을 하며 지역 노동자 3백 여 명의 주소를 모았어요. 전화 연락처는 천명이 넘죠. 이것은 다시 이후 사업을 위한 자산이 됩니다.”

구 지회장은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산악회도 만들고 사진반도 만들고 기타 동아리도 만든다고 소개한다. 원래 지회 조합원을 위한 동아리였지만 지역지회답게 참가대상을 ‘바깥’으로 개방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우리 지회는 이런 사업을 지원받아가며 하는 게 아닙니다. 조직화를 위해 우리 것을 던지는 중이죠. 일종의 모험입니다. 기업단위 조직화 사업은 기존 방식입니다. 지금은 옛날처럼 덜 약아빠진 자본가만 당하죠. 이곳 공단 자본가들은 이미 알만큼 압니다. 노조 조직화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구 지회장이 강조한다.

▲ "당분간은 지루한 축적입니다. 제발 성공사례 발표라던가 성과를 묻지 말았으면 해요. '전략 조직사업'이 일 년 만에 성과가 날 것 같으면 '전략'이라고 하겠습니까"라고 되묻는 구자현 지회장. 월례강좌 참가자의 방명록 작성과 좌석 안내를 돕고 있다. 김형석

“당분간은 지루한 과정입니다. 제발 성공사례 발표라든가 성과를 묻지 말았으면 해요. 이같은 ‘전략’ 조직사업이 일 년 만에 성과가 날 것 같으면 ‘전략’이라고 하겠습니까.” 구 지회장이 금속노조에 바라는 바다. 하지만 구 지회장은 이제 가능성을 느낀다고 말한다. “예전엔 상담전화가 와서 받으면 ‘이런 건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대단히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지금은 일단 방문해서 상담하겠다고 먼저 요구해요.” 구 지회장은 “우리에게 조합가입은 목표가 아닌 과정”이라며 “조합가입을 안하더라도 지역에 남을 수밖에 없는 지역 노동자들을 챙겨야 한다”고 덧붙인다.

잠깐의 인터뷰 와중에도 몇 통의 업무전화와 상담전화를 받던 구 지회장은 대화를 마치고 부지런히 ‘노동자의미래’ 월례강좌가 열리는 문화센터로 향한다. 마침 ‘희망’을 얘기하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의 강좌였다. 30명을 예상하고 준비한 강좌였지만 이미 100명이 넘는 참가자로 좌석이 부족할 지경이다. 바다를 호수로 줄여 노동자를 모으는 사업. 지역지회가 만들어가는 금속노조의 또 다른 희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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