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노동자들은 1996년부터 매년 4월 28일을 ‘국제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로 정하고 있다. 지난 1993년 4월 태국 인형공장에서 공장문이 잠긴 채 일하다 화재로 사망한 노동자 188명을 추모하기 위함이다. 민주노총도 2002년부터 산재사망 추모행사를 매년 이날 열고 있고, 4월을 ‘노동자 건강권 쟁취의 달’로 정해 산재 추방을 위한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맞춰 <금속노동자>는 4월 28일까지 매주 한편씩 네 번 관련한 현장 조합원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주>

현장에서 쓰이는 제품 절반 이상에서 독성물질 발견됐다. 2010년 실시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발암물질 진단사업 결과다. 엔진3부, 도장2부, 소재1부 등 세 곳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분석한 결과 총 1천 501개 제품에서 발암성 1급 76개 제품(5.1%), 발암성2급 99개 제품(6.6%) 등 독성물질이 모두 52%나 발견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현장 조합원들이 매우 심각하게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06년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글로벌 환경경영방침에 입각해 전 세계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과 부품 그리고 재료에 납, 수은, 6가크롬, 카드뮴(이하4대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현대자동차 본사차원에서 유해물질 추방선언은 참으로 대단한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 당시 선언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유럽환경규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형식적 선언이었다는 게 확인됐다.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해물질이 각종 암을 유발한다는 게 확인되었기에 사측은 즉각적인 작업환경을 개선해 조합원들이 안전한 일터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 금속노조 발암물질진단사업 이전에는 발암물질 실태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였고 현장의 작업자들도 별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진단사업 이후 많은 조합원들이 발암물질 추방에 관심을 갖고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노조 노동안전보건실이 한 사업장에서 유기용제를 조사하고 있다. 신동준

2010년 현대자동차 발암물질 진단사업은 3개 부서에서 조사됐고 전 공장 전수조사를 위한 사전조사였다. 이 사전조사에서도 발암물질 사용실태가 드러났으며 관련된 암환자들이 산업재해로 승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부는 과거 노출자료를 정리해 향후 발생될 산재에 대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했다. 지부는 체계적인 관리대책을 수립해 발암물질로 인한 직업성암 발생을 최소화하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향후 지부는 전공장 발암물질 조사를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첫째, 지부는 전 공장 발암물질 사용실태를 파악해 유해물질이 부서 환경에 맞게 관리되고 있는지 점검할 것이다. 둘째, 과거 사용이력 및 노출 경력에 따른 부서별 발생 가능한 암 종류를 정립하고 고위험 노동자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셋째, 발암물질별 독성과 노출 가능성에 따른 위험도를 평가하고, 이에 따른 금지물질을 확인해 대체물질 목록을 정리할 것이다. 지부는 나아가 발암물질 뿐 아니라 모든 화학물질들을 독성등급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 한다.

금속노조 발암물질진단사업 이전에는 발암물질 실태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였고 현장의 작업자들도 별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금속노조의 진단사업 이후 많은 조합원들이 발암물질 추방에 관심을 갖고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 이에 향후 금속노조에서도 적극적으로 발암물질 근절 및 작업환경개선에 온 힘을 다해 사업을 추진해 나가길 기대한다.

고선길 / 현대차지부 노동안전보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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