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동자 중 직무스트레스가 가장 큰 직종은 무엇일까. 현대차지부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판매’ 노동자가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 조합원이지만 공장에서 일하지 않는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동료 조합원보다 현장(지점) 밖 시민들을 만나는 게 일상인 판매조합원들. 그 속사정을 들으러 가보았다.

우리 조합원들이 우선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 하나. 현대-기아차를 만날 수 있는 전시장이 전국 곳곳에 있다. 이들 간판은 **지점과 @@대리점으로 각각 표시돼 있다. 이들 중 우리 판매조합원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지점’이라고 표시된 곳이다. 만약 현대-기아차를 산다면 반드시 ‘** 지점’에 가서 “여기 금속노조 조합원과 상담하러 왔습니다”라고 꼭 말하길.

**지점에 가야 판매조합원이 있다

조창묵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서울서부지회장. 올해 마흔일곱 살에 부인과 아이가 둘 있다. 부인은 청년운동단체에서 함께 활동하던 동지였다. 조 지회장은 활동하던 단체가 국가보안법에 털려 구속되면서 한 차례 해고당했다. 해고 뒤 조 지회장은 금속노조 전신인 금속산업연맹에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일하다 2002년 복직해 판매 현장에 돌아갔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12대 현대차노조 마지막 집행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조 지회장은 연맹과 현대차노조에서 선전일을 주로 했다. “우리 지회에 <프라우다>라는 제호의 노보가 있습니다. 격월간으로 지회 편집위원들이 만드는 노보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편집권은 편집위원들에게 전적으로 위임했습니다. 지회는 예산만 지원합니다.” 노조에서 선전일을 하다보면 편집과 관련해 집행부와 갈등을 빚을 수 있지만,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믿고 투명하게 집행한다면 거리낄게 없다며 편집권을 위임한 취지를 설명하는 조 지회장.

조 지회장은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만 항상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거라”라고 말해 준다고 한다. 낮은 곳의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잘 사는 세상 만드는데 도움이 되라는 뜻으로 설명한다. 조 지회장은 아이들에게 이런 너른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야영 위주의 가족여행을 자주 다닌다. 함께 떠나는 조합원 가족들의 또래들과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놀면서 배려하고 양보하는 삶을 몸으로 익히게 한다고.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자연 속으로 떠나자고 손 내민다. 그러다보니 별다른 취미 없던 조 지회장도 여행이 몸에 배었다면서 최근 다녀 온 눈 덮인 곰배령 얘기를 한다. “한마디로 무념무상, 물아일체입니다. 고요한 눈 밭 위에 섰을 때 세상이 정지하며 그 속으로 빨려들어 갔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을 잠시 잊고 머릿속의 찌든 때를 빼고 왔습니다.” 여행 덕에 흐트러진 마음을 붙잡고 지회 사업에 집중한 경험이 많다고 귀띔한다.

▲ 현재 조합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현안은 대리점 과다서비스 제공이다. “대리점은 현대차 출신이 사장으로 나가면서 차리는 판매점입니다. 조합원이 아니지요. 회사 정가 판매정책이 시행 중이지만 대리점들이 취득세 안 받기 등 금액을 교묘히 깎아주니 조합원들이 무척 힘듭니다.” 조창묵 지회장. 신동준

조 지회장은 최근 김진숙 지도위원의 투쟁을 보면서 인생의 좌우명을 정했다고 한다. “김 지도는 주목받으려고 싸우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길을 간 것입니다. 아직 나의 길이 어딘지 명확하지 않지만 내 길을 꼭 찾아 묵묵히 뚜벅뚜벅 가겠습니다.” 인생의 보물 1호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두 아이들이라고 답한다. 조 지회장은 부모님의 바람과 기대를 애써 외면하고 노동운동 하며 살았다며 “후회 않지만 부모님께 미안함은 있습니다. 아이들의 길은 자신들이 찾게 하려고요. 보물 같은 아이들에게 물려 줄 수 있는 보물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이로운 사람이 되거라”

조창묵 지회장은 430여명의 조합원과 함께 고민하고 울고 웃고 있다. 서울서부지회 산하에 25개 분회가 있다. 서울서부지회 판매구역은 한강 남쪽 강서구부터 동작구까지다. 더불어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에 전국 각 판매구역 별로 20개 지회, 6,770여명의 조합원이 있다.

뿔뿔이 흩어져서 일하는 조합원 조직화를 위해 벌이는 일상사업에 대해 조 지회장에게 물었다. “월 1회 분회별 회의를 통해 모아진 내용과 지회가 준비한 안건으로 월 1회 지회운영위원회를 엽니다. 25개 분회를 방문해 조합원들과 직접 대화하려면 두 달 정도 걸립니다.” 흩어져 있는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현장 요구사항을 듣기도 벅찬 업무구조에 대해 말하는 조 지회장. “구역이 넓은 지방 지회장이 분회 간담회를 하려면 새벽에 출발해 조합원들을 만나야 합니다. 전체 조합원이 모일 기회는 1년에 두 번 보장된 교육과 체육대회, 수련회, 총회 등 대여섯 번에 불과합니다.”

현재 조합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현안은 대리점 과다서비스 제공이다. “대리점은 현대차 출신이 사장으로 나가면서 차리는 판매점입니다. 조합원이 아니지요. 회사 정가 판매정책이 시행 중이지만 대리점들이 취득세 안 받기 등 금액을 교묘히 깎아주니 조합원들이 무척 힘듭니다.” 게다가 차종별 동호회 사이트에 할인판매를 공공연히 내걸고 영업하는 대리점 판매자들도 있어 판매 조합원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지회와 판매위원회가 회사에 정가판매정책을 근거로 단속이나 대리점 불이익 처분을 요구하면 ‘알았다’는 말 뿐, 신속히 시정하지 않고 있다고. “회사는 또 이런 상황을 악용합니다. 판매여건과 근로조건 개선 없이 실적 부진에 대해 압박합니다. 관리자와 일상적으로 밀착돼있는 지점 근로조건 상 굉장한 불안심리가 생깁니다.” 1대1 면담, 선출고를 암시하는 관리자의 발언 등으로 판매조합원들은 지부 내 직종 중 업무스트레스 1위라는 처지에 놓여 있다.

“대리점 부정판매가 가장 힘들어”

조 지회장은 지회가 대리점 규정에 어긋나는 판매 행위 조사를 위해 미스터리 쇼퍼(판매 조합원들이 소비자를 가장해 판매 상황을 점검하는 일)를 자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조합원들의 영업 애로사항을 해소하고 정가판매를 안착시키기 위해 미스터리 쇼퍼 운영을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할 예정입니다.” 지역 대리점들도 지점과 지회의 이런 방침을 알고 대응해서 부정 판매를 잡아내기 힘든 상황이다.

조창묵 지회장은 지부와 노조에 당부하는 말로 인터뷰 끝을 맺었다. “울산공장 등에 복지, 문화, 체육시설이 있습니다. 판매 조합원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어 이런 혜택을 받기 힘듭니다. 조합원들도 생산직 조합원들에 비해 단체협약 상 차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매조합원들의 주요 거주지를 중심으로 문화, 복지시설과 계약을 맺어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6,770명이 넘는 조직의 지회장들이 전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판매수당 1원 없는 임금을 받으며 지회를 지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조 지회장은 “판매조합원들의 임금과 판매 수당에 불이익을 주는 회사의 몇 가지 조치에 대응한 정책과 투쟁을 준비 중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라고 당부했다.

* [나는 지회장이다]는 일선 금속노조의 핵심 활동가이자 지휘자인 지회장들을 ‘인간적’으로 소개하는 연재꼭지입니다. 전국을 돌며 각 지회장들의 일상과 고민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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