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매일 현대차 공장으로 출근했다. 주야 맞교대에 특근까지 해가며 자동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회사는 아직 “당신들은 현대차 직원이 아니”라고 우긴다. 그 탓에 △△업체, □□업체를 옮겨다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 중 더 열악하고 취약한 노동자를 꼽는데 빠지지 않는 것이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다. 현대차아산사내하청지회 서정영, 김성자 조합원도 그 주인공이다.

서 조합원은 13년, 김 조합원은 10년을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했다. 이들은 도장부서에서 자동차에 도색 전 실러를 바르는 작업을 해왔다. 10여 년 세월동안 세 번 업체를 옮겼고 매번 사장도 바뀌었지만 이들이 일하는 자리는 계속 이 곳이다. 두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서정영, 김성자 두 여성노동자는 10년 넘게 현대차를 만들었다. 올 해는 꼭 정규직으로 그간 설움 털어버리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소망이다. 강정주
“일하는 거야 당연히 힘든데, 더 힘든 건 제 때 쉬지 못하고 화장실 가고싶을 때 가지 못하는 어려움이다.” 주야 맞교대에 매일 서서하는 작업까지. 하지만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여성노동자 업무에 대한 배려가 없는 공장 상황이다. “남자들이 일하는 라인은 여섯 명이 일하다 한 명이 잠깐 화장실가도 서로 순환해가면서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작업은 보충해 줄 인원도 없고 교체 작업도 안 되니까 정해진 쉬는 시간 외에는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김 조합원의 설명이다. 심한 경우 열 시간 동안 화장실에 못 간 적도 있다.

열시간 화장실 못간 적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회사는 생리휴가를 쓴 여성노동자들에게 보건소에서 증명서를 떼 오라는 둥 수치심을 준다. 지난 해 이 같은 요구를 한 업체 소장 행태에 참지 못한 한 여성노동자가 사용한 생리대를 소장에게 던지면서 항의한 끝에 사과를 받는 사건도 있었다.

▲ 서정영 조합원은 "올 해는 꼭 투쟁 잘되서 비정규직이라고 누리지 못했던 것들 다 누려보고 싶다"고 말한다. 강정주
하지만 두 조합원은 예전에 비해 지금이 훨씬 나아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처음 입사했을 때 여자들 시급이 남자들보다 적었다. 남자들 두 번 임금인상 해줄 때 여자들은 한 번 밖에 안올려줬다.” 김 조합원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여성노동자들이 여러 작업을 도는 로테이션도 하지 않고 쉬운 일을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서 조합원은 “우리가 하는 일도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고 힘든데 이런 것 까지 차별하면 되겠냐”고 덧붙인다. 한 때 화장품 때문에 제품에 유분 떨어진다고 화장도 못하게 했다니 말 다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설움도 크다. 서 조합원은 “아니 더 힘든 공정은 비정규직이 다 하는데 임금은 정규직 절반도 안 되고 복지며 뭐며 누릴 수 있는 게 없다”고 꼬집는다. “이대로라면 누가 이걸 보상해주냐. 정말 억울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이다. 올해 꼭 잘 싸워서 지금까지 못했던 것들 다 누리면서 살고 싶다.” 서 조합원이 말한다.

“억울해서 자다가도 벌떡”

서 조합원은 올 해를 포함해 정년 3년 남았다. 하지만 정규직이 되면 정년은 6~7년 늘어난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정년이 다르기 때문. “우리는 근속수당, 만근수당 딱 두 가지 밖에 없다. 주말에 똑같은 시간 특근해도 정규직, 비정규직 책정되는 시간이 다르다. 임금도 적게 받는데 이런 것 마저 차별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애들 학자금은 똑같이 적용받았으면 좋겠다.” 김 조합원이 털어놓는다.

바로 옆에서 같은 일 하는데도 ‘비정규직’ 꼬리표 때문에 이들에게 단협 체결도, 그것으로 복지를 보장받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더러운 거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것 아니고, 사람 권리 다른 것 하나도 없다.” 정규직으로 당당하게 살기 위해 이들도 투쟁에 나섰다. 이날 만난 두 여성 조합원도 그 중 손꼽히는 이다. 2010년, 2011년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 세 공장 비정규직은 정규직전환을 요구하며 치열하게 투쟁했다. 서 조합원과 김 조합원은 당시 투쟁으로 입사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정직 1개월이라는 징계를 당했다.

▲ 김성자 조합원은“정규직부터도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더러운 거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것 아니고, 사람 권리 다른 것 하나도 없다”며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차별을 토로했다. 강정주

 “나 혼자 좋으려고 이러겠냐”

“투쟁하면서 명절에 받는 돈이며 상여금이며 회사에서 나오는 돈이란 돈은 죄다 깎였다. 정직 당했던 때도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힘들고 서러웠는지.” 회사는 지난 해 6월 지회 조합원들이 현안 해결을 위해 하루 집단으로 월차를 냈던 것을 인정하지 않고 무단결근 처리했다. 이 때문에 김 조합원은 얼마 전 업체로부터 연차 발생을 위해 책정하는 출근 일수에서 딱 하루가 부족해 연차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통보도 받았다. 노조 활동 때문에 생기는 불이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 조합원의 아들은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이고, 지금은 해고돼 투쟁 하고 있다. 서 조합원은 아들을 말리기는커녕 더 열심히 투쟁해야 한다고 끌어주는 강성 엄마다.

"지회에서 네 시간 파업한다고 일하다 나오면 관리자들이 ‘여자 투사들도 있네’ 하면서 빈정거리기도 하고, 나이 먹고 이제 곧 회사 관둘 사람이 뭐하러 싸우냐는 사람들도 있다.” 서 조합원의 말이다. 하지만 “나 혼자 좋으려면 이런 설움 어떻게 견디겠냐”고 덧붙인다. “나로 인해서 누릴 거 못 누리고 사는 다른 아줌마들도 잘되면 좋고, 추운 날 밖에서 더 고생하고 있는 해고자들도 얼른 공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들은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이같이 밝힌다. 이들, 올 해는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우리 올 해는 꼭 한 명도 빼놓지 말고 다같이 정규직 되고, 공장 돌아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잘될 날만 바란다.”

* 15만 금속노조 조합원 가운데 여성조합원이 대략 7천 여 명에 이릅니다. ‘금속’ 하면 남성노동자만의 조직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속노동자>가 전국을 돌며 여성노동자나 그 모임을 재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그를 통해 금속노조 뼈대를 이루는 여성노동자나 모임을 발굴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본 기획은 계속 연재됩니다. 전국에 소개할만한 여성노동자나 그 모임이 있으면 노조 선전홍보실(02-2670-9507)로 연락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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