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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뭔가 될 것 같다”[우리지회가 사는법-6] 대구지부 한국게이츠지회
김형석 선전부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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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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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국게이츠지회(지회장 채붕석)는 역사가 오랜 지회도, 수천 조합원의 대공장도 아니다. 하지만 회사와 맺은 단체협약은 금속노조 모범 단협안으로 꼽힐 정도다. 대구지부 간부가 이 지회를 추천한 것만 봐도 ‘우리 지회가 사는 법’에 소개할 곳이다.

지회사무실은 회사 사장실 옆에 있었다. 민주노총 마크와 금속노조 마크가 함께 붙어 있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침 지회 대의원 선거로 한창이었다. “사장실을 현장에 설치하기에 우리도 바로 그 옆으로 옮겨 왔죠.” 이렇게 말하며 웃는 채 지회장은 “지난 1월 17일 지회 임원 선거가 끝나 아직 정신이 없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한국게이츠의 전신인 평화산업은 국내 타이밍벨트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잘나가는 회사였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이 뭔지 모를 정도로 형편없는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신음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회사 전무는 30억이나 하는 공금을 횡령하기도 했다. 미국 게이츠로 지분인수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버려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자연스레 노조설립을 모색했다.

   
▲ 채붕석 한국게이츠지회장은 “지역 동지들로부터 연대를 많이 받았습니다. 연대의 중요성을 노조 설립과 함께 깨달은 셈이죠. 그래서 지금도 대외 연대 사업만큼은 재정과 인력을 투입해 게을리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소개했다. 투쟁을 통한 승리를 경험한 한국게이츠지회 조합원들이 단결과 연대의 힘을 아직 잊지 않고 있는 이유다. 신동준

1999년 12월 발기인 아홉 명을 중심으로 노조를 설립하고 상급단체로 당시 금속산업연맹에 가입했다. 이듬해인 2000년 당시 노조는 127일 간 전면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회사는 두 번이나 직장폐쇄를 감행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은 결국 노동조건 개선과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쟁취했다.

1999년 노조설립한 이곳

“지역 동지들로부터 많은 연대를 받았습니다. 연대의 중요성을 노조 설립과 함께 깨달은 셈이죠. 그래서 지금도 대외 연대 사업만큼은 재정과 인력을 투입해 게을리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채 지회장의 말이다. 그래서인지 지회는 지역 사업에도 열심이다. 지회는 2009년 경북 성주농민회와 노농결연사업을 시작했다. 조합원 가족이 함께 농민회 작목반 체험도 하고 땅을 빌려 만든 주말농장에서 옥수수 수확도 했다.

먹고 남은 씨알 굵은 옥수수는 판매도 했다. 여름이면 농민회에서 수확한 유명한 성주참외를 직거래하기도 한다. 노동자들과 친해진 농민회 회원들은 아우들이 어찌 일하나 볼 겸 공장견학도 온다. 아우뻘인 조합원들은 6개월마다 새 안전화가 지급되면 버리기 아까운 신던 안전화를 모아 농민들에게 보낸다.

   
▲ 송인환 한국게이츠지회 사무장이 현장 휴게실에서 한 조합원과 현장 현안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신동준

“작년에 투쟁이 길어지면서 왕래가 좀 뜸해졌어요. 요즘도 형님들이 왜 안 오냐며 연락이 옵니다.” 이렇게 말하는 채 지회장은 즐거워했다. 한국게이츠지회에서 시작한 노농연대는 대구지부 다른 곳으로 퍼졌다. 대동공업지회와 동원금속지회는 각각 고령농민회, 경산농민회와 결연을 맺어 지역 특산품을 재배한다.

노동자-농민 결연사업 전파자

나이 지긋한 고참 조합원은 노동조합을 어떻게 생각할까. “1999년 노조 설립 때 발기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임금인상보다도 노동조건이 달라진 것이 중요했죠. 이전까지 우리는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나 종업원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배영호 조합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앞으로도 신임 지회장이 잘하겠지만 노조의 기본협약, 단체협약을 제대로 지켜나갔으면 한다”고 말한다.

노조설립과 단체협약 쟁취에 성공한 조합원들은 지난 2003년 금속노조에 가입한 뒤 꾸준히 조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최근 회사의 양보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작년 전임자 타임오프를 비롯해 동호회비와 학자금과 같은 복지 축소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무엇보다 노조를 설립한지 10년이 넘어가면서 새로운 활력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어느새 노조 간부만의 노조활동이 되고 있지 않나 고민됩니다. 조합원 평균연령이 43세로 높아지면서 성과주의와 실리주의 문제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고요.” 채 지회장이 털어놨다.

노조설립 10년차의 고민

“문제해결 방법은 조합원 참여입니다. 논의과정 공개로 함께 결정하는 것이죠. 직접 말하기 곤란한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공장 구석구석 소리함도 설치했습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의견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말수 적은 조합원 의견을 받아 간부회의에서 논의하자는 겁니다”. 채 지회장은 조직력 강화 방안을 이렇게 설명했다.

   
▲ 채붕석 지회장이 현장에서 배영호 조합원으로부터 지회 사업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다. 신동준

지회는 조합원 간담회 횟수도 늘리고 아홉 개 현장조직위원회마다 대의원과 간부를 묶어 두세 명씩 배치했다. 대의원이 현장조직위원회 소집권을 가지고 시간과 재정을 배분한다. “활동에 소외된 조합원을 중심으로 의견을 취합할 겁니다. 벌써 슬슬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채 지회장은 “현장 활동이란 게 이런 거구나라고 새삼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타임오프 관련해 노조의 현행유지 방침을 고수하면서 이런저런 말 못할 어려움도 많습니다. 완성차 움직임에 따라 부품사 사측 대응도 바뀌니까요.” 채 지회장은 “작은 사업장은 금속노조 지침에 충실히 따르다 일선에서 탄압 받고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며 “중소사업장에 대한 노조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CR(원가절감) 문제도 심각하죠. 중소사업장에서 어렵게 임금투쟁을 하다가도 사측이 완성차로부터 CR 20~30억씩 맞았다고 하면 협상이 어려워지거든요.” 김홍근 부지회장 역시 어려움을 털어놨다.

“중소사업장 관심과 지원 절실”

그러나 채 지회장은 이내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며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금속노조 임원 현장순회가 잦아지면서 조합원들이 “이번엔 임원 얼굴이 좀 보이네”라며 즐거워 한다는 것.

   
▲ 한국게이츠지회 현장 휴게실에서 조합원들이 최근 실시한 지회 판견 대구지부 대의원선거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지회는 일상 사업 등이 하나 둘씩 진행되면서 안정을 되찾고 있다. 신동준

“뿌리가 강해야죠. 투쟁을 앞두고 노조 지침에 복무하는 건 당연합니다. 올해는 분위기 좋습니다. 기대도 큽니다.” 김홍근 부지회장 역시 이렇게 거들었다. 채 지회장의 지회 안팎 활동을 보며 출마를 결심했다는 송인환 사무장도 “조직의 결의대로 따라갈 생각”이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채 지회장은 “지회장 당선되고 첫 사업으로 노조 지회장 수련회에 다녀왔는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위원장이 입을 맞춰 총파업을 호소하고 완성차 지부장 결의도 남달랐다”며 “올해는 뭔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 2011년 말 현재 금속노조 조합원이 분포한 사업장은 2백38곳입니다. 특히 각 지회는 금속노조의 골간을 이루는 사실상의 최초 사업단위입니다. 그리고 각 지회는 서로 규모도, 업종도, 역사도, 사업방식도 제각각입니다. 이 같은 제각각의 사업이 모여 금속노조를 이룹니다. [우리지회가 사는 법]은 1년 동안 전국을 돌며 이 같은 각 지회의 활동상을 조명하는 연재코너입니다. 금속노조 산하 지회가 바로 금속노조의 얼굴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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