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의 경제적 상황은 지난해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와 달리 저금리, 재정수지 악화, 인플레이션 부담 등으로 주요 국가들이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수단을 거의 소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로존 재정적자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각각 70%, 100% 이상 증가하는 등 재정부실이 심각하다. 따라서 상당기간 재정지출 축소와 소비 및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는 신흥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신흥국 또한 경기둔화가 예상된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위기가 본격화된 국가들의 경우 구체적인 재정적자 감축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고 있는 상태다. 이는 당해 국가 뿐 아니라 미국과 더 나아가 세계경제의 더블딥 우려를 증폭시키는 악순환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반영하여 IMF는 유로권의 경우 올해 GDP성장률이 1.1%(2010년 1.8%), 신흥국의 경우 6.4%(2010년 7.3%)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한다.

▲ 우리나라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04년에 123%에서 2010년말 기준 157.6%로 상승했다. 우리나라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OECD 국가 중 영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경제도 경기위축이 불가피하다. 기본적으로 외국자본과 수출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선진국의 경제 및 금융 상황에 따라 수출과 자본유출입이 큰 영향을 받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명목GDP 대비 수출입액이 2008년 69.4%에서 2010년 87.9%로 증가하는 등 대외의존도가 더욱 확대됐다. 여러 민간연구소나 정부기관들도 2012년 경제성장률을 3.5% 내외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여기에 이란과 미국의 대립양상이 악화될 경우 유가상승으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또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자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금융시장 특성으로 인해 유럽계 자금 중심으로 자금유출이 지속될 경우 불안심리 확산과 함께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스 디폴트 우려 등 유럽의 재정위기 문제가 부각된 지난해 9월 26일 코스피 지수는 2.64%(44.73포인트) 하락 1700선이 붕괴했고, 코스닥 지수는 8.28%(36.96포인트)가 급락했다.

가계부채 1천 조 원 시대 돌입

더욱 문제인 것은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다. 가계부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1년 2분기 1011조원, 3분기 1071조로 가계부채 1천 조 원 시대가 열렸다.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2004년에 123%에서 2010년말 기준 157.6%로 상승했다.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OECD 국가 중 영국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소득 전망이 좋다면 이 수치가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향후 고용과 소득 전망이 나쁘기 때문에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최근 가계대출 목적에서 주택구입 이외의 목적을 가진 대출마저 늘고 있는 것도 우려를 더 증폭시킨다. 실제 가계대출 중 주택구입 이외의 목적 대출비중은 2009년 상반기 42%에서 2011년 상반기 48%로 증가했다. 소득 하위 1분위 계층만 놓고 보면,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이 2010년 10.9%에서 2011년 13.3%로 높아졌다.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도 143%에서 202%로 크게 높아졌다. 소득 상황은 악화됐는데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소득 하위계층 가계가 대거 신용불량 상태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한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크게 하락하게 된다.

그런데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은행들의 영업행태 변화다. IMF외환위기 이후 무분별한 자본시장 개방으로 국내 시중은행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급증했고, 이는 은행이 공공성(자본중개)보다는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고 좀 더 안정적이고 수익성 좋은 개인 대상 부동산 대출에 치중했다. 그 결과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부상했다. 무엇보다 금융기관(특히 은행)을 사회적 공공재로 지정하여 ‘외국인 지분한도를 제한’하고 ‘주주이익 한정제도’를 즉각 도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이한진 / 진보금융네트워크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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