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함께 있는 2012년. 유명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묘사했듯이 그 동안 위에서 무게잡던 정치인들이 ‘서민’이 많이 찾는 시장을 찾고 국밥집을 찾아 ‘서민스럽게’ 먹는 모습이 TV뉴스나 홍보물에 많이 등장하는 시즌이다.

사실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대중’ ‘서민’ ‘국민’이라는 단어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이른바 ‘다수표’를 의미하는 것이고 “우리가 더 대중적이고 서민적이다”라는 뜻은 “우리가 더 많은 다수표를 얻을 것이다”라는 득표의 의미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중-국민-서민이라는 의미가 과연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들을 뜻하는지 구체화하기 힘든 집단적 개념이라는 것에 있다. 과연 당신이 생각하는 서민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대표적인 서민 이미지의 단골 주인공은 바로 시장 상인이다. 그것도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아니라 재래시장 상인들. 2010년 KB금융그룹이 “대한민국에 서민들을 위한 희망을 불어넣겠다”는 의미로 이승기를 모델로 인사동 떡집과 노량진 시장을 찾아가서 상인들과 만났던 TV광고가 바로 그 전형.

서민이미지 단골주인공은 시장?

그리고 2012년 통합민주당의 새로운 대표가 된 한명숙 대표가 취임 후 첫 일정으로 방문한 곳도 마장동 시장이고 시장 방문 후 시장 상인들과 함께 김이 펄펄 나는 아침을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솔직히 이제 시장을 찾는 서민 정치인의 이미지는 뉴스와 신문에서 너무 많이 봐서 식상할 뿐만 아니라 진짜 서민의 실체와 다소 어긋나 있어 보여 말 그대로 보여주기 쇼와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진짜 서민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실 정말 쉽지 않다. 다만 어설프게나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광고하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광고에서 그 진짜 서민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우선 2011년 초반에 운영되면서 많은 호응을 받았던 동아제약 박카스의 사장님 편 광고를 보자. 아마도 회사 휴무일인 토요일 오전, 산을 좋아하시는 사장님께서 직원들을 데리고 북한산에 올라오신 듯하다. 여기서 보통의 사장님들이 착각 하듯 자신이 기분이 좋으니 부하 직원들도 모두 기분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하면서 “묵은 피로가 싹 풀리지?”라고 좋아한다. 모두들 힘들고 짜증나서 죽을 맛인데 말이다. 이때 꼭 한 술 더뜨는 아주 얄미운 중간 간부가 등장하다. “이렇게 좋은데 매주 올까요?” 사장님의 대답 “그러지 뭐”.

박카스 사장님 편 광고

사실 2012년을 살아가는 진짜 서민의 모습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원색적으로 말한다면, 자본가가 노동자를 정규 노동시간 이외 시간까지 개인적으로 착취하는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해고 위협 속에 올바른 소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억압체제. 더불어 자신이 자본가인양 같은 노동자 주제에 다른 노동자를 통제하는 중간관리의 모습. 많은 사람들이 이 광고를 보면서 공감하고 좋아하고 즐거워했으면 그 속에서 우리네 삶의 모습이 아주 많이 녹아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최근에 ‘조지아’라는 캔커피 광고 속에서도 진짜 서민의 삶의 힌트를 찾을 수 있다. 광고에서 무기력하게 바라보고 있는 TV속에서 귀신이 나온다. 그러면서 흘러나오는 카피는 “일요일 밤 12시,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은…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 매월 월급 받고 사는 월급쟁이 서민 입장에서 이렇게 속 시원하게 공감가는 광고도 없으리라. 1천 만 월급쟁이들의 공통 직업병인 ‘월요병’을 이렇게 표현하고 보여주고 있는 것.
광고에서 표현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이런 월급쟁이의 애환이 사실 2012년을 대표할 수 있는 서민의 모습이 아닐까. 이러한 흐름은 10년째 무가지에서 계속 연재되고 있는 연재만화 ‘무대리’에서부터 TV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까지 일맥상통하고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광고 속에서 표현되는 많은 공감받는 ‘서민적인 월급쟁이 애환’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산재로 하루에 몇 명씩 죽어나가고 있고, 노동탄압에 항거하는 분신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런지 이런 이미지에 반응하고 공감한다. 이를 어쩌랴. 최소한 표를 얻겠다고 한다면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이 시스템의 원리인 것을.

김범우 / 어느 광고회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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