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의미와 은행업과 증권업의 차이를 살펴보자. 원래 금융이란 돈의 여유가 있는 자가 돈이 부족한 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돈을 융통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흑자주체에서 적자주체로 돈이 흘러가게 함으로서 현실의 모든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고 공동체의 경제적 발전을 도모한다. 따라서 금융시장이란 가계, 기업, 정부 등의 제반 경제주체들이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로 서로 만나 조직적으로 금융거래를 행하는 ‘공간’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경제주체들이 항상 직접 대면하여 돈을 주고받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중간에서 이러한 금융거래를 중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금융거래는 크게 간접금융과 직접금융 방식으로 구분된다. 간접금융의 대표적 기관으로는 은행이 있고, 직접금융기관으로는 증권사가 있다.

▲ 최근 세계적 경기침체와 주요국 재정위기 사태의 근본 원인은 과도한 부채와 자산버블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금융시스템 문제다. 주요 국가들이 G7체제를 G20로 확대해 금융시스템을 혁신하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유일하게 한 일이라곤 금융기관을 구제하는 것 뿐이었다. 2010년 11월11일 서울역에서 열린 ‘G20 규탄 국제민중행동의 날’ 집회에 참여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G20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동준

은행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예금자들로부터 여유자금을 모아 자금 수요자에게 대출하여 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예금자 입장에서 본인의 예금이 기업대출로 운용되고 있는지 혹은 개인들에게 주택자금대출로 운용되고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대출받은 자 역시 돈이 누구로부터 나왔는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자금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상호간에 직접적인 관련을 맺지 않고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매개되기 때문에 간접금융이라 칭한다. 따라서 예금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원금은 물론이고 사전에 은행이 약속했던 이자를 정해진 시간에 안전하게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모든 국가들은 예금자보호법을 가지고 시스템의 신뢰성을 확보하려 하고, 은행 설립에 대해 엄격한 법적 심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증권사는 자금공급자의 구체적 요청인 특정 주식이나 채권을 사달라는 주문에 개입한다. 즉 자금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연결된다. 증권사는 단지 중간에서 고객의 매매주문에 응대할 뿐으로, 매매가 체결될 경우 수수료 수익을 얻지만 고객의 예탁 자산을 보호할 의무는 없다. 단지 증권회사는 자기 돈(자기자본)을 가지고 위험투자를 직접 수행할 수 있다. 이처럼 자금 공급자 스스로가 자산운용에 대해 직접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손실 위험 또한 본인에게 있다. 직접금융의 자금공급자는 해당 금융상품(주식 또는 채권)의 가격변동에 따라 수익을 획득할 수도,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을 투자자라 부른다. 이처럼 간접금융기관으로서의 은행과 직접금융기관으로서의 증권사는 자산의 조달 방법과 운용에 있어 본질적 차이가 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금융화는 은행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증권업 영역인 자본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은행과 증권업 간에 엄격한 차단막을 설치하여 무엇보다 안정성이 중요시 되는 예금 은행들의 약탈적 행위를 방지했었는데, 신자유주의 금융 탈규제로 이 차단막이 무력화된 것이다. 투기가 투자로 포장됐고, 대중들이 맡긴 돈으로 금융기관은 대중들을 약탈했다.

최근 세계적 경기침체와 주요국 재정위기 사태의 근본 원인은 과도한 부채와 자산버블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만든 금융시스템 문제다. 주요 국가들이 G7체제를 G20로 확대해 금융시스템을 혁신하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유일하게 한 일이라곤 금융기관을 구제하는 것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볼커 룰’이라는 이름의 금융개혁안을 발표했었다. 이는 은행들이 예금을 모으고 이를 재원으로 대출을 수행하는 본연의 업무와 관련이 없는 각종 투자 및 투기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볼커 룰’은 입법 과정에서 수차례 수정되는 가운데 누더기가 됐다. 더 문제인 것은 우리나라 정치권력이 ‘금융 겸업주의 ․ 대형화’ 정책을 선진금융기법으로 포장해 적극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 작동방식과 과정 그리고 금융기관 운영의 결과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금융공공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한진 / 진보금융네트워크 연구실장

* 필자소개 : 현재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부설연구소 진보금융네트워크의 연구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은 금융시스템이 자본의 사적 전유물에 불과하지만, 반드시 사회적 공공재화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우리 일상생활의 구석구석까지 파고든 금융이지만, 금융의 금자만 나와도 고개부터 절래절래 흔드는 노동자들에게 보다 쉽게 금융경제 이야기를 전달하고픈 욕심도 가지고 있다. 금융경제의 허와실을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연재하여 전해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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