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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운 세상 이예요”[여성노동자 열전-2] 구미KEC 해고자 여성3인방
강정주 편집부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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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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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회사의 기습 직장폐쇄와 용역깡패의 침탈. 그 후로 이어진 2백 여 일간의 천막농성과 공장 점거, 그리고 수도 없었던 진행된 상경투쟁까지. 구미 KEC 노동자들의 1년 6개월 여 시간을 글로 다 쓰자면 장편소설이다.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6월 대부분 조합원이 현장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21명 해고자가 있다. 그런데 지난 27일 금속노조 구미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KEC지회 여성조합원들 웃음이 가득하다. 한소정 지회 사무차장, 윤수진 지회 문화체육부장, 송윤미 지회 대의원. 이들 모두 현재 복직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성노동자다. “별다를 게 있나요? 그냥 다른 여성이 안 겪어볼 경험 많이 했다는 게 큰 차이죠. 생각해보면 정말 언제해볼까 싶은 일 많이 했죠.” 윤 부장은 쑥스러운 듯 말한다.

   

▲ 한소정 지회 사무차장, 윤수진 지회 문화체육부장, 송윤미 지회 대의원(사진 오른쪽부터). 이들 모두 현재 복직 싸움을 벌이고 있는 여성노동자다. “별다를 게 있나요? 그냥 다른 여성이 안 겪어볼 경험 많이 했다는 게 큰 차이죠. 생각해보면 정말 언제해볼까 싶은 일 많이 했죠.” 신동준

1년 반 전. 교대 근무하고 일 끝나고 쉬는 날이면 친구들 만나 놀러 다니던 이들. 하지만 이들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한 차장은 “전국에 있는 맛 집 찾아다녀봤지만 우리가 언제 유치장 사식을 먹어 보겠어요”라며 웃는다. 이들은 그동안 천막에서 자고 일어나 물티슈로 얼굴 닦고, 공장 점거 당시 주방세제로 머리도 감았다.

장편소설과 같은 지난 1년 6월

“그 여름 얼마나 더웠어요. 다들 어찌나 까맣게 탔는지. 서울에서 흩어져 선전전 하는데 멀리 있어도 까매갖고 우리 사람 다 티가 난다니까요.” 여름 땡볕 선전전에 집회하며 바깥으로 다니다보니 목이며 팔에 까만 줄이 다 생길 지경이었다. 싸움 끝나면 지회 여성 조합원들 ‘마사지샵’ 보내줘야 한다는 장난스런 요구도 있었다.

   

▲ 처음 이들은 분노와 억울함에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흘렸다. “처음 2~3일은 용역들이 쳐다봐 천막에서 무서워서 잠도 자지 못했다”던 한소정 차장은 “파업하고 나오던 날 내가 일 할 자리 설비 청소 싹 다 해놓고 나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신동준

지금이야 웃으며 얘기하지만 당시 어려움이 더 많았다. 처음 이들은 분노와 억울함에 툭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흘렸다. “처음 2~3일은 용역들이 쳐다봐 천막에서 무서워서 잠도 자지 못했다”던 한 차장은 “파업하고 나오던 날 내가 일 할 자리 설비 청소 싹 다 해놓고 나왔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그 후로도 석 달만 지나면, 여섯 달만 지나면 식으로 버텼다. 그렇게 투쟁한 세월이 새해 들어 햇수로 3년 째다. 지난 세월에 대해 이들 할 말도 많다. “지난 1년 동안 한 천막농성과 투쟁은 매일 매일이 잔치였다”고 말하는 윤 부장은 “조합원들이 집에서 음식 싸 나르고 비오면 부침개도 부쳐먹고, 너무 잘 먹고 지냈다”고 얘기한다. “아무래도 여성이 많으니 우리끼리 할 얘기도 많고 즐겁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송 대의원의 설명이다. 그 힘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것이 바로 이들의 설명이다.

   

▲ 윤수진 부장도 “조합원들이 해고자들이 복직하는 날 정문에 다 같이 나와서 박수를 쳐주겠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말만 듣는데도 눈물이 났어요. 조합원들이 있으니까 이 싸움 계속 하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어요.” 덧붙인다. 신동준

처음엔 눈물만 흘렸다

세 명 모두 지난 세월이 스스로를 가장 많이 바꿔놓았다고 입을 모았다. “파업 시작하기 전에 여성부지회장을 맡았고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상집 간부나 대의원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뭔가 의식을 가지고 한 건 아니었어요. 인간관계 때문에 한 사람도 있고 주변에서 하라니까 어쩔 수 없이 한 사람도 있었다”. 한 차장의 고백이다.

“입사한 지 10년이 됐지만 그동안 주변 사람들한테서 노조에 대해 안좋은 얘기만 들었고, 노조가 하는 일에도 별로 찬성하는 쪽도 아니었다”. 송 대의원도 털어놓는다. “하지만 지난 싸움의 시간이 나에게 전혀 다른 인생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는 송 대의원. 송 대의원은 “회사는 우리더러 폭도다, 폭력적이다 얘기 퍼뜨리고 신입사원들에게도 나쁜말 흘린다”며 “나도 이제야 내가 받던 혜택이 노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걸 알았다”고 말한다. 이어 송 대의원은 “아무것도 모르고 당연한 것처럼 회사 얘기만 듣고 있는 사람들 보면 안타깝다”고 덧붙인다.

   

▲ 송윤미 대의원은 “회사는 우리더러 폭도다, 폭력적이다 얘기 퍼뜨리고 신입사원들에게도 나쁜말 흘린다”며 “나도 이제야 내가 받던 혜택이 노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걸 알았다”고 말한다.“하지만 지난 싸움의 시간이 나에게 전혀 다른 인생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줬다”는 송 대의원. 신동준

해고생활로 많이 달라진 생활. 이전에는 당연하게 즐기던 일들 중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다. 후회는 없을까. “그때 더 이렇게 싸웠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는 답이 이내 돌아온다. 이들의 이런 확신에는 함께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들 역할이 크다. 직장폐쇄가 끝나고 현장에 복귀한 조합원이 회사 관리자들에게 “나는 (먼저 파업풀고 복귀한) 친구는 잃었지만 동지를 얻었다”고 말할 만큼의 ‘동지’들이 생긴 것.

“내가 받던 혜택 모두 노조 때문”

이들 세 명 모두 1년 째 해고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공장 정문에서 선전전 할 때면 밖에서 공장을 바라보는 것이 어색하다. 하지만 현장 속 조합원들이 해고자 생계비 지원도 결의했고 정문에서 마주칠 때마다 늘 반갑게 인사도 하고, 해고자들 모여있는 사무실에도 늘 출근하는 조마다 음식을 갖다 준다는 게 이들 세 명의 자랑이다.

   

▲ “언제 끝날까 조급해 하지 않아요. 같이 싸운 이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정말 잘 끝났으면 하는 바람 뿐이예요.”, “저는 꼭 복직해서 제 설비 돌리러 갈 거예요.”, “특별한 각오가 있겠어요. 지금처럼, 다들 건강하게 같이했으면 좋겠어요.” 이들의 바람이 다 이뤄지는 ‘아름다운 세상’이 금새 오길 기대한다. 신동준

“선전전할 때 요즘 많이 추운데 조합원들이 따뜻한 캔커피를 사다줘요. 그거 하나에도 정말 온 몸이 녹는다니까요. 정말 아름다운 세상 이예요.” 송 대의원의 말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윤 부장도 “조합원들이 해고자들이 복직하는 날 정문에 다 같이 나와서 박수를 쳐주겠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 말만 듣는데도 눈물이 났어요. 조합원들이 있으니까 이 싸움 계속 하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어요.” 덧붙인다.

“언제 끝날까 조급해 하지 않아요. 같이 싸운 이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정말 잘 끝났으면 하는 바람 뿐이예요.”, “저는 꼭 복직해서 제 설비 돌리러 갈 거예요.”, “특별한 각오가 있겠어요. 지금처럼, 다들 건강하게 같이했으면 좋겠어요.” 이들의 바람이 다 이뤄지는 ‘아름다운 세상’이 금새 오길 기대한다.

* 15만 금속노조 조합원 가운데 여성조합원이 대략 7천 여 명에 이릅니다. ‘금속’ 하면 남성노동자만의 조직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속노동자>가 전국을 돌며 여성노동자나 그 모임을 재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그를 통해 금속노조 뼈대를 이루는 여성노동자나 모임을 발굴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본 기획은 계속 연재됩니다. 전국에 소개할만한 여성노동자나 그 모임이 있으면 노조 선전홍보실(02-2670-9507)로 연락바랍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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