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금속노조 탈퇴공작과 복수노조의 위협. ‘탈퇴’냐 ‘사수’냐 나뉜 노동자들 간의 갈등. 최근 간혹 볼 수 있는 회사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지만 2005년 이미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한 뒤 ‘현장조직력 강화’에 주력하는 지회가 있다. 주인공은 충남지부 안에서도 비교적 젊은 곳인 엠시트지회다. 그 사연을 김만용 지회장으로부터 들었다.

김 지회장은 2005년에 대의원, 2007년에 조사통계부장을 맡은 것이 약력의 전부다. 김 지회장이 신입간부 시절 때는 조합원 30명 모인 자리에서조차 쩔쩔매기 일쑤였다. 그랬던 김 지회장이 본격적인 노조활동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5년 4월말에 벌어진 금속노조 탈퇴시도였다. “당시 지회장까지 나섰고 일부 친 사측 조합원들이 합세해 금속노조 탈퇴를 시도했다”고 전하는 김 지회장은 ‘자동차 4사가 금속노조에 가입하려는 판에 왜 금속노조를 탈퇴하려는가’ 의문이 들었다 한다.

 

▲ 김만용 지회장이 본격적인 노조활동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05년 4월말에 벌어진 금속노조 탈퇴시도였다. “당시 지회장까지 나섰고 일부 친 사측 조합원들이 합세해 금속노조 탈퇴를 시도했다”고 전하는 김 지회장은 ‘자동차 4사가 금속노조에 가입하려는 판에 왜 금속노조를 탈퇴하려는가’의문이 들었다 한다. 김만용 엠시트지회장. 신동준

 

달변도 아니고 이론가도 아닌 김 지회장이었지만 ‘한번 아닌 건 아닌 것’이었다. 당시 김 지회장은 두 명의 동료 조합원과 의기투합해 금속노조 탈퇴저지 싸움에 돌입했다. 2주 동안 서너 시간씩 자며 선전물을 만들어 배포하며 금속노조 사수를 지지하는 조합원을 조직했던 것이다.

2005년 금속탈퇴 놓고 내홍 있었던 곳

겸손한 말투하며 무척이나 선해 보이는 인상인데 그런 깡다구는 어디서 나왔냐고 하자 김 지회장은 “아마 회사 사람들은 저를 ‘착한 사람’이라 생각 안 할 것”이라고 빙그레 웃는다. 김 지회장은 “사측에게 약하고 여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지회장 때문에 회사에 밀리고 탄압 받게 되면 조합원들이 먼저 금속노조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강조한다.

 

▲ “조합원 앞에서 끌어줘야 하는 간부는 조금만 헤이해도 조합원들에게 끌려 다니기 바쁘다”고 그 뜻을 말해주는 이춘복 지회 사무장은 “그래서라도 연임을 안 하려 노력한다”고 덧붙인다. “연임에 안주하게 되면 타성에 젖게 되고 사측과의 긴장관계가 풀어지는 위험이 생기며, 특히 무엇보다 현장 정서를 잊게 된다”. 이춘복 엠시트지회 사무장. 신동준

 

엠시트지회는 이번 금속노조 7기 지회선거를 빼고 모두 경선이었다. 그리고 이른바 ‘금속노조 사수파’는 매번 승리를 거뒀다. 3~4표의 아슬아슬한 표차였지만 상대편은 경선을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명 ‘금속사수파’는 지난 2009년 선거에선 20표차 승리를 거뒀고 이번 선거에선 ‘상대편’이 경선마저 포기해 80%에 이르는 조합원의 지지를 받았다.

물론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금속노조 탈퇴공작이 시작되자 현장 조합원들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지회장은 지난 2년의 지회운영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이번 지회장 재선 뒤 ‘현장조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2년 전 선거 때 반대편에 섰던 이들까지 지회 간부로 기용했다. ‘배제’ 방식만으로는 대립과 갈등구조를 깨뜨릴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당시 반대편 섰던 이도 현재는 지회간부

“복지는 어디나 고만고만한데 문제는 내편이냐 네편이냐 갈라 자의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김 지회장은 “합리적 기준을 두고 공평히 적용하면서부터 지회 입장과 다른 조합원들도 지회로 와서 애로사항을 상담하기 시작했다”며 사사건건 반목하던 조합원들이 노조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인다.

 

▲ 김만용 지회장은 지난 2년의 지회운영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이번 지회장 재선 뒤 ‘현장조직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2년 전 선거 때 반대편에 섰던 이들까지 지회 간부로 기용했다. ‘배제’ 방식만으로는 대립과 갈등구조를 깨뜨릴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김만용 엠시트지회장. 신동준

 

이곳 지회의 일상활동이 궁금했다. 하지만 이곳 조합원들은 현대차 직서열의 주야 맞교대 사업장이다보니 동아리 활동과 같은 일상활동 참가가 힘들다. 이에 지회는 노조 활동을 궁금해 하면서도 간부직 맡기는 아직 부담스러워하는 조합원 20여 명으로 ‘현장실천단’을 꾸려 주로 주말에 활동을 벌인다. 금속노조나 금속노조 충남지부 주최 행사에도 이들 실천단을 중심으로 참가시키기도 한다.

“조합원은 주야근무를 2주마다 순환하는데 조합 일에 바빠 한 달 만에 만난 조합원이 오랜만이라고 얘기할 때 스스로 부끄러웠다”고 말하는 김 지회장은 “조합원을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이라도 만나기 위해 야간조 순회도 시작하려한다”고 강조했다. 지회장 인터뷰 내내 옆에 있던 지회 사무장이 고될 법도 했다.

현장실천단 꾸려 노조활동 열심히

이춘복 사무장에게 요즘 힘든 점은 뭐냐고 묻자 “매년 조합원 수준이 올라가서 힘들다”고 말한다. “조합원 앞에서 끌어줘야 하는 간부는 조금만 헤이해도 조합원들에게 끌려 다니기 바쁘다”고 그 뜻을 말해주는 이 사무장은 “그래서라도 연임을 안 하려 노력한다”고 덧붙인다. “연임에 안주하게 되면 타성에 젖게 되고 사측과의 긴장관계가 풀어지는 위험이 생기며, 특히 무엇보다 현장 정서를 잊게 된다”. 이 사무장이 강조하는 바다.

▲ 이춘복 엠시트지회 사무장이 현장순회 도중 한 조합원과 현장 상황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다. 신동준

끝으로 김 지회장에게 금속노조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예상대로 자동차 부품사로서의 애로점을 얘기한다. “완성차의 산별전환(2006년) 전에는 원청 눈치 안보고 파업에 돌입할 수 있었는데 완성차가 노조에 가입한 뒤로는 회사가 ‘자동차도 안하는데, 모기업도 안하는데 왜 너희가 파업하냐’며 압박한다”는 게 김 지회장의 고백이다. 그리고 김 지회장은 “파업이 힘들면 금속 지침이라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며 완성차 조합원들을 향해 강하게 주문한다. “우리가 완성차에 빌붙자는 게 아니라, 우리는 예전부터 복무했으니 이제 함께 지침에 복무하자는 것이다”. 김 지회장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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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금속가입한 엠시트지회 소개 

엠시트는 1996년 성우그룹의 자회사로 설립됐으나 현대그룹으로 편입, 현재는 다이모스가 대주주다. 승용차 시트가 주력생산품으로 아산과 경주에 공장이 있으며 현대자동차의 직서열 업체다. 조합원수는 아산과 경주가 각각 185명, 71명이고 조합원 평균 연령은 37세로 젊은 지회다.

이른바 ‘대기업 그룹사 자회사’이지만 2002년 2월 지회를 설립하기 전만 해도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저임금, 무엇보다 일상적인 인격모독으로 노동자들이 고통 받는 공장이었다. 금속노조 가입 이전인 노사협의회 시절엔 화장실에 휴지걸이를 설치하는 데만 2년이 걸릴 정도였다. 지역 유지인 식당주인은 노동자들이 잔반을 남긴다며 잔소리하다 심지어 식판을 집어던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당연히 현장에서 조반장 권력은 절대적이었다. 새벽 여섯시 출근해 다음날 새벽 두시까지 살인적인 연장근로를 하는데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집에 가라’고 소리치기 일쑤였다.

▲ 엠시트지회 조합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신동준

금속노조 가입을 주도했던 초대 지회장의 아내는 경남제약 조합원이다. 비타민제인 레모나의 포장재가 금속이라며 금속노조에 가입한 바로 그 지회다. 왜 금속노조에 가입해야하는지를 선배 조합원인 아내로부터 들을 수 있었던 셈이다. 금속노조 가입 해인 2002년 지회는 컨테이너 박스를 임시 지회사무실로 사용하며 투쟁에 돌입했다. 파업투쟁을 승리하고 회사가 금속노조를 인정하고 나서야 관리자들이 함부로 못하게 되었다.

김만용 지회장은 지회설치 뒤 약 한 달 뒤에야 입사했다. 엠시트에 입사하기 전만해도 김 지회장은 사장이 그만두라면 그만둬야 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습기간을 끝내고 현장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느끼게 되었다. 그런 만큼 이곳 조합원의 금속노조에 대한 신뢰도는 높은 편이라고 전해진다.

* 2011년 말 현재 금속노조 산하에 19개 지부 2백 40여 지회가 있습니다. 특히 지회는 금속노조의 골간을 이루는 사실상의 최초 사업단위입니다. 그리고 각 지회는 서로 규모도, 업종도, 역사도, 사업방식도 제각각입니다. 이 같은 제각각의 사업이 모여 금속노조를 이룹니다. [우리지회가 사는 법]은 1년 동안 전국을 돌며 이 같은 각 지회의 활동상을 조명하는 연재코너입니다. 금속노조 산하 지회가 바로 금속노조의 얼굴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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