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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단결도 최고, 우린 팔방미인”[여성노동자 열전-1] 서울 세일엠텍분회 노동자들
강정주 편집부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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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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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만 금속노조 조합원 가운데 여성조합원이 대략 7천 여 명에 이릅니다. ‘금속’ 하면 남성노동자만의 조직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속노동자>가 전국을 돌며 여성노동자나 그 모임을 재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그를 통해 금속노조 뼈대를 이루는 여성노동자나 모임을 발굴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본 기획은 계속 연재됩니다. 전국에 소개할만한 여성노동자나 그 모임이 있으면 노조 선전홍보실(02-2670-9507)로 연락바랍니다. <편집자 주>

식당에 들어서면서부터 수다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한 명이 오늘 회사에서 겪은 답답한 일을 털어놓으니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거든다. 워낙 친한 사이들이다 보니 가벼운 농담이나 말실수에도 웃음들이 터져나온다. 이 곳은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세일엠텍분회 간부들 회식자리다.

세일엠텍분회 조합원은 40여 명 중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이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식당에 모여 앉은 간부 12명 중에도 김동기 분회장만 남성이다. 대부분이 40대 여성들로 세일엠텍에서 짧게는 7년, 길게는 18년 세월을 보내온 이들이다.

   
▲ 12월14일 열린 세일엠텍분회 확대간부회의에서 분회 간부들이 현장 현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신동준
이 곳 여성들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뭐냐는 질문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우리야 일도 잘하고 놀기도 잘 놀고 팔방미인이지.” 오랜 세월을 함께한데다 비슷한 고민들을 가진 처지다보니 이제는 가족보다 더 친한 사이가 됐다. 이곳에는 노조가 생기기 전부터 친목 모임들도 많았다. 바쁜 시간에도 일 끝나면 술도 한잔씩 하며 쌓은 돈독한 관계가 대단하다. “일 많고 시간이 없어도 같이 모여서 놀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그래야지. 집에 가서 일해야 한다고 여가생활도 못 누리고 그러면 되냐”고 말하면서 또 한바탕 웃음이다.

18년 세월 세일엠텍을 지킨 여성들

“오늘은 어떤 언니가 부침개를 부쳐와서 모여서 먹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부침개며 떡이며 싸와서 먹는거 재밌다니까요.” 여성들끼리 모여있으니 이런 소소한 즐거움도 있다. 세일엠텍분회의 활력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화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생활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하면서 이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고충은 뭘까. “워낙 제품이 무거운데 여자들밖에 없으니 우리가 일일이 다 날라야 할 때 좀 힘들지”라고 한 조합원이 말한다. 자동차 시트 커버를 만드는 곳이다보니 가죽제품 같은 무거운 물건 옮기면서 몸이 고달프다. 김동기 분회장은 “여성들이 대다수인 사업장인데 비해 회사의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 편하게 쉴 휴게실도 제대로 없다”고 조합원들의 고충을 털어놓는다. 또 한편으로는 여성노동자들을 무시하는 남성 관리자들의 태도가 이들을 괴롭힌다. 한 조합원은 “나이 한참 어린 관리자들이 ‘아줌마’ 이러면서 반말하고 막 대하는데 정말 기분나쁘다”고 토로한다.

   
▲ 12월14일 세일엠텍분회 간부 조합원들이 회의를 마치고 공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동준
조합원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것은 장시간 노동의 어려움이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몇 개월을 꼬박 저녁 9시 넘어서야 퇴근했다”고 설명한다. 정규 퇴근 시간은 저녁 5시지만 일이 많을 때는 11시까지 일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어떤 조합원은 철야 근무를 하고도 다음 날 오후에 출근할 때도 있었다고 거든다. “출근은 자유롭지만 퇴근은 마음대로 못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노조 없을 때 누가 우리말 들어주나"

집에 가면 잠만 자고 나와야 할 정도였다니 대부분이 가사를 담당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가야되는 사람은 가라고 얘기야 하지만 일감은 엄청 쌓여있고 남들 다 일하는데 어디 가기가 쉽나요. 연차도 거의 대부분 못쓰고, 쓰더라도 왜 쉬는지 상세히 얘기해야 하는 것도 힘들지.”

한 조합원은 노조가 생기고 가장 좋은 점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고 퇴근시간 정확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 모여서 놀아도 일감 많은 사람들은 그것도 쉽지 않았어요. 이제는 11시까지 남아 일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잔업할 지 선택하면서 취미생활들도 조금씩 할 수 있으니 좋아요. 5시에 끝나고 집에 가니 남편 밥도 차려줄 수 있다”며 웃는다.

한편으로는 회사가 지난 10월 복수노조가 생긴 뒤 편파적으로 잔업, 특근을 배치해 조합원들 불만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 중에도 잔업을 하겠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은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하는데 회사가 새로 생긴 노조쪽 사람들에게 잔업을 시키니까 문제”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 12월14일 확대간부회의를 마친 세일엠텍분회 조합원들이 ‘따끈한’ 국물을 나누며 보다 깊은 서로의 애환을 나누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동준
이런 현장 불만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노조 활동 후 생긴 변화다. 또 다른 조합원은 “노조 없을 때는 어디 우리말을 들어주기나 했나. 힘들고 억울한 일 있어도 그냥 넘어가고 시키는대로 일하고 했지. 이제는 할 얘기도 당당히 할 수 있고 연차도 원할 때 쓸 수 있고 많이 변했다”고 노조 가입 이후 변화를 얘기한다.

‘센 여자들’이 세일엠텍의 힘

2008년 분회를 설립한 지 3년 여만의 성과다. 이 기간은 근무조건의 변화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생각도 많이 바꿨다. 노조활동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할 말들이 많다. “우리는 올 해 파업 때도 다들 나와서 재밌게 했어. 그때 하루라도 더 싸웠어야 했는데 좀 아쉬워.”, “노조활동 시간 늘리는 거 내년 단체협약 체결할 때 요구해야지. 대의원 활동 1~2년 하다보니 내가 이런말도 하게 되네.”, “예전에도 다들 친했지만 노조 활동하면서 더 똘똘 뭉쳤다니까.”

지난 7월 분회는 설립 이후 첫 파업을 진행했다. 작지만 임금인상 성과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회사에는 복수노조가 생겼고 일부 조합원들의 이탈도 있었다. 하지만 분회 조합원들의 기세는 오히려 더 세졌다. 9명이던 간부도 12명으로 늘렸다. 한 조합원은 “이번에는 대의원 뽑는데 누구 하나 빼는 사람 없이 다들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나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분회장은 “사실 퇴근 후에야 간부 회의를 해야하고 그만큼 집에 가는 시간도 늦어지니까 누님 조합원들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도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며 “처음에 노조라는 것도 모르면서 시작했지만 많이 변하고 있고 믿고 같이 하는 조합원들이 있어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 여자들이 좀 세요.” 일 잘하고, 놀기도 잘 놀고, 분회도 든든하게 지키는 세일엠텍 여성노동자들의 활력에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힘들다는 얘기보다는 ‘잘할 수 있다. 같이 있어서 좋다’며 긍정의 힘을 내세우는 ‘센’ 여성들이 세일엠텍분회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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