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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면 노예된다, 지회를 지키리라”[나는 지회장이다-3] 충남지부 홍종인 유성기업지회장
신동준 편집국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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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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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요? 관리부로 부르더니 노조 탈퇴서를 들이민다고요?” 홍종인 지회장이 농성천막에 들어서자마자 전화벨이 연달아 울린다. “발악을 하는구만. 아휴.”

애초부터 무리였다.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을 인간적으로 알아보고 파헤친다는 시도는. 세 번째 <나는 지회장이다> 취재는 어쩌면 스스로 위안을 삼기 위해 기획한 것 일 수도 있다. 금속노조를 깨려고 작정하고 달려드는 회사랑 싸우기도 벅찬데 ‘인간적’인 인터뷰라니. 실은 유성기업지회 동지들에게 미안해서 지회장이라도 만나보려는 속내다.

12월12일 노동부 천안지청 앞에 자리 잡은 농성장에서 홍종인 지회장을 만났다. 홍 지회장은 충남지부 운영위원회를 마치고 공장에 들어가 노조탈퇴 강요 등 현안 대응한 뒤 부리나케 달려오는 길이었다.

<나는 지회장이다> 꼭지의 성격을 소개하고 질문을 시작했다. 홍 지회장 가족은 부인과 5학년 아들 세 식구다. 결혼 14년차라고 보이지 않는 외모에 흠칫 놀랐다. 유성기업지회 싸움이 깊어지기 전, 주말이면 부인과 함께 낚시터에서 별을 보며 세상과 인간에 대해 대화하는 게 유일한 취미였다는 홍 지회장. 회사의 장난질이 심해질수록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늘지만 부인의 격려와 믿음은 계속 된다고. “가족 사이에도 신뢰가 중요합니다. 평소에 마음을 터놓고 집사람과 집안일, 회사일 다 얘기했죠.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 홍종인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신동준
인생의 보물 1호를 묻는 질문에도 “친구.”라고 힘주어 말한다. “인간의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있습니다. 저는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여러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습니다.” 지난 투쟁 과정에서 도망자가 됐을 때, 홍 지회장의 보물 1호인 ‘친구’들이 가족을 챙겨주고 군자금도 두둑이 마련해 줬다고 한다. 학창시절 지독히 내성적이었던 성격을 바꾸기 위해 군 전역 후 용맹정진해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먼저 다가가 마음을 트는 성격이 됐다고 한다.

“후회하지 말자.”는 인생의 지침도 첫 사회생활 직장 상사의 충고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처음 사회생활 하는 제가 힘겨워할 때 그 분의 ‘도전해보기 전에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다시 일어선 기억이 선명합니다. 후회하기 전에 대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홍 지회장은 자신과 맺은 인연들의 말을 폭넓게 경청해 자신의 가슴속 깊은 신념으로 만드는 굉장한 재주를 지닌 사람인 듯하다. 대중활동가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재주다.

올해가 가기 전 꼭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짐작한대로 답한다. “노동조합 지키는 겁니다. 개인적인 소망은 떠오르지 않아요. 노조 조직을 단단히 뭉쳐 이끌고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습니다.” 홍 지회장은 그 길이 조합원도 살고 가족도 사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지회장하면서 상상하는 가장 극적인 순간을 묻는 질문에도 서슴없이 “회사 무릎 꿇리고 조합원들과 축배를 드는 것입니다.”라고 내뱉는다. 홍 지회장이 한 장면을 덧붙인다. 올해 뜨거웠던 여름, 비닐하우스를 지회에 농성장으로 제공한 농장주인과 연대투쟁한 노동자들과 함께 잔치를 벌이며 목이 터져라 “이겼다.”고 외쳐야 직성이 풀릴 것이라고.

2004년 유성기업에 입사해 현장 소위원격인 실천대 활동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학습과 현장활동을 이어와 지회장까지 왔다는 홍 지회장. “제가 현장에서 막내급 입니다. 그만큼 유성 현장은 선배활동가들이 곳곳에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죠.” 회사는 그만큼 애가 닳았다. 그 많은 비용을 들여 악랄한 장난을 쳐도, 회사가 만든 어용노조가 현장조합원의 1/3만 가입원서를 받을 수 있었다. 유성기업 아산공장은 캠 샤프트와 피스톤링을 주로 생산한다. 유성기업의 피스톤링은 국내 생산 엔진의 80~90%에 들어간다고 한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유성기업의 노사관계에 끼어들만한 수치다.

마지막으로 할 말 있으면 해달라는 요청에 “몇 년 전 가족들과 동해 촛대바위 위로 떠오르는 새해 첫 해를 보며 태양의 엄청난 기운을 얻고 온 적이 있습니다. 내년 새해 첫 날 가까운 왜목마을 일출을 맞으며 승리의 태양, 민주노조 사수의 태양을 가슴속에 담아오고 싶습니다.” 홍 지회장의 눈빛이 번쩍인다.

<나는 지회장이다> 세 번째 취재를 마치며 생각했다. 우리 노조 지회장들을 ‘인간적’으로 파헤친다는 전제는 잘못이라고. 이미 지회장들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충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네 번째부터는 그냥 노조 얘기부터 풀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나는 지회장이다]는 일선 금속노조의 핵심 활동가이자 지휘자인 지회장들을 ‘인간적’으로 소개하는 연재꼭지입니다. 전국을 돌며 각 지회장들의 일상과 고민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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