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전노협이 건설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며, 금속노조 이름의 산별노조가 출범한지는 햇수로 10년이 되는 해다. 향후 10년을 좌우할 올해. 지난 10월 1일 이래 고작 3개월 임기를 마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을 만나 올 한해 포부를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 * * * * * * * *

위원장 임기를 시작한 지 약 3개월이 됐다. 그간 무엇에 주력을 두고 사업을 집행해 왔는가.

3개월간 핵심 고민은 ‘금속노조의 기본 골간체계를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였다. 지역지부 선거를 어떻게 치룰 것인지, 부위원장 보충선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간 주장해왔던 원칙을 떠나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상당부분 체계가 정상화됐다고 본다.

한편 그 기간 노조법 개악 문제가 불거졌다. 선거기간이라는 악조건이 있었지만 금속노조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단위대표자수련회, 1만상경투쟁 등 투쟁에 최대한 복무하고자 애써온 과정이었다.

지난 11월23일 노조 대의원대회 때 실시한 대의원 설문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신뢰도가 한자리수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원인과 극복방안은 무엇인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며 스스로도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본다. 원인을 따지자면 설문 결과에도 나와 있듯이 소통의 부재가 핵심이라고 본다. 소통의 부재는 현장 정서가 반영되지 않은 과도하거나 당위적인 사업계획으로 드러나게 됐고, 이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모습 속에 조합원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통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 노조는 먼저 임원과 사무처를 지역별로 나눠 전국의 동지들과 사업계획 토론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단순한 간담회가 아닌 지역에 2박3일 정도 머물며 충분히 의견을 나눌 것이며 이 과정 속에서 당위적이지 않고 현실에 기반을 둔 사업계획을 책임 있게 결의하게 될 것이다.


말 많았던 노조법이 강행 개악됐다. 1년 반 뒤부터 금속노조도 산별교섭권이 강제로 봉쇄될 위기에 처해있는 셈이다. 집행기간 동안 산별교섭 발전 전망과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할 것인지 말해 달라. 

올해 당장 산별교섭이 전면적으로 성사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올해는 금속노조가 자본과 정부를 상대로 공통된 의제를 가지고 싸움을 벌여내는 것, 그리고 이 의제에 조합원들이 자기 자신의 요구를 담아내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나의 공통된 의제를 가지고 15만이 단결하고 투쟁하는 사업을 만들어 내, 조합의 책임성과 신뢰도를 높여내는 것이 우선이다.

당면 의제로 모든 사업장에서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비하는 특단협이나 보충교섭을 사용자에게 요구하도록 할 계획이다. 6월말까지 전임자 임급지급 금지가 유예된 상황에서 이 전에 적어도 현재의 전임자 처우를 유지시킬 수 있는 별도의 협약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구체적인 안을 준비 중이며 27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관련한 투쟁방침을 확정할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투쟁으로 정면 돌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0년에도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적 정책기조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는 6기 1년차 금속노조의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은 ‘정책’이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며 단순히 노동조합을 없애려는 천박한 발상에 불과하다. 그에 맞서는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분위기는 단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수세적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조건이라 하더라도 2010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산별교섭 창구가 봉쇄되는 등 2011년에는 한 층 더 어려운 정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6월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반이명박 전선을 강화하는 완강한 저항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로는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문제로 특단협 또는 보충교섭을 요구하는 투쟁을 통해 조기에 전선을 구축,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자성을 명확히 폭로하면서 조합원의 공감대를 높여낼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전면적인 투쟁을 준비할 것이다. 27일 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중앙위에 위임해 줄 것을 대의원들에게 요청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수세를 벗어나기 위해 일정정도 피해가 있더라도, 정세가 요구하는 만큼의 금속노조 역할을 다할 것이다. 한판 싸움 벌일 거면 제대로 크게 벌이겠다.

산별노조가 아직 한국사회에서 완전히 정착되지 못한 ‘과도적’ 상태이다 보니, 아직 조합원들의 의심과 우려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 기업지부과 지역지부 간 간극도 드러나고 있으며 외부에서는 갈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외부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기업지부 조합원들의 관심이 기업 안으로만 갇혀있는 것은 아니다. 완성차를 비롯한 기업지부도 해외공장 문제, 외국자본 문제 등 기업단위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노후준비 문제, 자녀 학비문제,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수밖에 없는 자녀들 고민 등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초기업 단위에서 의제를 사회쟁점화시켜야 하는 것들이다. 금속노조가 이에 대한 대안과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의 투쟁사업장 싸움에 기업지부 조직들이 공동의 실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지난 대대를 통해 추진키로 한 2% 지역 공동기금도 실현시키는 등 의식적인 노력들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이다.  

신년을 맞이하며 15만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2010년, 15만 조합원이 금속노조가 ‘우리’의 조직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노조법 개악과 관련해 대정부, 대자본 조기 전선을 구축해 우리의 요구를 전면에 내걸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역량을 최대한 모아내 투쟁할 것이다. 정규직-비정규직, 대공장-중소영세사업장 할 것 없이 15만이 함께 싸울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


특히 1년차에서 준비만 하고 2년차에 잘해보자는 식으로 하지 않겠다. 올해 주어진 막중한 과제를 비껴가지 않고 금속노조가 중심에 서도록 위원장부터 앞장서 싸우겠다. 그 길에 15만 조합원들과 함께하고 싶다.

아울러 혹한의 날씨에 천막과 농성장 속에서 새해를 맞고 있는 투쟁사업장 동지들과 언제나 함께 투쟁하겠다는 다짐을 밝히며 새해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 

인터뷰정리=김상민 선전부장 / 사진=신동준 편집부장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