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인천지부에 ‘우리지회가 사는 법’ 기획 취지를 설명하고 방문할 사업장을 문의하자 한국TRW를 추천받았다. 역사도 오래되고 과거 유명한 투쟁을 주도했던 사업장도 많은 인천지부로 보자면 비교적 ‘신규’ 사업장에 속하는 한국TRW를 소개해준 이유가 궁금했다.

인천의 남동산업단지(아래 남동공단)는 국가산업단지로 6200여개 기업이 입주, 인천지역 전체 생산의 35%를 담당하고 있다. 기계분야가 47%로 가장 많고 전기전자는 15.4%다. 절반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89년과 92년 두 단계에 걸쳐 비교적 최근에 단지가 완성된 셈이다. 이곳에 금속노조 산하 지회 수는 세 곳에 불과하다. 동광기연, 창연, 한국TRW 세 사업장이 남동공단에서 금속노조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국TRW는 자동차용 플라스틱 사출제품을 생산하며 남동공단과 울산 두 지역에 생산공장이 있다. 본사가 있는 남동공단에는 89명의 조합원이, 울산에는 130여명의 조합원이 있다.

인천 남동공단 89명 지회

지난 9일 아침에 찾은 인천지회 사무실에는 몇몇 조합원들이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임종호 지회장은 금속노조 간부 방문이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우리 같은 조용한 지회에 무슨 취재거리가 있냐”면서도 자리를 권했다.

▲ 임종호 지회장이 지회장에 당선되어 처음 벌이고 있는 사업은 전체 조합원 간담회다. 80여명의 소규모 사업장이지만 사출업무는 주야 맞교대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조합원 전체를 모아놓고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효과도 떨어진다는 것. 때문에 4, 5명 단위로 조합원을 묶어 모든 조합원이 빠짐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신동준

애초 노동조합은 울산공장 노동자들이 먼저 만들었다. 지난 98년 경제위기 상황에서 회사가 매각위기에 놓이자 울산 쪽 노동자들은 2001년 노조설립 뒤 상급단체로 금속산업연맹에 가입했다. 이에 자극받은 남동공단 노동자들이 울산 쪽의 도움으로 2003년 한국TRW노조 소속 분회를 만들어 가입했다. 그 뒤 이들 모두는 2004년 조직형태를 변경해 금속노조 소속 지회가 됐다.

임 지회장은 지난 2년 동안 사무장을 맡았다. 임 지회장은 지회장을 맡은 게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임 지회장은 “전임 지회장이 오랜 기간 지회장을 맡으면서 본인 스스로 타성에 젖었음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 간부 생활이 길어지면 사업뿐 아니라 조합원의 요구에도 관성적으로 대처하게 된다. 이에 이곳 지회는 지회 임원을 교체하되 사업의 연속성을 갖기 위해 사무장을 지회장으로 내세운 것.

“우리 지회에 무슨 취재거리 있다고”

말수가 적어서인지 임 지회장은 “우리 지회는 이렇다 할 일상 사업이란 게 부족해요”라고 한다. 노사관계도 안정돼있고 임금도 공단 다른 사업장에 비해 높은 편이며 회사 창립 이래 꾸준히 매출과 고용이 늘었기 때문에 지회 요구는 대부분 관철돼 왔다는 게 임 지회장의 설명이다. 열여섯 명 있는 여성조합원 임금은 지역 동종 사업장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다. 출산 휴가도 산전 3개월 산후 12개월까지 보장된다. 세 명이 있는 비정규직은 시급만 따졌을 때 6천원으로 정규직보다 높을 정도다. 그리고 회사는 신규채용 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우선 채용한다.

▲ 유성국 부지회장은 조직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조합원에게 노조 소식을 통해 자극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지난주 우리 조합에서는>이라는 지회 매주 소식지와 지회 일정표를 작성해 게시하고 있다고 한다. 신동준

이렇게 ‘안정된’ 곳에서 임 지회장은 어떤 의욕을 갖고 있을까? 임 지회장은 “오히려 이런 점이 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경기가 항상 좋을 수는 없지 않냐”고 되묻는 임 지회장은 안정됐으나 정체된 지회 상황에서 도리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임 지회장이 당선 뒤 처음 벌이고 있는 사업은 전체 조합원 간담회다. 80여명에 불과하지만 주야 맞교대 업무도 있어 조합원 전체를 모은 간담회는 쉽지도 않고 효과도 떨어진다. 이에 임 지회장은 4~5명 소규모 단위로 조합원을 묶어 모든 조합원이 빠짐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잦은 조합원 간담회가 핵심사업

“매일 오전 현장순회를 하고 오후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임 지회장은 “이것은 조직활성화 사업의 일환이다”라고 덧붙였다. 전체 조합원 간담회를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임 지회장은 최근 인천 두산인프라코어지회에서 자극받았다고 털어놨다. “복수노조 설립에 따른 금속탈퇴가 벌어진 두산인프라코어 지회간부들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조합원들이 노조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는 노조간부들과의 소통 부족에 불만이 많았다 한다”고 설명하는 임 지회장은 노조 간부의 조합원 소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인터뷰 내내 옆에 있던 유성국 부지회장도 조직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거든다. “조합원에게 노조 소식을 통해 자극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유 부지회장은 <지난주 우리 조합에서는>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지회 소식지와 지회 일정표를 작성해 현장에 게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유성국 부지회장은 “기존 간부들은 이름만 걸어 놓았지 활동이 없었어요. 활동 공간을 제공해주지 못한 면도 있죠”라며 지회 집행부가 파업에 참가하면 반드시 전 조합원에게 문자로 소식을 알리고 수시로 현장 순회를 해 소통에 노력하고 있다고. 유 부지회장이 현장순회하며 만난 한 조합원과 대화하고 있다. 신동준

“기존 간부들은 이름만 걸어 놓았지 활동이 없었다”고 말하는 유 부지회장은 “지회 집행부가 투쟁에 참가하면 반드시 전 조합원에게 문자로 소식을 알리고 수시로 현장 순회를 해 소통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인프라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한국TRW지회에는 노조설립 뒤 입사한 30대 젊은 조합원도 많다. 이에 노사관계가 악화되는 등 ‘유사시’ 약점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현장에서 검수업무에 열중하고 있던 박홍진 조합원은 “노사관계가 정말 안정된 사업장이지만 유사시에는 조합원을 믿고 가야한다”고 말한다. 박 조합원은 “조합이 조합원을 믿어야 하지 않겠냐”며 덧붙였다.

경조 휴가임에도 지회 사무실을 찾은 최광범 대의원은 신임 집행부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현장 분위기를 묻자 “지회 임원이 소통에 노력하니 조합원들이 많이 좋아한다”며 조합원 요구에 발빠르게 조치 취하는 지회 집행부를 칭찬했다.

이래서일까? 회사가 지회와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늘 노력한다고 한다. “회사는 부서장을 통해 관리자들에게 지회에 대한 예우와 조합원들에게 하면 안 될 사항을 교육한다”. 유 부지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임 지회장은 “경제위기시기에 안정된 조직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며 “경기가 상승기에서 하향기로 접어들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노동조합의 긴장감 높은 준비태세를 강조하고 있다.

* 2011년 11월 현재 금속노조 산하에 19개 지부 2백 40여 지회가 있습니다. 특히 지회는 금속노조의 골간을 이루는 사실상의 최초 사업단위입니다. 그리고 각 지회는 서로 규모도, 업종도, 역사도, 사업방식도 제각각입니다. 이 같은 제각각의 사업이 모여 금속노조를 이룹니다. [우리지회가 사는 법]은 1년 동안 전국을 돌며 이 같은 각 지회의 활동상을 조명하는 연재코너입니다. 금속노조 산하 지회가 바로 금속노조의 얼굴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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