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문화운동의 실체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문화활동가들도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신기루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다.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문화단체가 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존경할 만하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민중가요 쪽도 마찬가지다. 이제 단체는 거의 없어져 버리고, 몇 몇 개인 가수들만 힘겹게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희망의 노래 <꽃다지>가 용감하게도 새 음반을 냈다.

어느덧 <꽃다지>를 책임지고 갈 연륜이 되어 버린 조성일, 두 명의 아이를 생산하고도 다시 돌아와 씩씩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혜윤, 노문연 음악분과 <새벽>과 <유정고 밴드>에서 노래를 하다가 <꽃다지> 음악감독이 된 정윤경, <꽃다지>에 입단한지 6개월 만에 앨범작업에 참여한 막내 홍소영, 모진 세월의 풍랑을 꿋꿋하게 헤쳐 나가고 있는 민정연 대표, 그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명반을 탄생시켰다.

▲ 공연중인 <꽃다지>. shop.hopesong.com 에서 <꽃다지> 4집 음반 '노래의 꿈'을 살 수 있습니다. 신동준

정윤경은 이번 음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번 음반은 한걸음 내딛는 음악을 담았다기 보다는 2004년 12월 음악감독이란 이름으로 <꽃다지>와 함께 한 만 7년의 세월을 담았습니다. 깔끔하고 세련된 것보다는 투박하지만 마음을 담아내는데 신경을 써서 작업했습니다. 멀쩡히 살아서 내년에 만들어질 20주년 음반과 5집 음반에는 이놈의 세상에서 좀 더 의미있고 유용한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정윤경의 말처럼 이번 <꽃다지>음반에는 많은 변화가 보인다. 세상에 대한 막무가내의 외침이 아니라, 부드러우면서도 가만가만히, 그러면서도 냉정하게 회초리를 든다. 특히 거친 세상과 힘들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내겐 작은 꿈이 있어. 그대 여린 가슴에 들어가, 그대 지치고 외로울 때 위로가 되려해. 때론 누군가를 사랑하여 그대 행복할 때, 때론 그 사랑이 너무 아파 눈물질 때, 때론 지난 세월이 그리워 그대 한숨질 때, 난 언제라도 그대와 함께 하려네.”- ‘노래의 꿈’ 중에서.

정혜윤의 노래가 많이 들어가 있는 것도 이번 음반의 특징이다. 정윤경이 글과 곡을 만들고 박준 선배가 불렀던 ‘당부’는 정혜윤의 아침 이슬처럼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되살아났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가슴속에서 작은 파도가 일렁인다. 정혜윤 자신이 글과 곡을 쓴 ‘한결이’는 딸 한결이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과 대견함, 그리고 모성애가 애절하다.

거친 듯 하면서도 섬세하고, 투박한 듯 하면서도 매력적인 조성일의 허스키한 목소리도 점점 곰삭아 간다. 전체적으로 노래들이 차분하고 편안해졌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세상을 보라 한다. 우리에게 더 강해지라고 ‘주문’한다. ‘노래의 꿈’을 함께 꾸자고 제안한다.

<꽃다지>가 한국 민중가수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다. 그들은 아직도 지하 연습실에서, 우유배달과 알바를 뛰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 노동자민중에 대한 사랑을 저버리지 못하고 산다. 답답한 인간들이다. 그들이 있어서 우린 아직도 세상을 바꾸겠다는 꿈을 저버리지 않고, 당당하게, 지금보다 더 강하게 살아가는 힘을 얻고 있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 그 때엔 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며 함께 했지. 인간이 인간으로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함께 했지. 허나 젊음만으론 어쩔 수 없는, 생각보단 더 단단하고 복잡한 세상 앞에서 우린 무너졌지. 허나 친구여 서러워 말아라.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아직 많으니. 후회도 말아라, 친구야. 다시 돌아간대도 우린 그 자리에서 만날 것을. 젊음은 흘러가고, 우리 점점 늙어간다 해도. 우리 가슴 속 깊이 서려있는 노랜 잊지 말게.”- ‘당부’ 중에서

박선봉 / 민주노총 경기중부지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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