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런 비오는 늦가을, 충북 청원 부강 공단에서 한줄기 햇살 같은 박윤종 콘티넨탈지회장을 만났다. 만나는 순간부터 청산유수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현재 지회 상황과 지회장 당선 이후 현장활동에 대해 좍 설명해준다. “조합원들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집행부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가득 찬 현실을 바꾸고 싶어서 지회장에 나섰습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는 쪽수가 힘인데 너도나도 안하면 누가 하냐는 생각으로 조합원들을 만나 차근차근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박 지회장, 요새 유행하는 말로 ‘깔때기’다. 노동조합을, 조합원을 위해 세상을 향해 외치는 깔때기. 천상 노동조합을 위한 나팔수다.

박 지회장에게 <나는 지회장이다> 꼭지 취지를 설명하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질문들을 던졌다. 박 지회장은 부인과 ‘귀염동이’ 네 살 딸을 둔 아빠다. 2003년 3기 지회사무장 당시 결혼했고 5년 만에 어렵게 얻은 딸내미라며 쑥스럽게 자랑한다. “이상하게 아이가 생기지 않았어요. 의학적으로 이상 없다고 진단 받았는데……. 집사람이 고생 많이 했죠.” 이내 한 여성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을 표현한다.

▲ 박윤종 대전충북지부 콘티넨탈지회장. 신동준

취미를 물었다. “저는 내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사람만나 얘기 듣는 게 유일한 취미입니다.” ‘듣기’가 취미라는 박 지회장에게 듣기도 많이 하고 얘기도 술술 잘하는 거 보니 ‘수다’가 취미 아니냐고 반문하자 흔쾌히 동의한다. “현장에서 조합원들 만날 때도 일단 최대한 얘기를 다 듣습니다. 그 자리에서 답해 줄 수 있는 건 답해주고 애매한 건 수첩에 죄다 적어 다시 찾아가 얘기해 줍니다. 조합원들은 확실한 걸 좋아하거든요.” 대책 없는 수다쟁이가 아니라 배려심 깊은 생각쟁이다.

인생의 보물 1호를 묻는 질문에 노조활동 시작할 때부터 십년 넘게 활동상황을 기록한 수첩, 노트가 있다고 자랑한다. 기억력이 좋지 않아 수첩에 기록을 시작해 지금은 메모광 수준 이라고. 박 지회장은 집에서 보관하던 노트 보관 박스를 지회로 가져와 수시로 들춰본다고 한다. 승리의 역사건 패배의 역사건 노조활동의 방향을 잡는 기준점으로 삼는다고 한다. 개인의 노동운동사 기록이 지역, 지회 노동운동의 새 역사로 다시 태어나는 소중한 우물이 된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박 지회장의 좌우명이다. 박 지회장은 “가시밭길이건 아스팔트도로건 주저앉을 거 아니면 기쁘게 가야합니다. 달력만 넘기는 지회 활동 절대하지 않을 겁니다.” 힘주어 말한다. 올해가 가기 전 현장 활동과 선거과정에 마음이 서로 틀어진 친구와 꼭 마음의 앙금을 털고 싶다는 박 지회장. 개인적인 소망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그야말로 뼛속까지 노조 활동가다.

▲ 박윤종 지회장은 술 조직은 절대 하지 않겠다며,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얘기를 끝까지 듣고 거기에서 지혜를 만들 것 이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더불어 노조가 현장순회 많이 하는 건 좋지만, 현장활동은 지회가 더 열심히 할 테니 금속노조는 조합원들 손에 쥐어줄 수 있는 ‘현장 밀착형 방법, 전술’들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다. 신동준

"주저앉을 거 아니면 기쁘게 가자"

마지막으로 지회장 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사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콘티넨탈은 외자기업입니다. 조합원들은 항상 마음속으로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합원들 손에 외자기업의 나쁜 시도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쥐어 주고 싶습니다.” 박 지회장은 금속노조 안의 외자, 외투기업 투쟁 사례와 실패 사례 수집, 실감나는 조합원 교육자료 제작, 회사 동향 파악 등 이전 지회 집행부가 하지 못했던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박 지회장은 술 조직은 절대 하지 않겠다며, 현장에서 조합원들의 얘기를 끝까지 듣고 거기에서 지혜를 만들 것 이라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더불어 노조가 현장순회 많이 하는 건 좋지만, 현장활동은 지회가 더 열심히 할 테니 금속노조는 조합원들 손에 쥐어줄 수 있는 ‘현장 밀착형 방법, 전술’들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다.

박종윤 콘티넨탈지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전 1996년 당시 만도기계 안양공장에 실습생으로 나갔다가 눌러 앉아 노동자가 됐다고 한다. “저는 무임승차 했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운동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없습니다. 형님들이 하는 얘기가 노동자들의 현실과 맞다고 생각해 따라다니기 시작했죠.” 1999년 군 전역 후 해고당한 선배들과 함께 싸우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고 회상한다.

‘인간’ 지회장을 탐색하는 <나는 지회장이다>라는 꼭지의 취지를 설명했는데도 ‘인간’적인 얘기보다 온통 노조 얘기만 해버린 박 지회장. 오늘 활동을 복습하며 좀 더 완벽하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고민하다 잠든다는 완벽주의자. 지회장 선거기간 12kg나 살이 빠져버린 박 지회장. 그야말로 충북 청원 부강공단의 노동해방 나팔수다.

* [나는 지회장이다]는 일선 금속노조의 핵심 활동가이자 지휘자인 지회장들을 ‘인간적’으로 소개하는 연재꼭지입니다. 전국을 돌며 각 지회장들의 일상과 고민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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