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외로울때 부를 수 있는 동지가 있어 무지 행복합니다" --평택구치소에서 한상균 올림

올해 여름,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

2009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어보았을 '이름' 들이다.

그 '이름'들이 2009년을 보내며 한 자리에 모였다.

아니 '다' 모이지 못했다. 몇은 구치소에. 몇은 일터에. 몇은 다른 일터에. 몇은 집에. 몇은 어디엔가......

올해를 보내는 게 아쉬운게 아니다.

어쩜 기억의 저편, 뇌의 한 부분을 도려내서라도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름'들은 기억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노동자임을, 주인임을, 외롭지 않음을 느꼈을 것이다.

고난의 길 함께 한 동지를 위해 건배!

▲ "반갑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뜨거운 여름을 지나 눈오는 밤 만났습니다.

 

▲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인사합니다. 서로의 눈 속에 비친 동지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 그 여름, 전국에서 달려온 노동자들이 같이 싸웠습니다. 겨울밤 다시 평택으로 달려와 '그날 흘렸던 눈물 결코! 잊지 맙시다!'라며 자신에게, 쌍차동지들에게 다짐해 봅니다.

 

▲ 이정아. 아니 이름 뒤에 '대표'가 빠졌다.'영원한 쌍용차 가대위 이정아 대표'. 이게 그녀의 이름이다. 연두색 티셔츠만 봐도 회사강아지들의 꼬리가 뒷다리 사이로 사라졌다는 전설의 이름, '가대위'. 여름에 함께 싸웠던 '복중 태아'가 태어났다. 셋째 아이다.

 

▲ 잠시이지만, 아비를 잃은 듯한 이별을 마주하고 있는 어린 자식은 아빠 같은 아저씨들을 보자마자 눈물이 솟는다. 참아 본다. 다시 솟는 눈물.

 

▲ 가대위 아이들과 가족들이 찾아와준 아저씨, 아줌마, 삼촌, 이모들에게 노래선물을 준단다. 고맙다고. 누가 누구에게 고마와야 할 지 모르는데 말이다. 그 여름을 기억하는 자들 중에 가대위를 보고 힘 받지 않은 자 누구란 말인가. 사측 강아지들과 투구 쓴 바퀴벌레들 빼놓고.

 

▲ 노조아저씨들이 가대위 어린 식구들에게 선물을 했다. 욕심 많은 어른들로 인해 상처받은 영혼을 조금이나마 달래라고. 책상품권.

 

▲ 역시 연두색이다. 가대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연두색 여름'이다. 싸움터에 발끝 하나라도 담그지 않은 금속노조 조합원, 다른 연맹 노동자들은 한 번 사서 읽고 느껴보시라. 왜 싸웠는지. 나의 미래일 수도 있다. *알아볼 곳 02-2038-2100 한내.

 

▲ 정특위 깃발 아래에서 무슨 얘기들이 오갈까 궁금합니다. 해고싸움 얘기든, 사는 얘기든, 미운 놈 씹는 얘기든 내년에도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 "그래 받으시게". "형님, 어서 주세요". 노조도, 싸움도, 협상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좋은, 고마운, 벅찬, 서운한, 걱정스러운, 미운, 화난 등등등. 털자. 일어나자. 2010년, 일대 전쟁이 우리 마을 동구 밖 까지 닥쳐 왔다.

 

*한상균 쌍용차 전 지부장이 송년의 밤에 편지를 보냈다.

 

저작권자 © 금속노동자 ilabo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