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방송’ 조중동 종편 출범(12.1)을 며칠 앞 둔 지난주, 언론노조 사무실에는 우울한 소식이 잇따라 들려왔다. 먼저 11월 29일 오후, 이호진 부산일보 지부장의 해고였다. 불법쟁위 주도, 사장실무단 점거, 회사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이 사측의 해고 사유다. 그러나 속내는 박근혜 의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정수장학회를 문제제기했다는 것이다. 부산일보의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민주적 운영과 편집권 독립을 요구했지만 그 대가가 너무 가혹하기만 하다. MB정부 들어 지난 3년여 동안 해직언론인이 9명으로 늘었다. 정직과 감봉을 받은 이도 백 명이 넘는다. 이 같은 언론인 탄압은 1980년 전두환 군부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언론사 강제통폐합과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 이후 최대 폭이다.

또 다른 우울한 소식의 진앙지는 법원이었다. 2009년 조중동에게 종편을 선물하기 날치기로 통과한 언론악법을 막기 위해 국회에 들어간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에 대해 고법은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한나라당이 주도한 언론악법의 날치기 통과를 막으려했던 게 ‘죄라면 죄’다. 또한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검찰의 MBC 압수수색을 거부한 이근행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천만 원의 벌금이 내려졌다. 야만적 판결이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이 종편 4사가 공동 출범식을 하는 12월1일 전면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히고 있다. <언론노조>
마지막 우울한 소식은 최근 한미FTA 비준무효 집회 현장에서 전해졌다. 어쩌면 앞선 두 소식보다 더욱 암울했다. KBS, MBC, SBS, YTN 등 주요 방송사의 취재진이 일제히 집회 일부 참여자들부터 욕설과 함께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방송사 취재진이 일제히 취재현장에서 쫒겨난 것은 사상 초유였다. 따지고 보면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 보도에서부터 MB의 내곡동 사저까지 방송사들은 정권에 불리한 기사는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대통령 관련 의혹은 철저히 침묵했다. 특히 최근 FTA와 관련해 편향적인 보도행태에 대한 국민적 질타였을 것이다.

시위현장에서 쫓겨나는 취재진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장에 나간 취재진이 손목이 삐고, 얼굴이 붓는 등 불상사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데다, 폭행당한 취재진 대부분이 4∼5년차 미만의 어린 기자들이고 삼각대를 들고 있는 오디오맨들은 대부분 20대의 비정규직이라는 점에서 잘못된 보도 행태에 대한 분노가 이들을 대상으로 신체적 폭력의 형태로 가해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야유와 취재거부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폭력만은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한 트위터리언들의 반응은 이랬다. “제대로된 기사. 있는 그대로 전달 했다면 그런 불상사가 생겼을까?”, “방송과 신문을 보며 국민들이 느끼는 좌절이 얼마나 큰지 모르실겁니다”

▲ 언론노조는 오늘(1일) "MB정권 언론장악 심판하겠다"며 총파업을 벌인다. 이날 노조 소속 45개 조직 1천 5백 여 명은 광화문에 집결한다는 계획이다. <언론노조>
특히 언론노조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일을 했는지에 대한 질타에는 언론노조 역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 “조금이라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세요 행동 없이 이해해달라고만 하는것은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백날 반성만 하면 뭐해요. 달라지는게 없는데. 편파보도 하루이틀도 아니고 PD수첩도 이제는 별 내용도 없고, 9시 뉴스 8시 뉴스 첫 꼭지만 보고 짜증나서 바로 꺼버리는 상황인데요. 반성해서 뭘 어떻게 하실껀지 참 답답합니다.”

민주적 사회에 있어 다른 부문 못지않게 언론 영역의 중요성은 분명하다. 언론이 국민의 편이 아닌 정권에 빌붙었을 때 그 사회적 폐악이 어떠한지 지난 3년의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언론노조가 정권의 의해 장악돼 망가질대로 망가져 가는데도, 이를 막기 위해 제대로 싸웠는지 깊게 반성한다. 특히 언론노조가 일선 기자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직장인’이 아닌 ‘언론인’으로, ‘언론노동자’로 각성하게 하고 ‘자기검열’에서 벗어나 양심과 직업정신에 제대로 보도할 수 있도록 노력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언론노조는 이러한 자문과 함께 국민들에게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하겠다.

박중석 /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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