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의 반월산업단지는 인천지역과 더불어 중소제조업체들이 밀집해있는 산업공단이다. 시화지구에 8천 4백여 사업장, 반월지구에 5천여 사업장이 입주해있지만 금속노조 가입 사업장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 않다. 이런 만큼 금속노조의 존재는 이곳에서 소중하다.

▲ 에스제이엠지회(지회장 김영호)는 안산 반월공단의 대표적인 금속노조 지회다. 1987년에 한국노총 소속으로 설립됐지만 1995년 옥쇄파업까지 감행하는 투쟁 끝에 당시 금속산업연맹에 가입하고 단체협상을 맺었다. 지회 사무실이 현장 라인 바로 옆에 있다. 지회의 역사를 상징하는 기업노조 당시의 현판이 지회 현판과 나란히 붙어 있다. 신동준

에스제이엠지회(지회장 김영호)는 안산 반월공단의 대표적인 금속노조 지회다. 1987년에 한국노총 소속으로 설립됐지만 1995년 옥쇄파업까지 감행하는 투쟁 끝에 당시 금속산업연맹을 가입하고 단체협상을 맺었다.

이후 이 지회는 안산지역에서 ‘연대투쟁’의 모범이 되고 있다. 2003년 금창공업 조합가입 투쟁에서는 2명의 조합원이 구속되기도 했다. 2004년 노동재해로 허리부상을 입은 조합원이 우울증 끝에 자살하자 지회는 근로복지공단 점거투쟁 등을 통해 산업재해를 인정받고 추모회를 결성해 매년 동료를 추모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 있는 지회임에도 최근 신규채용 없는 자동화 추세로 조합원이 자연 감소되고 있다. 회사는 야금야금 바닥에서부터 지회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 25일 오후 반월공단의 지회 사무실을 찾았다.

▲ “현재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조합원간 소통을 통해 조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만난 정준위 수석부지회장은 지회 일상활동을 이렇게 소개했다. 반월공단의 1~2공장과 시화공단의 3공장 조합원을 합쳐 에스제이엠지회 전체 조합원은 2백 62명이다. 조합원 대부분 두세 개 동아리에 가입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울린다. 이 다양한 동아리에 모든 전현직 노조간부가 포진해있다. 간부와 조합원이, 생활과 투쟁이 겹쳐있는 셈이다. 신동준
노조 조직력 강화 초석, 동아리와 일상활동

“현재는 다양한 동아리 활동과 조합원간 소통을 통해 조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만난 정준위 수석부지회장은 지회 일상활동을 이렇게 소개했다. 반월공단의 1~2공장과 시화공단의 3공장 조합원을 합쳐 에스제이엠지회 전체 조합원은 2백 62명이다. 그러나 사내 동아리는 정말 많다. 축구, 족구, 볼링, 낚시, 마라톤, 자전거, 베드민턴과 같은 스포츠 동아리뿐 아니라 여행 동아리와 오카리나 동아리도 있다. ‘판데기’라는 이름의 보드 동아리는 여름엔 수상보드, 겨울엔 스노우보드를 즐기며 화합을 다진다.

조합원 대부분 두세 개 동아리에 가입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함께 어울린다. 이 다양한 동아리에 모든 전현직 노조간부가 포진해있다. 간부와 조합원이, 생활과 투쟁이 겹쳐있는 셈이다.

지회는 사내 동아리뿐 아니라 민주노총 안산시지부에서 개최하는 다양한 교양 및 취미강좌에 참여해 지역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러다보니 임단투 시기에는 휴식시간을 이용한 다채로운 공동체 놀이에 많은 조합원이 참여하게 된다. 일상생활과 조합활동이 동아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섞인다.

지회는 조합원 교육과 선전활동도 열심이다. 연 2회 내던 지회소식지 <사노라면>을 4회로 늘리고 투쟁소식을 강화키로 했다. 또 선전부에서는 한 장짜리 소식지인 활화산을 수시로 발간해 식사시간 조합원에게 배포한다. 교육부는 별도로 교육지를 작성해 뿌린다. 16시간의 교육시간을 최대한 활용해 조합원 교육과 간부 교육으로 나누어 일반 시사뿐 아니라 사업장 투쟁을 대비한 다양한 교육을 배치하고 있다.

주간연속2교대 시행과 사측의 반격(?)

지회는 2010년 8월부터 주간연속2교대제를 회사와 협의해왔다. 그 결실로 오는 12월 5일부터 주간조는 7시 10분, 야간조는 15시 40분에 각각 출근해 8시간 10분(중식시간 30분 포함) 노동시간을 채우면 퇴근하게 된다. 정 수석부지회장은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되면 잔업, 특근은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무리 기본수당과 교대수당을 지급한다 해도 잔업 특근이 없어지며 발생할 임금의 차이에 대해 불만이 있지 않을까.

▲ 백승철 지회선전부장이 <사노라면>의 역사와 제작 뒷이야기를 하고 있다. 신동준

“같은 지부 소속 두원정공 사례도 있고 아직 해보지 않은 제도라 조합원부터 간부들까지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임금보다 조합활동과 생활환경 전반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지회차원에서 신경 쓰고 준비해야할 것이 많다”며 오히려 노조간부의 자세를 강조했다.

정 수석부지회장은 작년부터 강화되기 시작한 사측 현장탄압이 보다 시급한 문제라고 했다. “2010년 임단협에서 3명의 전임간부를 인정키로 구두 합의했으나 최근 사측이 노동부 압박을 빌미로 합의를 번복했다. 결국 2명의 유급 전임이 인정되었지만 1명은 무급휴직하게 되었다. 그나마 전임간부도 수당은 못 받게 되었다.” 백승철 선전부장은 “비전임 간부가 근무시간에 조합사무실에 있었다고 출근정지 10일을 때리는 등 사소한 기초질서를 문제 삼아 징계를 남발하고 있다”며 최근 사측의 현장탄압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0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신임 집행부는 조합원 총회를 열어 1인당 1만 9천원의 조합비 인상안을 상정했다. 결과는 90.3%로 가결. 물론 지회는 앞으로 2년간의 투쟁을 통해 반드시 빼앗긴 것을 되찾겠다는 전제와 각오를 밝혔다.

▲ 지회는 작업장의 대의원 자리에 ‘대의원임무카드’를 비치했다. 대의원들은 카드에 매일 그날의 조합원 신상 변동사항 및 사측의 현장탄압 사항을 기재한다. 지회 임원이 현장을 돌며 카드를 수거하거나 대의원이 직접 제출하고 있다. 사소해서 놓칠 수도 있는 사항까지 대의원이 빠짐없이 수렴하는 방식이다. 1공장 운영위원들이 고충처리위원 선출을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신동준

조직력 강화 방안은 다름아닌 '소통'

위기를 감지한 집행부는 일상에 길들여진 지회 활동방식에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어 조직력을 강화키로 결의했다. 김영호 신임 지회장이 택한 방식은 ‘소통’이다. 우선 고충처리 위원회를 설치해 현장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마침 지회를 방문한 날도 1공장 고충처리 위원회 회의가 있던 날이었다. 운영위원 20여명이 모여 현장의 다양한 의견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지회는 작업장의 대의원 자리에 ‘대의원임무카드’를 비치했다. 대의원들은 카드에 매일 그날의 조합원 신상 변동사항 및 사측의 현장탄압 사항을 기재한다. 지회 임원이 현장을 돌며 카드를 수거하거나 대의원이 직접 제출하고 있다. 사소해서 놓칠 수도 있는 사항까지 대의원이 빠짐없이 수렴하는 방식이다.

지회는 또한 ‘단협연구팀’을 두고 주간연속2교대 도입시 변화될 상황에 맞춘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반별로 개최하던 간담회는 주거지역별, 연령별, 취미별, 심지어 군복무시 주특기별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하게 분류키로 해 조합원 간의 유대감을 늘리고 소통 효과를 높이고 있다. 앞으로의 투쟁과 관련해서는 경주 발레오만도지회 사례를 검토하며 유사시 대응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 김용기 지회 사무장은 “조합 설립시기부터 활동해온 선배 조합원인 2명의 고문과 3명의 지도위원이 계시다”며 “지회가 어려울 때마다 자문에 응하고 중심을 잡아준다”고 소개한다. 이 지회의 특이한 점은 지회 임원이 매번 바뀐다는 것. “절대 연임은 없다.” 김 사무장의 대답이다. 연임을 안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면서 자연스럽게 간부층이 두터워졌다. 신동준
지회임원, 절대 ‘연임’은 없다?

지회는 15명의 집행위원 외에 운영위원과 대의원 및 실천단이 지회 활동의 핵심 역할을 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실천단 30여명은 임단투 시기 자동적으로 선봉대로 전환되어 ‘실천부대’ 역할을 한다. 역사가 오래된 지회인 만큼 고참 활동가도 많다. 김용기 지회 사무장은 “조합 설립시기부터 활동해온 선배 조합원인 2명의 고문과 3명의 지도위원이 계시다”며 “지회가 어려울 때마다 자문에 응하고 중심을 잡아준다”고 소개한다.

이 지회의 특이한 점은 지회 임원이 매번 바뀐다는 것. “절대 연임은 없다.” 김 사무장의 대답이다. 연임을 안 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면서 자연스럽게 간부층이 두터워졌다. 유사시 2선 지도부는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말에 손범국 교육부장은 “4선까지도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0여명의 1공장 운영위원들은 고충처리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단합대회를 열었다. 워낙 모임과 활동이 많다보니 술자리도 많다. 저녁식사를 겸한 이날의 단합대회에는 술을 마시던 안마시던 성원 모두가 참석했다. 단합대회 하면 보통 떠올리는 술자리가 아닌 이야기 마당인 셈이다. 한 시간 가량 자리를 함께 하던 야간조 운영위원들이 출근을 위해 먼저 일어섰다. 인사를 하던 와중에 12월 5일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시행되므로 이번 야간조가 밤늦게 출근하는 마지막 조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를 맡아 보던 이재남 부지회장은 이렇게 외쳤다. “마지막 심야노동으로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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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회장 48세 나이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무장
'꼴통' 지회장의 새 무기 스마트폰

에스제이엠지회가 시작한 새로운 조직력 강화 사업의 중심엔 김영호 지회장이 서 있다. 김 지회장은 시화공단에 있는 3공장 출신이다. 조합원수 약 1백 명으로 인원이 많지 않아 서로 별명을 부르는데 지회장은 ‘꼴통’으로 불린다고. 정준위 수석부지회장은 “지회장은 말버릇처럼 ‘분명히 되는데 왜 안 된다고 하냐’며 간부들을 늘 타박(?)한다. 워낙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성격 때문에 형님들에게 ‘꼴통’이라고 불린다”며 웃는다.

하지만 김 지회장이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마흔여덟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조합원 및 간부와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
정 수석부지회장은 “아유, 아침부터 아주 장문의 편지를 써서 사방에 뿌려요”라며 즐거워한다. 김 지회장은 출근길 버스에서 새로운 투쟁소식이나 앞으로의 계획을 장문의 문자로 작성해 지회 간부나 조합원에게 발송한다. 이날도 사측의 현장탄압 상황과 지회 집행부의 각오, 앞으로의 전망을 밝힌 문자를 지회 집행위원 전체에게 발송했다.

일상활동으로 다져진 끈끈한 관계에 집행부의 소통노력이 더해져 현장 분위기는 지회가 중심이다. 정 수석부지회장은 “회사에서 반장들을 끊임없이 당겨가려고 공을 들이지만 대부분의 반장들은 조합에 호의적이다”라고 귀띔한다. 아래는 지회장이 조합원에게 보낸 장문의 문자 전문.

"존경하는 3공장 조합원 동지 여러분! 어제는 칼바람 속에서 시그네틱스 투쟁문화제를 진행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나고 통쾌한 집회였습니다. 많은 에스제이엠 조합원 동지들도 지역 해고자 동지들과 뜨거운 동지애를 나누었습니다. 정리해고와 노동탄압이 일상화된 이 나라에서 그분들과 우리들의 처지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동지들! 민주노조의 목에 목줄을 걸고 발에는 족쇄를 채우기 위한 자본가의 노동자 사냥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냥개를 앞세워 은밀하게 다가오는 그들의 움직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자본가는 동지 여러분의 얼굴표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습니다. 그 얼굴에 탄압에 맞서고자 하는 결연함이 있는지, 눈동자가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피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아직까지도 그들의 사냥개와 어울려 희희낙락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3공장 동지 여러분!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자본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히 깨달았기에 이제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투쟁이 필요할 때는 투쟁으로 맞설 뿐입니다. 현장에서 동지 여러분들의 행동 하나하나와 불타오르는 눈빛이 중요할 때입니다. 노동조합은 여러분들의 투쟁에 동력이 되고 보호막이 될 것입니다. 조금 힘들어도 서로를 다독이며 뚜벅뚜벅 흔들리지 말고 우리의 갈 길을 걸어갑시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힘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2011년 11월 현재 금속노조 산하에 19개 지부 2백 40여 지회가 있습니다. 특히 지회는 금속노조의 골간을 이루는 사실상의 최초 사업단위입니다. 그리고 각 지회는 서로 규모도, 업종도, 역사도, 사업방식도 제각각입니다. 이 같은 제각각의 사업이 모여 금속노조를 이룹니다. [우리지회가 사는 법]은 1년 동안 전국을 돌며 이 같은 각 지회의 활동상을 조명하는 연재코너입니다. 금속노조 산하 지회가 바로 금속노조의 얼굴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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