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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기본 회복하고 겨울산 떠나겠다"[나는 지회장이다-1] 정식화 경기지부 케피코지회장
신동준 편집국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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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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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회장이다]는 일선 금속노조의 핵심 활동가이자 지휘자인 지회장들을 ‘인간적’으로 소개하는 연재꼭지입니다. 앞으로 전국을 돌며 각 지회장들의 일상과 고민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노조의 자주성, 도덕성, 헌신성 회복에 골몰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집행하는 동안 금주를 선언한 지회장. 겨울 설악산에서 허리까지 오는 눈을 헤치며 무한한 자유를 느끼는 남자. 정식화 케피코 지회장이다. 

지난 11월16일 케피코 지회를 찾았을 때 정 지회장은 자리에 없었다. 16일 지회는 새로이 사무실을 정비하고 본격 활동을 알리는 ‘개업식’을 했다. 정 지회장과 간부들은 현장 조합원들에게 떡을 돌렸다. 헐레벌떡 지회로 돌아온 정 지회장이 환한 미소를 날리며 덥석 손을 잡는다.

“오랜 만입니다.” 정 지회장은 금속산업연맹 시절 부위원장과 케피코노조를 책임진 위원장을 했다. “아직 정신 없습니다. 지회장한 지 두 달 돼 갑니다. 상집 인선하고 본격 활동하려는데 회사 대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 지회장 말대로 케피코의 상황은 녹녹치 않다. 경기지부 모범 사업장으로 앞선 단체협약 쟁취와 연대투쟁에 앞장 서온 지회에 현대차그룹은 6기 지회 때부터 본격 노무관리를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내 유일한 중앙교섭 사업장이라니 다른 설명 필요 없는 상황이다.

‘나는 지회장이다’는 일선 금속노조의 핵심 활동가이자 지휘자인 지회장들을 ‘인간적’으로 소개하는 꼭지라는 설명으로 정 지회장과 대화를 시작했다. 요즘 TV예능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근황토크부터 시작했다.

   
▲ 노조의 자주성, 도덕성, 헌신성 회복에 골몰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집행하는 동안 금주를 선언한 지회장. 겨울 설악산에서 허리까지 오는 눈을 헤치며 무한한 자유를 느끼는 남자. 정식화 케피코 지회장이다. 신동준
“아이들은 둘입니다. 큰애가 스물한 살입니다. 단체협약의 학자금 지원 받고 있습니다.” 케피코 1세대 노동자들의 자녀들이 학자금을 본격 적용 받는 시점이다. 올해 지회는 단체협약 교섭이 있다. 회사가 어떤 식으로 단체협약을 압박해 올지 벌써 걱정하는 눈치다.

“취미는 등산이고 요즘엔 산악자전거 타기에 맛 들였습니다. 가장 아끼는 물건 1호도 산악자전거이고요. 지회장 할 동안 못 탈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하.” 정 지회장은 금속연맹 시절부터 산 좋아하기로 소문나 있다. “겨울 설악산에 나침반과 지도를 들고 눈길을 헤치며 오를 때 무한한 자유를 느낍니다.” 위험한 상황도 여러 번 겪었다고 한다. 오직 본능에 의존해 ‘생존’하기 위해 산을 탔다고 한다. “사흘 정도 이렇게 산을 오르내리다 평지로 내려오면 뇌가 깨끗하게 청소된 느낌”이라며 시원하게 웃는다.

정 지회장은 지회활동에 본격 참여하기 전 오랫동안 지역운동을 고민하며 활동했다고 한다. 금속연맹시절 맺은 국제노동운동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영어 공부도 틈틈이 했다고 한다. 보물 2호가 10년 넘게 공부하며 정리한 영어노트 12권이라고. 2009년 쌍용차 파업투쟁 뒤 내용을 정리해 영어로 국제노동운동계에 알리는 성과를 냈다고 자평한다.

올해가 가기 전 꼭 하고픈 일을 묻는 질문에 “트위터를 포함한 SNS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지회 조합원들 모두와 술을 먹어 나와 노조를 이해시키는 시대는 이제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상활동과 일상적인 말걸기가 필요한 시점에 SNS가 소통의 도구로 제 격이라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소통의 부재가 제일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조합원들에게 “할 말 없다”고 한다. “지회 지도, 집행부가 현재 상황에서 조합원들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정지회장은 지회와 활동가가 제대로 이끌지 못해 지회가 약해졌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 “겨울 설악산에 나침반과 지도를 들고 눈길을 헤치며 오를 때 무한한 자유를 느낍니다.” 위험한 상황도 여러 번 겪었다고 한다. 오직 본능에 의존해 ‘생존’하기 위해 산을 탔다고 한다. “사흘 정도 이렇게 산을 오르내리다 평지로 내려오면 뇌가 깨끗하게 청소된 느낌”이라며 시원하게 웃는다. 신동준
자연스럽게 노조 이야기로 넘어 왔다. 임기 중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장면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그런 건 없습니다.” 단호히 말한다.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했다. 바꿔 물었다. “지회장하면서 이루고 싶은 게 있느냐는 말입니다.” 다시 정 지회장은 말한다. “그런 건 없습니다. 오직 정상궤도에서 벗어난 노동조합의 자주성, 도덕성, 헌신성을 회복할 뿐입니다.” 있긴 있다. 확실한 목표다. “노조의 기본을 회복하고 기본권을 지키겠습니다. 그리고 임기 후 겨울 설악산으로 조용히 떠나겠습니다.” 확고하게 다짐하듯 내뱉는다. 더 이상 물어 볼 수 없었다.

흔히 상대방을 알고 싶을 때 묻는 질문으로 이날의 대화를 마무리했다. “좌우명이 무엇입니까?” 정 지회장은 “거짓말 하지 말자. 약속을 지키자”입니다. 간단하다. 하긴 거창한 좌우명을 압축해 보면 거의 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다 배운 내용이 아니던가. “이 좌우명을 지회장 활동에도 적용할 겁니다. 신중히 생각해서 조합원들과 약속하고 반드시 지킬겁니다. 조합원들에게 절대 거짓말 않겠습니다.” 깔끔한 마무리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정 지회장은 전태일평전 읽고 전두환 군부독재를 겪으며 사회에 눈뜨고 노동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너무 당연한 건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정 지회장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케피코는 경기 군포시에 있다. 케피코는 엔진 연소실에 연료를 뿜어주는 인젝션 펌프와 직분사(GDI)엔진 인젝터를 만든다. 자동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ECU도 만들고 있다. 전체 조합원은 84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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