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금속노조의 세 번 째 집행부를 뽑는 선거 투표일인 26~28일이 바짝 다가왔다. 이번 위원장 후보에는 박상철 현대차지부 조합원이 허재우 수석부위원장 후보와 김연홍 사무처장 후보와 동반해 단독 출마했다. 추석연휴 직후인 지난 15일 오후 박 위원장 후보를 울산 현대자동차 정문 앞 한 사무실에서 만나 금속노조 위원장에 출마한 이유를 포함해 ‘정견’을 들어봤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 후보는 “형식에 있어서의 과감한 생략, 운영에 있어서 발칙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조합원 눈높이에 맞는’ 금속노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한 마디로 밝혔다. 그리고 박 위원장 후보는 지난 5년 금속노조의 성적을 높게 매기지 않았다. 노조 혁신은 대해 박 위원장 후보는 노조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활동가들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상철 위원장 후보는 “형식에 있어서의 과감한 생략, 운영에 있어서 발칙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조합원 눈높이에 맞는’ 금속노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한 마디로 밝혔다. 신동준

아울러 박 위원장 후보는 △노동시간단축과 주간2교대 쟁취 △복수노조 시대에 걸맞는 중소영세사업장 미조직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공단조직화 △정리해고 요건과 직장폐쇄 요건을 강화하는 취지의 법제도 개선 투쟁이라는 핵심 의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아래는 박상철 노조 위원장 후보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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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출마해야겠다는 결심은 언제부터 했는가.
2년 전 금속노조 임원선거에 수석부위원장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선거 낙선 뒤 현대차지부 교육위원장을 맡았고 현대차지부 조합원을 직접 만나면서 금속노조가 생각보다 더 위기에 빠져있음을 절감했다. 현대차 노조운동으로 보면 내가 노동운동 1세대인데, 노조운동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지부 교육위원장으로 조합원과 직접 호흡하면서 금속노조 위원장이 되어 노조를 바로 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 금속노조 위기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금속노조 조합원이 금속노조를 자기의 노조로 느끼지 못하는 것 자체가 위기다. 지부 교육위원장으로 조합원 교육시간 때 한 시간 씩 강의하다가 조합원들에게 우리 상급단체가 어디냐 물어보면 금속노조라고 대답들 한다. 조합원들에게 금속노조는 상급단체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노조로 여기고 있지 않는 셈이다.

- 그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금속노조가 자기 역할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과 활동가들은 지난 1998년부터 몰아닥친 정리해고 사태를 기업단위 차원의 대응으로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큰 힘으로 맞서야 하고 더 큰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산업노조를 만들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쌍용차지부가 깨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금속노조가 자기역할을 못하는 노조로 느끼기 됐다. 산업노조를 만들었을 때의 희망이 깨진 것이다.

“조합원이 금속노조를 자기 노조로 안 본다”

이 대목에서 나는 이해되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각종 정리해고 문제와 투쟁은 그 자체로 사회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쌍용차 문제는 최근까지 15명이 죽음에 이르면서 사회화 됐다. 그런데도 왜 금속노조는 이렇게 사회화된 문제에 노조 조합원이 함께 투쟁에 나서도록 모아내지 못할까 하는 게 첫째 의문이다.

두 번째는, 최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투쟁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각종 전략 전술의 문제도 있겠지만  일반 조합원들이 볼 때 사회적으로 중요한 투쟁 때 금속노조가 어디에 있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드러나야 한다.

▲ 현대차그룹의 노무전략 가운데 불법적인 대목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드러내 사회여론화해야 한다. 아울러 현대기아차와 연결된 금속노조 소속 70~80%에 달하는 조합원에 대한 상시적인 교육으로 그룹의 노무전략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신동준

- 전직 위원장인 정갑득 위원장이나 현직 박유기 위원장과 달리 박상철 후보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극복해야할 대목으로 보인다.
단위사업장에서 위원장도 못 해 본 사람이 전국단위 대규모 노동조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질문으로 들린다. 하지만 나도 22년 가까이 전국단위 현장조직운동을 통해 전국적 사업을 펼쳐왔기 때문에 이른바 ‘전국사업’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현대차노조 위원장을 역임해 잘 알려져 있는 정갑득 전 위원장이나 박유기 현 위원장도 결국 금속노조 조합원을 투쟁으로 모아내지 못하지 않았는가. 결국 위원장 출신 여부나 명망성이 있느냐의 문제가 핵심은 아니다. 지도집행력 높이는 문제는 실제 사업을 어떻게 해나가느냐, 조합원과 어떻게 함께 사업하느냐가 중요하다.

- 현대자동차 출신이기도 하고, 현대차지부 교육위원장직을 수행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대 금속노조 노무전략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텐데.
현대기아차그룹의 대 금속노조 노무전략은 실로 심각할 정도다. 예전에 회사는 현대차와 기아차 중심으로만 당근과 채찍전술을 썼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신브레이크나 유성기업 문제에서 드러나듯이 그룹 계열사가 아닌 부품 중소기업에까지 노무전략을 펼치며 금속노조 탈퇴까지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금속노조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곳 위원장 출신이냐가 중요한 것 아냐”

일단 현대차그룹의 노무전략 가운데 불법적인 대목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드러내 사회여론화해야 한다. 아울러 현대기아차와 연결된 금속노조 소속 70~80%에 달하는 조합원에 대한 상시적인 교육으로 그룹의 노무전략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현대자동차 대의원들에 대해 회사가 작업하는 것 보면 대의원 한 사람에게 과장이 하나씩 붙어 노무전략을 구사한다. 이것을 초장부터 막으려면 여기에 개입해 노조활동가의 자세 등을 일깨우는 사업이 필요하다. 또한 회사는 최근 소식지를 발행하고 가정에 편지를 발송하는 등 예년과 달리 끊임없는 회사 위주 여론화작업에 몰두해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노조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물량문제에 대한 압박 때문에 중소기업 및 부품사 노조단위에서 드러내 놓고 현대차그룹의 부당개입 문제를 공개하거나 폭로하는 것을 꺼리는 것도 현실이다. 현대기아차지부가 과연 함께 싸워줄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데.
맞다. 결국엔 대기업 노조운동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금속노조 위원장이라면 노조 임원들과 팀워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지부장과 주요 지역지부장과 의지를 모아내는 역할도 중요하다. 또한 자동차완성사 노조대표자와 부품사 및 중소기업단위 노조대표자들을 자주 만나게 해주는 촉매제 역할도 금속노조 위원장이 해야 한다.

알다시피 중소기업 부품사 사장들은 수익이 창출돼도 수익이 있다는 이야기조차 못한다. 대기업으로부터 납품단가인하 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 기업이 이윤창출도 못하고 수익성도 없다는데 일자리 창출이 되겠는가. 이 모두가 대기업정책의 문제인 셈이다.

▲ 금속노조 위원장이라면 노조 임원들과 팀워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지부장과 주요 지역지부장과 의지를 모아내는 역할도 중요하다. 또한 자동차완성사 노조대표자와 부품사 및 중소기업단위 노조대표자들을 자주 만나게 해주는 촉매제 역할도 금속노조 위원장이 해야 한다. 신동준

- 결국 대공장 노조운동이 핵심 화두라는 셈인데, 이 점에서 최근 대공장 노조운동의 연이은 무쟁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연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사실 실리주의의 전국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더 문제다. 올해만 해도 자동차 완성사 중 유일하게 파업을 벌인 곳이 한국지엠지부였다. 그렇게 해서 따낸 성과에 대해 초반에는 조합원들의 반응도 괜찮았다. 하지만 기아차 잠정합의와 현대차 잠정합의, 그리고 현대기아차 비정규 임금합의 뒤 한국지엠 조합원들의 정서는 뒤집어졌다.

저마다 저기보다 못하다는 식으로 비교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현대중공업과 비교하고, 기아차와 현대차는 서로 비교하고 이제는 한국지엠도 비교한다. 이게 실리주의 경향이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조는 이제 몇 가지 핵심 의제를 정해 싸우는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싸우는 조직이지 결코 계모임 아니다. 단 하나를 따내더라도 그래야 한다.

“실리주의의 전국화가 사실 더 큰 문제”

- 박 후보가 구상하고 있는 금속노조 차원의 핵심 의제는 무엇인가.
첫째, 노동시간단축과 주간 2교대 쟁취다. 물론 지불능력이 모자라 설비투자 등에 있어 한계가 많은 중소사업장들의 경우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주간2교대제도를 도입하면 죄다 굶어죽는다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건강권을 확보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차원의 문제다. 살기 위해서라도 야간에는 자야 한다.

둘째, 정리해고 요건과 직장폐쇄 요건을 강화하는 취지의 법제도 개선 투쟁이다. 특히 내년 총선이 끝나고 나면 노조법 재개정 문제가 전면에 부각될 것이며 이 공간에서 이와 관련한 우리 요구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셋째, 복수노조 시대에 걸맞게 중소영세사업장 미조직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공단조직화다.

- 금속노조라는 산업노조 차원에서 벌이는 대자본 교섭의 문제에 대한 구상은?
톡 깨놓고 말해, 임금협상이나 사업장 단체협약 갱신협상의 문제는 단위사업장이 20~30년 해 와서 훨씬 잘한다. 오히려 금속노조는 이제 사회적이고 산업적인 교섭의제를 마련하고, 그와 관련한 가이드라인도 정해 산하단위가 그 가이드라인에 맞게 교섭을 펼치도록 하는 게 맞다.

금속노조는 사업장단위 의제가 아니라 사회적 의제나 산업적 의제를 제기해야 하는 단위다. 예컨대 단체협약 효력확장 같은 것을 금속노조가 정하고 싸우게 해야 한다고 본다. 현대차의 경우 일반적 구속력에 의해 지부 단체교섭 결과가 과장급 이상까지 적용받는다. 이것을 이제 사내하청 노동자들까지 적용받도록 구속력을 확장시키는 투쟁을 해야 하며 이건 싸워볼 만하다.

- 그동안 금속노조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임단협 요구안을 정해왔다. 하지만 그 때 정한 요구안을 산하단위, 특히 기업지부는 그대로 가져가지 않는 의결과 집행의 분리 현상을 목격했다.
기업단위 교섭에서 알아서 할 것을 제외한 사회적이고 산업적인 교섭의제로 금속노조 차원에서 힘 모을 것은 모으는 방식의 의결이어야 한다. 같이 싸울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야한다. 기업지부가 됐든 지역지부가 됐든 공통으로 싸울 의제라고 느끼면 힘을 모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정하더라도 책임성 없는 의결이 된다.

이렇게 되면 결정권한도 없는 금속노조 위원장이 되는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단협 효력확장 투쟁 같은 거 한번 해보자면 해 볼 수 있다. 투쟁하면서 정규직 의식도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비정규직을 남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간극을 좁히는 문제는 단체협약 구속력을 비정규직까지 확대해가는 싸움을 만들면 될 것으로 보인다.

“단협 효력확장 투쟁 같은 거 한번 해보자”

- 지난 5기 때는 금속 중앙교섭에 재벌사를 참여시키는 문제가 이슈였다. 6기 때는 변화된 노조법 개정 환경에 대응하는 문제가 화두였다. 다가오는 금속노조 향후 2년을 딱 한마디로 정리하면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
첫째가 신뢰회복이다. 후보자 자격으로 현장순회하면서 금속노조가 이 정도 일줄 몰랐다. 대기업 기업지부들이 따라주지 않아서 문제라던 어느 임원후보조차 현장순회 때 놀라더라. 다녀보니 중소기업에서부터 영세사업장과 부품사 할 것 없이 금속노조 신뢰도가 바닥이다. 따라서 첫 번째 과제는 신뢰회복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활동가의 자기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미 활동가라 자청하는 주변인들은 금속노조에 대한 위기진단을 다 해놓은 상태다. 그런데 이사람들은 얘기못한다. 왜냐면 그 원인이 바로 활동가로 불리우는 우리 자신에게 있으니 그런 것이다. 그것을 끄집어내야 한다. 그래야 해결과제가 생긴다.

두 번째는 내년 정치격변기 속에서 금속노조는 법제도개선투쟁을 대대적으로 벌여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가 잘 돼서 법제도 개선에 있어서 유리한 조건 형성돼도 이명박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대선까지 밀고가야 할 의제다. 금속노조 전조합원 교육을 통해 내년 정치정세에 대응하는 싸움을 미리부터 홍보하고 같이 싸울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 활동가들의 자기반성을 중요한 과제로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다시 말해달라.
가장 큰 게 관성화다. 활동가들이 이제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밥줄이고 자본에게는 돈줄인 현장권력을 누가 쥐느냐가 관건이다. 이 관건이 달린 현장투쟁을 이제 활동가들이 안 한다. 현장활동이 쉼없이 벌어져야 큰 싸움을 할 때 조합원들이 활동가들을 따라주는데 말이다. 아울러 현장활동가들, 이제 공부를 안 한다. 현장조직들도 교육하고 학습하는 꼴을 못 봤다. 학습을 안하고 공부를 안 하니 전망을 못 밝히는 것이다.

예전 전노협 시절 때만 해도 활동가들은 존경 받았다. 왜냐하면 정보가 활동가들에게 독점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환경이 발달해 조합원들조차 금속노조 집회 몇 명 참가했는지 다 알 정도다. 활동가들에게 정보가 독점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조합원들이 더 많이 안다. 이러다보니 이제 활동가들은 예전 조반장이 했던 역할까지 한다. 이제 노조대의원과 활동가들은 조합원이 원한다는 이유로 쓰레기통 설치까지 해주는 형국이 됐다. 이게 무슨 자판기도 아니고.

- 내년 정치정세 얘기를 잠시 했는데,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관련한 짤막한 소견이라고 밝혀달라. 특히 국민참여당 문제까지 포함해서.
국민참여당 문제에 대한 내 소신발표는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진보대통합 건이 진보신당에서 부결났는데 왜 부결났을까 생각해봤다. 아마 너무 앞선 생각들, 목표 중심으로만 활동하다보니 과정이 섬세하지 못했고 진보신당 당원들을 공감시키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당원들이 흔쾌해야 한다. 과정이 흔쾌할 수 있도록 열어놓고 토론하고 해야 하는데 못했던 것이다. 진보정당끼리의 통합이 우선 됐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참여당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옳은 ‘정도’가 아니다.

“활동가들 공부를 안하니 전망을 못밝히는 것”

- 정치 문제에 대해 대단히 말을 아끼는 것으로 느껴진다.
나에게는 정치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다. 나에게는 금속노조를 바로세우는 것이 1차적인 과제다.

- 지난 5년 금속노조가 거둔 성과는 무엇이었는가?
일단 15만 조직체로 만들어진 것 자체가 성과고 그것을 지킨 것도 성과다. 그런 점에서 지난 집행부들은 고생을 많이 했다. 한진중공업 투쟁 금속노조가 잘 못했지만 그래도 금속노조가 있었으니까 정치적으로도 사회화된 것이다. 유성기업 문제가 사회화된 것도 그나마 금속노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싸움의 중심에서 금속노조가 이런저런 싸움을 명확히 했다는 게 보이지 않았다. 금속노조가 상층 차원에서는 한 게 많을 수 있어도 내가 있었던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만큼의 성과가 없었던 점만 높고 보면 지난 5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 무엇을 혁신해야 하겠는가
형식적으로는 과감한 생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운영에서는 발칙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종합적으로는 조합원 눈높이에 맞는 산업노조를 재구성해야 한다. 조합원이 주체로 참여하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

▲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 때문에 금속노조는 희망이 있다. 이번 현장순회 때 그것을 절감했다. 어느 곳보다 정말 환대해줬다. 누구보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금속노조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꼈다. 여러 가지 여건이 있지만 지역지부를 중심으로 싸움을 해오고. 4만명 조합원 시절에 공장의 담벼락을 넘어 싸움을 했던 것에 대한 믿음이 이들에게는 분명히 있다. 신동준

- 조합원 눈높이 이야기를 하는데, 조합원의 뜻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맞다. 그릇된 판단을 하는 조합원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결코 대중 탓이 아니다. 간부와 활동가들의 탓이다. 최근에 수도권의 어느 사업장에 현장순회차 들렀다가 매우 놀랐다. 현장순회하다 조합원에게 악수를 청하니 조합원 몇몇이 손을 탁탁치며 거부하기도 한다.

심지어 매우 젊은 친구들조차 작업대에 발 턱 올려놓고 의자에 앉아 빤히 쳐다보며 대충 인사하고 말 정도다. 그래도 우리가 손님인데 말이다. 이러한 조합원의 태도는 분명 해당단위 지도부와 활동가들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 곳에 내노라하는 활동성 높은 분들 많이 계시는데 도대체 그 분들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과감한 생략, 발칙한 상상력으로”

- 과감한 생략과 발칙한 상상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앞서 이야기했듯이 교섭문제와 관련해서도 형식적으로만 교섭권을 행사하는 방식의 사업장단위 교섭 개입 문제를 이제 극복해야 한다. 이 점에서 형식을 생략하고 내용성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금속노조 중앙사무처도 조직자체를 단순화해야 한다. 그래야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발칙한 상상력과 관련해 얘기하자면 금속노조는 대 언론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투쟁을 벌일 때만 금속노조가 언론에 등장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금속노조가 대외적으로 살아있음을 계속 보여주도록 기획사업을 발칙하게 벌여야 한다.

조합원 눈높이에 맞는 노동조합을 재구성하기 위해 현장순회를 내실있게 해야 한다. 노조위원장과 임원 뿐만 아니라 중앙사무처도 같이 순회하고, 투쟁사업장부터 어려운 사업장에 자주 들러 얘기도 들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식단위가 아니라고 현장조직단위 활동가들도 직접 만나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 세 번 연속으로 현대차라는 대공장 출신이 금속노조 위원장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상대적 불신이 있을 것이라 보지는 않는지?
아니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 때문에 금속노조는 희망이 있다. 이번 현장순회 때 그것을 절감했다. 어느 곳보다 정말 환대해줬다. 누구보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금속노조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꼈다. 여러 가지 여건이 있지만 지역지부를 중심으로 싸움을 해오고. 4만명 조합원 시절에 공장의 담벼락을 넘어 싸움을 했던 것에 대한 믿음이 이들에게는 분명히 있다.

다만 15만명이 됐는데 기대만큼 실망이 컸던 것 뿐이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소통할 것이다. 별로 걱정 안한다. 이들 조합원들은 정말 건강하다. 대기업 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기도 한데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정말 겸손하다. 일도 더 힘든데 노조 중심으로 단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 금속노조는 15만 전국단일노조다. 이것은 엄청난 힘이다. 금속노조 깃발의 파란색은 희망의 빛깔이다. 조합원에게 자랑스럽게 펄럭일 수 있도록, 조합원들이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가질수 있도록 맡은 임무를 수행하겠다. 신동준

-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되면 가장 우선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
금속노조 중앙사무처 인선문제부터 가장 빠른 시간에 정리할 것이다. 인사로 인한 혼란이 없게 할 것이며 내부정비를 우선하겠다. 물론, 활동가들끼리 단결해서 싸우지 말고 통합적으로 노조를 운영하라는 조합원들의 준엄한 명령이 있는 만큼 함께 논의해서 정리할 것이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금속노조는 15만 전국단일노조다. 이것은 엄청난 힘이다. 금속노조 깃발의 파란색은 희망의 빛깔이다. 조합원에게 자랑스럽게 펄럭일 수 있도록, 조합원들이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가질수 있도록 맡은 임무를 수행하겠다. 조합원들도 금속노조를 믿고 금속노조를 통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사회적인 역할도 다할 것이다. 숫자만 15만이 아니라, 15만 명으로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그렇게 할 때 금속노조 조합원이 아닌 사람들까지도 금속노조에 대한 믿음을 가질 것이다. 그것을 위해 앞장서겠다.

인터뷰 및 정리=강지현 선전홍보실장 / 사진=신동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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