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속노조에 가입한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 이날 지회 설립 총회에서 선출된 르노삼성자동차지회 박종규 지회장과 이동헌 수석부지회장을 22일 서울에서 만났다. 이들은 “아직은 노동조합이 뭔지도 잘 모르고 걱정도 많다”면서도 “아파도 아프다는 말조차 못하고 인간다운 생활도 못하고 사는 우리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박 지회장과 이 수석부지회장은 회사 내 유일한 노동자 조직이었던 사원대표자위원회에서 대의원과 집행간부도 해봤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지금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노조 가입에 나섰다.

삼성자동차를 거쳐 르노삼성자동차까지. 14년 동안 이곳에서 일한 박 지회장은 “일하면서 너무 몸이 아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고 14년 동안 내 몸은 점점 망가졌다”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인데 지금은 기본적인 권리도, 행복한 가정생활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의 현실”이라고 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이 수석부지회장은 “현장의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우리들은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하고 자기 연월차도 마음대로 못 쓴다”며 “이제 노동조합을 통해서 당당히 우리 권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조합으로 힘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주요한 역할”이라고 덧붙인다.

아래는 박종규 지회장, 이동헌 수석부지회장과의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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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에 가입하게 된 계기는?

이동헌 수석부지회장(아래 이동헌) : 극심한 노동강도 개선과 현장의 강압적인 분위기 개선 등 우리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현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회사 안에 있는 사원대표자위원회(아래 사대위)라는 노사협의체로는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극심한 노동강도 개선과 현장의 강압적인 분위기 개선 등 우리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현장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회사 안에 있는 사원대표자위원회(아래 사대위)라는 노사협의체로는 어떤 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동헌 수석부지회장. 신동준

현장 노동환경을 설명해달라.

이동헌 :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노동강도다. 동종사 어디와도 비교되지 않을 만큼 노동강도가 강하다. 이마에 흐르는 땀 한 번 닦아도 차가 밀릴 지경이었다. 특히 지금 르노삼성자동차에서는 한 라인에 6종 이상의 다종 차량을 혼류생산한다. 생각해봐라. 모든 차 종류마다 작업할 때 소요되는 시간이나 방식이 다르다. 마라톤을 하는데 뛰다 걷다 하면 더 피로가 심하지 않겠냐. 보조 인력도 너무 부족하다. 보통 보조 인력이 하는 일이 화장실 갈 때 라인 채워주는 거나 사정이 있어 결원이 발생하면 대응해주는 건데 그걸 해줄 사람이 없으니 현장 노동자들이 일이 있어도 쉴 수도 없고 화장실도 제대로 갈 수 없다.

▲ “회사는 기본급이 아닌 잔업과 특근 비용만 인상시켜 노동자들을 일하는 기계로 만들고 있다. 지금 현장에서 요구하는 건 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제발 지금처럼 죽을 만큼 일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박종규 지회장. 신동준

박종규 지회장(아래 박종규) :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너무 몸이 아파서 정말 1년만 하고 그만둬야겠다고 했다. 집에서야 나름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좋아하지만 일하는 동안 내 몸은 점점 망가져 간다. 회사는 기본급이 아닌 잔업과 특근 비용만 인상시켜 노동자들을 일하는 기계로 만들고 있다. 지금 현장에서 요구하는 건 돈을 더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제발 지금처럼 죽을 만큼 일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회사가 일할 사람은 늘리지 않고 노동강도만 높이면서 노동자들이 서로 눈치보고 힘든 것을 서로에게 떠넘기게 만든다. 한마디로 노동자들을 나쁜 놈으로 만든다. 한번은 내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 왔더니 라인 앞에 가만히 세워뒀다. 라인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빠져서 동료들이 더 힘들어졌구나 생각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쉬면 저런 꼴 당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다.

현장의 강압적인 분위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동헌 : 앞서 얘기한 인력보강 문제 등으로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거나 빠질 수 없기도 하지만, 아픈 사람이 아프다고 얘기하고 산재로 인정받고 치료받는 것도 쉽지 않다. 내가 아프다고 하면 관리자들은 “너만 아프냐, 다른 사람들도 다 아픈데 왜 너만 그러냐”는 식이다. 연월차 유급휴가가 있지만 마음대로 쓸 수 없다. 한번은 부모님이 아파서 휴가를 쓰고 가겠다고 했더니 “당신이 간다고 뭘 할 수 있냐”면서 못가게 했다. 특히 2006년에 비정규직법안이 개정된 뒤 직업훈련 3개월을 거치고 계약직 2년을 지내야 정규직이 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 2년 동안 잘못하면 잘린다는 압박이 있으니 더 숨죽이고 죽어라 일만 하게 된다.

박종규 : 좀 더 편한 자리로 배치되는 것도 회사 관리자에게 잘 보이고 못 보이고에 달렸다. 그러다보니 문제를 지적하거나 정당한 권리를 제기하는 것도 다 불이익으로 돌아온다. 이런 강압적인 분위기와 현장 통제를 개선해야 한다.

사원대표자위원회(아래 사대위)가 아닌 노조 가입이 필요하다고 느낀 계기는 무엇인가?

박종규 : 나도 사대위에서 5년 동안 활동을 해봤다. 하지만 그런 노사협의회 체계로는 한계가 있고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을 관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동3권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말만 하는 것으로는 회사에 제기할 힘이 없다는 것을 회사도 안다.

이동헌 : 또한 대의원들의 의결과정도 무시하고 규약까지 위반하는 등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과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사대위 처사에 대한 불만이 컸다. 올 해 초 회사가 추가 생산을 하겠다고 잔업 및 특근 계획을 제출했을 때 실제 그 일을 해야 하는 조립부 노동자 90% 이상 반대했는데도 사대위는 회사와 합의했다. 간부 인준을 할 때도 규약을 지키지 않았다. 사대위에서 활동을 했던 사람들도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된다는 생각에 노조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 “르노삼성자동차의 노동자 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투쟁하고 또 쟁취할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의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겠다. 많은 관심과 힘을 보태달라.” 박종규 지회장. 신동준

지회가 21일 총회를 거치고 창립 절차를 마쳤다. 앞으로 지회의 요구와 어떤 사업을 계획하고 있나?

박종규 : 삼성자동차에서 르노삼성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노조가 없었기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이 경험한 것은 사대위의 노사협의회밖에 없었다. 아직까지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제대로 모르고 회사에서 얘기해온 대로 거리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노조 활동을 했을 때에만 우리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과 노조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가 누리지 못했던 정당한 권리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회사가 지금까지 우리를 아프게 한 것에 대해 스스로 요구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이동헌 : 우리가 지금 하는 행동이 불법이 아니지 않냐. 노조 활동은 합법적인 우리들의 권리다. 특히 르노 그룹은 국제기본협약도 체결했고, 르노 자회사는 그 방침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회사에 정당한 노조활동 보장과 단체협약 체결,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박종규 :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문제다.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해 공장 설비 증설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금속노조와 공동으로 근무시간, 건강권 등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권리 쟁취를 요구해나갈 것이다.

이제 지회가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활동에 대한 각오를 말해달라.

이동헌 : 금속노조에서 앞서 활동했던 많은 노동자들과, 지금도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우리 조합원들의 힘을 모아서 요구안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직 한번 도 가보지 않은 가시밭길이지만 회사의 회유와 협박이 있더라도 이겨내고 갈 각오가 돼 있다.

박종규 : 르노삼성자동차의 노동자 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투쟁하고 또 쟁취할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의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겠다. 많은 관심과 힘을 보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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