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까지 두 시간. 유성기업 노동자 가족들은 “제발 한 번 만나서 우리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심정으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를 찾았다. 직장폐쇄에 맞선 투쟁이 어느새 58일이 됐다. 보다 못한 유성기업지회 가족대책위원회(아래 가대위)가 회사와 경찰, 용역이 매일 자행하는 탄압과 폭력 해결에 여당이 책임있게 나서라고 얘기하기 위해 폭우를 뚫고 서울로 온 것.

“처음에는 만나주지도 않고 문전박대 당할 줄 알았어요. 기대도 안했지. 혹시라도 들어갈 수 있으면 앉아서 구호도 외치고 투쟁하고 난리라도 쳐서 윗사람들한테 좀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왔어요.” 예상대로 한나라당사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비가 퍼붓는데도 20여 분을 경찰에 가로막혀 기다려야 했다. 한나라당 민원실에 전화를 몇 차례 한 뒤에야 가족 네 명만 들어올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가대위는 20분 동안 민원실 직원을 앞에 두고 애써 준비해 간 브리핑 자료를 꺼내서 유성기업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이 얼마나 심한지, 노동자들이 어떻게 다치고 탄압받고 있는지 설명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유성기업도 방금 인터넷 검색해봐서 알았다. 우리는 아무 권한도 없다”는 것 뿐이었다. 가대위 회원 한 명은 “올라올 때는 정말 할 얘기가 많았어요. 워낙 당한 것도 많고. 그런데 자기들이 처리할 권한 없다고 그러니까 아무 얘기도 할 수가 없는거예요. 어찌나 속상한지”라고 아쉬워했다.

▲ 7월14일 유성기업 노동자 가족들은 “제발 한 번 만나서 우리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심정으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를 찾았다. 유성기업지회 가족대책위원회가 회사와 경찰, 용역이 매일같이 자행하는 탄압과 폭력 해결에 여당이 책임있게 나서라고 얘기하기 위해 폭우를 뚫고 서울로 온 것이다. 강정주
가대위는 서울에 올라오기 앞서 미리 팩스를 보내 면담을 요청했으니 홍준표 대표나 담당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바빠서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민원인들이 찾아오는데 당신들만 어떻게 만나게 해주냐”고 말한다. 박준영 가대위 부위원장은 “우리한테는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문제고, 하루가 다르게 가족들은 피가 말라가는데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나라가 이렇게 어지럽고 민원인이 많은 것도 다 한나라당 책임 아니냐”고 꼬집는다. 백영미 씨도 “오히려 여기는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얘기할 수 있고 들어야 하는거 아니냐. 사람이 고통스럽다고 하는데 팩스 못받았다, 절차가 어떻다 이런 얘기나 하고 있다니 화가난다”고 덧붙인다.

민원실 직원에게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고, 그러면 우리는 여기와서 죽는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자 “그러면 그렇게 해라. 그런다고 해결되는 것 하나도 없다”며 자신들은 모른다는 식이었다. 박 부위원장은 “민생과 국민을 섬기겠다더니 자세가 안됐다. 여당이라고 있을 자격도 없다”며 분노했다.

민원실에 들어갔던 또 다른 가대위 회원은 “우리를 잡상인 취급하는 것 같았다”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직원은 한시라도 빨리 내보내려고 하고, 경찰은 가는 곳마다 쫓아다니고 움직이기만 하면 어디가냐고 물어봤다. “겨우 여자 네 명 들어갔어요. 아무것도 없이. 그런데 뭐가 무섭다고 그러는지 정말 화장실 한 번 갈 수가 없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이 ‘친서민’이라고 하는데 서민을 이렇게 치는거 보니까 친서민 맞다”는 말도 덧붙인다.

“우리는요 노조가 있으면 좋다는 것만 알았지 사실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근데 이번 투쟁하면서 너무 많은걸 알았어요.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알아요. 나라가 잘되려면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는거.”

20여 분을 다툰 끝에야 민원실 직원은 21일까지 면담 가능 여부를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21일까지 연락만 없어봐요. 또 올라오면 되니까. 그때는 아예 눌러 앉아버려야지.” 올라온 김에 서울 곳곳에 다녀봐야겠다며 맞은편 건물에 있는 자유선진당 사무실도 들렀다. 안되면 또 찾아오고 청와대 가서 이명박 대통령도 직접 만나겠다는 각오가 크다. 선전전에 1인시위로 투쟁 알리랴, 가족들 격려하랴, 두 달 투쟁에 투사가 된 가족들의 발걸음이 오늘도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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