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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지와 신분이 강제로 나뉜 사람들
떠난 이들 일자리 못구해 귀농까지
[한진중공업] 해고자들, 비해고자들, 그리고 떠난 이들
박향주 편집부장  |  edit@ilab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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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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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에서 쫓겨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들, 그리고 현장에 복귀한 비해고자들. 해고자들의 가족과 억지로 회사를 떠난 이들. 지난 9일 2차 희망버스 때 이들을 만나 최근 소식을 들어봤다.

우선 정리해고자들. 이들은 지난 6월 27일 행정대집행으로 영도조선소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넋 놓은 채 조선소 담장만 바라보고 있을 순 없다. “복귀해서 노조 단디 챙기라.” 이들은 이달 1일부로 비해고 동료들을 공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를 방문한 김경춘 조합원이 지난 3일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한국의 영도조선소 상황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영도조선소 정문 앞 골목에 임시사무실도 마련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종이배를 접는다. 얼마나 올까, 회사 앞까진 올 수 있겠지, 혹시 85호 크레인 위 동료들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이들은 늘 이렇게 사람을 기다린다.

정리해고자 김경춘 조합원. 김 조합원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김 조합원은 필리핀 노동자들이 당하는 노동탄압 사례도 직접 전해들었다. “한 마디로 부끄러웠다”고 심경을 전하는 김 조합원은 한진중공업의 비인간적인 대우에 민주노조 만들고 싸웠던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린다.

김 조합원은 오로지 싸움 경험이 없는 젊은 ‘동생’들 걱정뿐이다. “예전에는 회사가 툭하면 해고했는데 2003년 열사 투쟁 이후 큰 싸움이 거의 없었다”고 전하는 김 조합원은 “젊은 정리해고자 동생들이 많이 힘들어하는데 지금 고비 잘 넘겼으면 좋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리고 비해고자 노동자들. 이들 중 트위터로 한진중공업 투쟁 소식 알리기에 열심인 안형백 조합원(@ahb174489)을 만났다. 안 조합원은 지난 1일 회사 업무복귀 명령에 따라 현장에 복귀해 현재 회사사 실시하는 교육을 받고 있다. 안 조합원은 “다큐멘터리를 틀어주거나 경영전문가라는 작자를 불러다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안의 소식을 전한다. “그런데 정말 교육이 목적이겠냐”고 강조하는 안 조합원은 “사측이 어떻게든 정리해고자들과 우리를 차단시키려 하지만 교육장에 앉아서도 트위터로 85호 크레인 상황 계속 확인하고 전파하고 있다”며 말한다.

   
▲ 2차 희망버스 행사가 모두 끝난 10일 오후 3시 30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배웅하고 있다. 박향주

이른바 ‘희망퇴직’을 쓰고 회사를 떠난 이도 만났다. 9일 저녁 희망버스 콘서트가 열린 부산역 광장 한편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오늘은 작업복 말고 사복 입으셨다”며 아는 척 했더니 “지회 집행부가 회사랑 싸인하고 며칠 있다 희망퇴직서 써버렸다”고 답변한다. 정리해고자에서 이제 희망퇴직자가 되어버린 그는 “김진숙 지도위원 걱정도 되고 많이들 온다기에 궁금해 와 봤다”고 말을 이었다.

30대 초반인 그는 “급한 마음에 당장 이번 주부터 돌아다녀봤는데 재취업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작년 12월 희망퇴직 쓰고 나간 친구 한 놈이 거제도까지 갔는데 허탕치고 돌아왔다”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자는 부산지역이나 다른 조선소에서 절대 일 못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고 강조한다.

10일 오전 경찰 차벽 앞에서 만난 정리해고자 임성환 조합원도 희망퇴직서 쓰고 떠난 이들의 상황을 전한다. 임 조합원은 “희망퇴직 한 선배 한 명이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고 한진중공업에서 일하던 시절 계속 생각날 것 같다면서 아예 귀농을 했다”고 말한다. 그는 “대부분의 희망퇴직자들이 정규직은 아예 기대도 안하고 사내하청 자리를 찾고 있다”면서도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 '2차 희망버스' 행사가 끝난 부산 영도 봉래사거리에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대형걸개그림이 남겨져 있다. 박향주

10일 낮 3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1km 앞둔 부산 봉래 사거리에 85호 크레인 위 김진숙의 목소리가 여섯 개의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다. “여러분이 계신데 제가 어떻게 포기하겠습니까. 신명나게 꿋꿋하게 보여줍시다. 여러분, 너무나 사랑하고 고맙습니다. 2011년 7월 9일. 역사는 이날을 반드시 기억할 겁니다. 끝까지 함께 투쟁”. 크레인 위에 같이 올라있는 여섯 명의 ‘전사’들도 김진숙과 운명을 같이하고 있다.

자본과 정부에 의해 처지와 신분이 강제로 나눠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이곳 부산. 희망버스 기획단은 한 달 내에 3차 희망버스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요구는 그저 자신들을 예전의 일상생활로 다시 되돌려 놓으라는 것뿐이다. 이들 모두 똑같은 피해자들이니까. 이를 위해 2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또다시 부산에 오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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