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을 입은 용역,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CCTV와 채증용 카메라에 대한 충남지부 신라정밀 조합원들의 반응은 ‘폭력적’이었다. “다른 투쟁사업장의 용역을 봐도 돌이라도 던져야 지나갈 수 있어요. 카메라가 눈앞에 있으면 순간 멍해지고, 빨리 없애야겠다는 생각밖에 나질 않아요” 흥분된 어조로 말하는 신라정밀 최기환 지회장. 그는 취재도중, 취재수첩에 적고 있는 기자를 잠시 응시한 후 말을 이었다. “우리 앞에서 누군가 수첩에 메모하는 것도 예민해요. 관리자들이 겨우 1M 떨어진 곳에서 1분, 2분 간격으로 메모하며 조합원들을 감시하던 모습이 떠오르거든요”. 이미 조합원 중 60%정도가 용역 폭행, 카메라 탈취 등으로 고소고발 당한 상태. 더욱이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가정폭력으로도 이어지고 있었다. “말싸움으로 시작했던 가정불화가 TV와 컴퓨터 등을 던지는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사측에 의한 폭력은 이미 조합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또한 장기간 직장폐쇄로 인한 생활고는 조합원들의 심리를 압박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조합원의 임신한 아내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아파트 난관에 매달려있는 아내를 발견한 남편의 심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올 초 직장폐쇄 5개월째 일어난 일이다. 그 후 어느 날. 지회장은 아파트 동마다 드나드는 그 조합원을 봤다. 그러나 서로 인사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생활고에 힘겨워하는 아내를 위해서 남몰래 우유배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합원 중 70%가 대출을 받았고 신용불량자만 8명이다. 6개월 동안 진행된 직장폐쇄에 따른 생활고는 대출과 사채 빚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불안감은 이혼과 파혼, 이성관계에서의 결별까지 조합원들의 정상적인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최지회장은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투쟁이 장기화되는 것을 익숙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어느 순간 이미 조합원들은 상처투성이일 테니까요. 조합원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가 체계화 돼서, 장기투쟁사업장에 빠짐없이 실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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