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도로교통법이 정한 사항 중에 교통사고에 관한 부분만을 특화하여 교통사고로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이 손괴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법률이다. 교통사고 처리특례법은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업무상과실 치사상, 중과실 치사상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차량을 운전하여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경우는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 의문 하나.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회사에 연락해 사고처리를 하였는데, 나는 왜 처벌을 받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 과실치상죄 등을 범한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고, 종합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 면책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합의가 되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종합보험에 든 후 차를 운전하다가 전방주시를 태만히 하여 신호가 바뀌는 것을 모르고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냈다고 치자. 피해자는 심각하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약 4주간의 입원이 불가피한 골절상을 입었다. 사고는 보험회사에서 나와 깔끔하게 처리를 해 주었다. 이 경우 처벌될까? 처벌된다. 면책이 될 수 있지만, 신호위반 등으로 인하여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경우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 같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처벌되는 예외적인 경우로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불법 유턴 △제한속도 20킬로미터 초과 △앞지르기 및 끼어들기 위반 △철길건널목 △횡단보도 사고 △음주운전 △보도침범사고 △승객 추락 방지의무 위반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 등이 있다.

다음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다. 우리가 흔히들 잘 알고 있는 ‘뺑소니 사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처벌된다. 줄여서 ‘특가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법률상 '뺑소니 운전자'란 △차량(오토바이, 스쿠터도 포함) 운전 △업무상 과실 및 중과실 치사상 죄 △구호조치 미비라는 요건을 모두 갖춘 사람을 말한다.

물론 도로교통법상 구호조치 위반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게 과실(업무상과실, 중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는다. 다시 말해 과실이 있거나 없거나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의무인 것이다.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 5백 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특가법은 과실이 있는 운전자가 사람을 다치게 하고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백 만 원 이상 3천 만 원 이하의 벌금(상해)에 처하거나,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사처벌 규정에 1년 이상과 5년 이하는 어느 게 더 높은 형일까? 당연히 1년 이상이 훨씬 높다. 쉽게 말하면 5년 이하이면 1개월 징역형을 선고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1년 이상이면 15년도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범죄행위 처벌규정이 ‘00년 이상’이라 규정된 것은 상당히 드물다는 점에서 악질범인 셈이다.

구호조치도 안하고 과실마저 있는 경우 도로교통법과 특가법 중 어느 게 적용될까? 당연히 특가법이 적용된다. 과실이란 무엇일까? 신호를 위반한다거나, 끼어들기를 잘못 한다거나, 유턴금지구역에서 유턴을 한다거나 하는 위반행위들이 모두 과실에 해당한다. 뺑소니 범죄에 대하여는 상당히 많은 판례가 축적돼 있다. 다음에는 뺑소니 관련 사례를 통해서 궁금증을 하나씩 해소해보자.

정현우 / 변호사. 법무법인 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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