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시작된 노동자 구조조정 3년째. 조합원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2010년 12월 20일 총파업에 돌입한지 6개월째. 김진숙 조합원이 올 1월 6일 85호크레인에 오른 지 1백 63일째.

법원의 퇴거 및 출입금지가처분결정, 희망버스 등으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 투쟁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과 채길용 한진중공업 지회장이 17일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의 단식농성 장소는 회사 정문에서 노조사무실로 들어가는 길목이다. 아울러 6개월 째 파업을 벌이며 현장에서 농성중인 조합원들도 하루에 30명 씩 돌아가며 같은 장소에서 하루단식을 벌이는 집단단식투쟁에 돌입했다.

▲ 17일 오전 한진중공업 지회장과 부산양산지부장, 그리고 조합원들이 무기한 집단 단식투쟁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부산양산=유장현
이들 노동자들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자회견을 통해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며 한진중공업의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는 긴박해지고 있는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원한다”며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성실히 교섭에 임하라”고 회사 측에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어제(16일) 한진중공업을 찾아와 이재용 사장에게 ‘자율적으로 해결하라’는 이채필 노동부장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채 지회장은 “1937년 조선중공업으로 출발한 이 조선소는 74년 동안 노동자들이 산재로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죽어가면서 대한민국을 조선강국으로 만들었다”고 호소했다.

한진중공업 조합원들 무기한 단식돌입

이에 앞서 민주노총(위원장 김영훈)도 오전 11시 한진중공업 정문에서 ‘한진중공업 사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사태의 시발은 무능한 경영진에 있다”며 “노동자를 짓밟고 고사시키는 자본가들의 음모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희망버스는 불순세력이 아니며 오히려 스스로 돈과 시간을 보태여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희망의 촛불”이라며 “희망버스 참가자들에 대한 모든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최근 진방스틸, 한국공항공사의 정리해고에 대해 대법원은 고용안정 단협을 어기고 억지로 경영상의 이유를 대는 정리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며 한진중공업도 즉각 정리해고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만약 공권력이 투입된다면 노동자들의 대항투쟁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경찰에 공권력투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17일 오전 11시 민주노총도 한진중공업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를 짓밟고 고사시키는 자본가들의 음모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부산양산=유장현
이날 기자회견에 앞선 오전 10시경 부산지방법원 관계자들이 한진중공업으로 들어와 현장곳곳에 지난 6월 13일 결정된 ‘퇴거 및 출입금지가처분 결정문’을 부착했다. 그러나 회사는 결정문에 “단, 노동조합 사무실로 통하는 최단거리는 제외한다”는 내용이 있음에도 기자들의 출입마저 봉쇄해 노동자들은 정문 안쪽, 기자들은 정문바깥 쪽에서 기자회견을 취재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현재는 조합원과 금속노조 간부들은 정문을 출입할 수 있으나, 노조를 방문하는 다른 사람들의 출입이 봉쇄돼 있다.

현재 ‘외부인(?)’은 출입 봉쇄

이에 앞서 지난 16일 낮 2시 40분경, 관리자들과 사복을 입은 경찰 기동대 소속 경찰 5명이 85호 크레인과 동일한 84호 크레인을 사전답사하기 위해 공장으로 들어왔다. 이에 조합원 30 여 명이 흥분하여 뛰어갔다. 조합원들은 기동대 소속임을 확인하고 “만약 공장과 85호크레인에 공권력을 투입하여 불상사가 생긴다면, 당신들이 그 책임을 져야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조합원들은 기동대들에게 당장 공장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 다행히 충돌없이 사태는 마무리됐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아래 환노위)는 6월 중에 이른바 ‘한진중공업 청문회’를 열기로 17일 의견을 모았다. 일단 환노위는 한진중공업 노사를 고용노동부 현안보고가 예정된 22일 전체회의에 출석시키기로 했다. 환노위는 17일 여야 간사협의와 전체회의를 통해 이런 방침을 정했고 출석 대상에 대해서는 추가협의 하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은 조남호 한진그룹 회장 등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환노위는 이러한 위원회의 요구에도 출석대상자들이 자진 출석을 거부할 때는 오는 27일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환노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이범관 의원도 전체회의에서 "노사 당사자들이 자진 출석하면 청문회까지 갈 필요가 없다"면서도 "자진 출석이 안 되면 얼마든 청문회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취재 및 정리=강지현 선전홍보실장, 유장현 부산양산지부 교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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