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3일 오전, 서울 공덕역 교육장에서 6개월째 회사의 강제적인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직무교육을 받고 있는 시그네틱스 조합원 32명 전원에게 ‘해고장’이 날아들었다. 시그네틱스 공장장과 노무관리자 등이 조합원 한 명 한 명에게 해고예고통보서를 나누어주며 수령을 거부하는 조합원들 사진을 일일이 찍어대기까지 했다. 지난 2001년 130명 조합원 전원을 해고하고 소송에서 패해 조합원 절반을 복직시킨 지 10년 만에 이루어진 두 번째 해고다.

시그네틱스는 영풍그룹 계열사다. 영풍그룹은 IT계열사 매출액 전세계 2위 그룹으로 계열사만 24개를 거느린 국내 굴지 자본이다. 그 중 전자업종인 코리아써키트, 영풍전자, 테라닉스, 인터플렉스 등 PCB 계열사 연간매출액은 1조 원으로 시그네틱스는 이중 2010년 기준으로 2380억 원을 벌어다주고 당기순이익 196억 원을 내는 알짜계열사다.

▲ 1월20일 경기 파주 시그네틱스 공장 앞에서 '2011년 투쟁사업장 승리를 위한 경기지부 투쟁선포식'이 열리고 있다. 박향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그네틱스는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을 전후해 현장 사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사내하청업체인 퓨렉스와 유앤씨로 노동자들을 전직을 시키는 등 현장 전체를 간접고용 구조로 바꾸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어 회사는 이에 반발한 금속노조 조합원 32명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외부에서 직무훈련과 창업교육을 받게했다. 심지어 회사는 지난 달부터 노골적으로 “해고회피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며 정리해고 수순을 밟기까지 했다.

이번 해고예고통보서 전달에 앞선 지난 8일 시그네틱스 대표이사는 노조와의 면담에서 “회사가 어려우니 유앤씨로 가라”, “공장이 나아지면 다시 부르겠다”는 둥 사실상 고용을 유지할 의사가 없음을 통보하기도 했다. 이날 대표이사는 “유앤씨는 시그네틱스에서 임대해 준 공장”이라며 공장 내 하청회사가 실질적으로 시그네틱스 지배구조에 있다고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경기금속지역지회 시그네틱스분회는 “조합원 32명의 정리해고 사태가 영풍그룹 전체 노동자의 비정규직화 완성과 직결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분회는 “영풍그룹 계열사 중 9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있거나 도급 또는 소사장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분회는 오는 22일 서울 양재동 영풍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정리해고의 부당성을 폭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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